무지개 빛깔 구슬

욕심쟁이의 구슬 모으기

by 왕씨일기

나는 마음이 작은 아이였다.

어렸을 때부터 내가 갖고 있는 것보다는 남이 가지고 있는 것에 집중하며 나에게 없는 것들이 갖고 싶어 안달 나 어쩔 줄 모르는, 그런 아이였다.


마음이 작은 아이는 그대로 커서 마음이 작은 어른이 되었다. 대학생이 되어 세상으로 가 처음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을 때 나의 이러한 성향들은 더욱 두드러지게 되었다.

쟤는 성격이 똑 부러지네, 쟤는 사교성이 좋아, 쟤는 정말 머리가 좋은 것 같아.

매일매일 끊임없이 타인의 장점에만 고개를 박고 비교하며 스스로를 작게 만들며 되뇌었다.

나는 왜 쟤처럼 저렇지 못할까.


지치지 않고 내 안에서 솟아나는 상념과 비교로 스스로를 부단히도 갉아먹었고 그 끝에 나름의 방어기제와 자기 위안의 방법을 찾아내게 되었다.

아냐, 쟤는 이거를 못하잖아 그건 내가 낫지. 쟤는 이런 점이 나보다 별로잖아, 주변 평판도 안 좋을걸. 내가 더 나아. 내가 더 나을 거야.


나 스스로가 살아남기 위해, 쉼 없이 이어지는 하루하루를 살아내기 위해 내가 저 타인들보다 낫다며 없는 흠을 만들어내고 나 자신과 더불어 그 대상들에 있어서도 깎아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생각들이 건강하지 못하고 나는 무언가가 결핍되고 잘못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또다시 생각의 굴레로, 자괴의 굴레로 이어지게 되었다. 한심한 나. 모자라고 마음까지 못생긴 나.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런 나를


이런 마음의 짐들로 언제나 우울의 우물 속에 침잠해 있던 시절, 가깝게 지내던 같은 과 동기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의 이러한 부끄러운 마음도 조심스레 나누게 되었다. 차분히 나의 이야기를 들어준 친구는 나에게 너는 무지개 빛깔 구슬들을 지니고 있어,라고 말해주었다.


“너는 너 스스로도 가진 것이 너무나 많은 소중한 사람이야. 오히려 남들보다 타고난 것들이 더 많은 부분도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너는 너의 손에 쥐어진 일곱 가지 색의 구슬들을 움켜쥐고 보지 못하고 저 옆에 네가 가지고 있지 못한 색의 구슬을 지닌 사람이 나타나면 가진 구슬은 네가 훨씬 더 많더라도 너에게 없는 그 하나의 구슬이 가지고 싶어서 마음이 힘들어지는 것 같아. 사람마다 잘하는 것도, 주어지는 것도 다르다고 생각해.너는 충분히 멋지고 잘하고 있어. 걱정하지 마. 우리 앞으로는 내가 가진 것, 내가 변화를 시킬 수 있는 것에 조금 더 집중해보는 건 어떨까.”


다정한 친구의 말들은 마음속에 스며들어 부드럽게 내 구슬들을 닦아주는 것 같았다. 묻은 먼지들을 털어내며 빛을 내고서 자신들이 존재함을 나에게 일깨워주듯. ㅇㅇ야, 너는 이미 너 자체로도 소중한 사람이야,라고 내 안에서 속삭여주는 듯했다.


마음이 작은 어른인 나는 아직도 하루하루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나는 왜 이럴까, 쟤는 왜 저렇게 잘났을까 하며 어린 시절의 나와 같이 무너질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때 그 친구가 해준 말들을 떠올리려고 노력한다. 내 마음속에도 빛나는 구슬들이 있다는 것을. 구슬들의 색이나 종류는 사람마다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을 수 있지만 결국 모두 소중한 구슬들이라는 것을.


그리고 아마도 내가 지닌 구슬들 중에 소중한 구슬들 중 하나는 바로 나의 마음속 가장 더러운 부분을 나누었을 때 그런 부분도 차분히 다 수용해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아닐까,라고 되새기며 오늘도 부단히 우물 속에 침잠하지 않기 위해 분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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