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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씨일기 Feb 24. 2024

마지막이라는 말의 기적

매일 쓰는 짧은 글: 240224



좋았던 일도 많았겠지만 힘들었던 일들도 많았던 첫 직장에서의 퇴사. 마지막까지 이런저런 처리업무에 귀찮고 퇴직기념 단체 술자리도 지긋지긋하게 느껴졌지만, 마지막이라는 시선으로 주변을 바라보니 많은 감정이 느껴진다.


시원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내 마음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아쉬움이어서 스스로에게 놀랐다. 더 잘할걸, 더 최선을 다해볼걸, 더 사람들과 시간을 내 볼걸.. 마지막 회식이라는 장소에서 입사 후 같은 시간을 보내온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아쉬움만 남는다. 또 같은 시간을 보냈는데 관계든 업적이든 이뤄낸 게 훨씬 더 많은 채로 같이 퇴사를 하는 동기들을 보면서도 나는 뭐 했나 싶은 마음도 솔직히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나이를 먹고서는 이런 감정에서 조금은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보다. 소심한 마음이 가득해 자신감 있게 성취를 향해 나아가지 못하는 나에게 또 미움만 채워가게 된다.



 


모든 마무리를 마치고 퇴직서를 제출하고 짐을 잔뜩 챙겨 복잡한 마음과 함께 집에 왔다. 시끄러운 마음에 이제는 무얼 하며 내 하루를 채워야 하는지 걱정이 앞서면서 주방에 가니 오늘 정월대보름이라 꼭 먹어야 한다며 내 몫으로 남겨둔 나물들을 발견했다. 아아 이런 나도 이렇게 아껴주고 챙겨주는 사람이 있구나, 하면서 당연한 감정을 느끼며 조금은 쪼글쪼글해진 마음도 펴지는 것 같았다.


그래, 오늘의 감정은 오늘까지만. 우울하고 스스로가 한심하고 퇴사 후 조언이라고 해주는 아픈 조언들도 적당히만 삼키면서 내일은 또 나대로 내일의 하루를 살아가보자.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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