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교의 대만 여행기
대만 여행을 갈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숙소를 호텔로 잡았다면 별도로 아침 식사를 포함시키지 않는 것! 어디서 먹나 비슷비슷한 호텔 조식을 먹을 바에야 대만에서는 덜 뜬 눈을 비비고 덥수룩한 머리에 모자만 얹고 동전 지갑을 들고 길거리로 뛰쳐나와야 한다. 왜냐하면 대만 사람들은 아침 식사에 매우 진심이기 때문이다.
아침으로 뭘 사 먹을까, 고민하기 전에 일단 잠에서 깨면 신발을 신고 나와야 한다. 여행을 간 날 아침에는 늦잠을 자기 쉬운데 아침 일찍부터 열고 점심 전에는 문을 닫는 가게들이 많아 일단은 길거리로 나와야 한다. 아침밥의 종류는 꽤나 다양하게 있다. 더운 날씨의 나라여서 그런지 사람들이 아침부터 든든히 먹는 걸 좋아하는지 아침밥 문화가 꽤나 발달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꼭 한 번쯤은 먹어봐야 할 메뉴는 바로 대만식 김밥, 판퇀(飯團)이다.
길거리 아침 식사의 즐거운 점 한 가지는 바로 주문 직후에 제작에 들어가 그 과정을 볼 수 있다는 것. 판퇀은 여러 가지 대만식 재료를 넣어 김밥처럼 싸 먹는 요리인데, 한국식의 김밥의 맛을 상상하면 깜짝 놀랄 수 있다. 짠맛보다는 단맛의 맛이 더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밥은 가게에 따라 흰쌀밥, 잡곡밥, 또는 반반을 고를 수 있는데 이건 취향의 문제로 원하는 밥을 고르면 된다. 그러면 거기에 기본 판퇀을 베이스로 메뉴판에 있는 추가 재료들을 넣어서 먹을 수 있다. 치즈, 햄, 장조림계란, 채식으로만 만들어진 판퇀.. 이 추가 재료들의 다양성이 가게들의 차별성을 나타낼 수 있는 재밌는 요소들이 아닐까 싶다.
기본 판퇀 재료로는 재밌게도 대만식 튀김빵이 들어간다. 이름은 여우타우(油條). 한자의 뜻 그대로로 풀이하면 '기름빵'라고 할 수 있다. 타우라고 읽는 곁가지 조(條) 자는 그 글자로 주는 이미지로 가느다랗고 긴 물건을 나타내는데, 이 기름빵이 그 이미지 그대로 긴 막대기의 모양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의 바게트 빵 모양인데 질감은 더 부드럽고 기름을 흠뻑 머금고 있다고 보면 된다.
거기에 고기를 말리고 다져서 만든 고기가루, 여우송(肉鬆)도 같이 넣게 되는데, 이건 최근에 나 혼자 산다에 베트남편에서 박나래 팜유 일행이 고기가루를 겉에 묻힌 케이크를 먹으며 조금 알려지게 되었다. 이 케이크 겉에 발려진 고기가루를 중국에서는 여우송(肉鬆)이라고 한다.
밥 안에 기름 빵에 고기가루까지.. 거기에 가게에 따라 견과류를 뿌려주기도 한다. 상당히 신기한 조합끼리 만들어진 김밥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한국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맛이니 재밌는 경험으로 한 번쯤 먹어보는 것이 좋겠다.
대만의 국민 음료인 또우장(豆漿), 두유도 같이 포장해서 나오면 아침 식사 준비 완료! 테이크아웃 문화가 잘 발달된 나라인 만큼 포장도 깔끔하게 잘해주신다.
이게 한화 2,000원 조금 안 되는 가격의 판퇀이다. 이걸 아침으로 먹다니 아주 하루가 다 든든할 것 같은 양이다.
한 입 크게 베어 물면 나오면 단면. 여우타우와 여우쏭, 견과류들이 조화롭게 가득가득 들어있다. 조금은 특별한 맛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한 번쯤 먹어보는 게 어떨까 추천한다!
참고로 첨부하는 판퇀집 주소. 반차오역 근처에 머무는 분들께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