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교의 대만 여행기
대만에서 은근히 찾기 힘든 것은? 바로 술집이다. 20살 시절, 함께 화교학교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친구들은 한국에 남은 한국 대학파와 대만으로 떠나 대학교를 다닌 대만 대학파로 나뉘게 되었다. 그러다 첫 방학을 맞이하여 한국에서 두 계파의 친구들이 모두 모여 동창회를 한 적이 있었다. 12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같은 공간에서 학교를 다니며 성장해 온 우리들이었지만 한 학기의 대학교 생활은 우리를 꽤나 극명하게 나뉘게 만들었다. 가장 두드러지게 나뉜 것은 바로 '술'에 관하여였다.
한국 대학교에 다닌 친구들은 나를 포함, 신입생의 신분으로 여기저기 술자리에 불려 다니며 신나게 술게임을 배워와 대학교 별로 다른 술 게임 규칙들을 공유하기 바빴는데 대만 대학교 친구들은 그런 우리를 굉장히 신기하게 봤다. 그래서 거기서는 술 게임이나 그런 것들이 없냐고 물었는데 대만 친구들은 술 게임도 없을 뿐더러 술을 그렇게 즐겨 먹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 신입생들이 대학교 들어가서 뭐 하고 놀아?"
"우리는 차를 마셔."
그렇다.. 차를 마신다고 했다. 그리고 마시고 토한다의 줄임말이 아닐까 의심스러운 한국의 MT문화는 대만에서도 그 격을 달리했다. 친구들은 대학교 MT에 가서 술을 마시기는커녕 담력테스트 등 어디 청춘 드라마에서 볼 법한 액티비티를 한다고 했다. 그래서라고 할지, 대만에는 한국처럼 마땅한 술집이 그렇게 많지도 않을뿐더러 밥집에서는 술을 팔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그나마도 나름 크고 괜찮다고 소문난 술집이나 클럽(!)에는 다 대만 본토 사람들은 별로 없고 한국 유학생들로 꽉 찼다고 했다. 정말 생생히 전해 들은 한국과 대만의 문화차이가 아닐 수 없다.
그만큼 대만에 가서 기대를 충족시킬만한 술집을 찾기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는데, 이번에 아주 제대로 된 곳을 찾아버렸다. 바로 품도찬소(品都串燒)라는 곳이다. 串燒
구글 맵을 보면서 어두운 밤길을 걷다가 길을 딱 꺾으면 언제 어둠이 있었냐는 듯이 갑작스러운 환한 빛과 함께 젊은 이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환한 조명등 아래 실내와 실외를 아우르는 매장. 그래, 이곳이다. 오늘은 이곳에서 깔깔한 목구멍을 시원하게 쓸어내려줄 시원한 생맥주 한 잔을 먹어야겠다.
그다지 늦지 않은 저녁 6시에 방문했을 때의 모습이다. 해가 빨리 지는 11월의 대만에서 완연한 밤이 되어버린 저녁 6시에 식당을 찾으니 이미 자리는 사람으로 가득했고 식당 입구에는 웨이팅으로 줄을 선 사람들이 한가득 보였다. 이곳은 웨이팅을 큐알코드로 찍어서 하는데, 확실히 관광객들이 많이 찾지 않는 로컬 맛집이라 그런지 한국어나 영어로 된 글은 잘 없어 중국어를 못하면 조금 불편할 것 같은 가게이다.
큐알로 웨이팅을 걸고 외국인의 얼굴과 몸짓으로 입구 쪽을 어슬렁거리다 보면 종업원분이 오셔서 웨이팅은 걸었는지, 몇 번인지 등을 간단한 영어로 묻고 가신다. 다행이다. 일단 어찌 됐든 가게에 앉아 식사를 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웨이팅을 하면서 찍어본 가게의 모습. 빨리 자리가 나서 나도 저들과 함께 이 흥겨운 공기 속의 일원이 되고 싶은 마음뿐이다. 언뜻 보니 회식을 하는 사람들, 커플끼리 미팅을 하러 나온 사람들, 친구들끼리 퇴근 후 기분 좋은 한 잔을 하려는 사람들 등 다양한 그룹의 사람들이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었다. 결국 사람 사는 즐거움이랑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맛있는 것을 먹는 순간이 아닐까 짧은 단상을 떠올리는 그때에 바로 호명이 되어 자리로 안내되었다.
가게 입구 쪽에 이렇게 한 장으로 메뉴판이 있는데 여기에도 영어나 다른 언어로의 번역은 전혀 되어 있지 않아 이해하기 조금 어려울 수 있다. 일단 메뉴판 아래의 글 중에서 반드시 알아야 하는 사실만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본 가게에는 현금으로만 결제가 가능하다
2. 가게에 자리가 꽉 찼으면 qr로 웨이팅을 걸고, 자리로 안내를 받았으면 바로 그릇에 먹을 꼬치를 담아 카운터에 온다. 그리고 안내받은 자리의 테이블 번호와 함께 음료 등을 함께 주문한다.
3. 외부 음식은 반입금지, 흡연 금지. 콜키지는 병당 대만 달러 300원이다.
4. 가게 이용에 제한 시간은 없으나 웨이팅이 있는 경우에는 식사를 마치면 자리를 양보할 것을 부탁한다.
대충 가게 이용 방법을 숙지하면 이제 신나는 꼬치 고르기 시간이다. 각 꼬치마다 아래 중국어로 그 꼬치에 대한 설명이 적혀있지만 사실 그냥 대충 보고 맛있어 보이는 친구들로 고르기만 해도 무방하다. 아니면 옆에 있는 로컬 대만인들은 뭘 먹는지 같이 곁눈질하며 골라도 실패는 없을 것. 꼬치당 가격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충 한화 1~2,000원 사이의 있으니 먹고 싶은 대로 양껏 골라도 가성비가 괜찮을 것 같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꼬치를 고르고 계산대에서 계산하면 자리로 구운 꼬치를 가져다주시는데, 생각보다 굽는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니 한 번에 양껏 고르는 것을 추천한다.
음료는 생맥주와 하이볼로 시작! 그 외에 한국 소주도 있지만 무려 병당 10,000원에 가까운 가격을 받고 있으니 용기 있는 자들만 먹는 걸로 하자. 그 외에도 대만 맥주, 쿨피스, 콜라, 우롱차, 청주, 매실주, 칵테일 등이 있으니 갈 용의가 있는 사람들은 미리 위의 메뉴판을 보고 음료 부분을 번역해 가는 것도 방법일 듯싶다.
20여분을 기다린 끝에 만난 꼬치! 종업원들은 테이블 위에 놓은 테이블 넘버와 영수증을 보고 꼬치를 서빙하는 것이니 꼬치가 나오기 전까지는 반드시 영수증을 테이블 위에 놓도록 하자.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시원한 바람, 맛있는 꼬치구이와 시원한 생맥주 한 모금. 모든 번뇌와 불행이 달아나는 순간이다.
1차로 먹은 꼬치가 부족해 재빨리 2차로 맛있었던 친구들만 엄선해 시킨 꼬치! 뭐가 맛있는지 잘 모르겠으면 이 사진을 참고로 비슷하게 생긴 친구들을 골라 먹어도 좋을 것 같다.
테이블 옆에는 소스 가루들도 있는데 구이 자체로도 간이 괜찮아 별도로 찍어먹지 않아도 괜찮다. 그럼 이제 남은 건 맛있게 먹는 것!
반차오 근처에 계신 분들을 위한 위치 첨부! 추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