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교의 대만 여행기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이 인생을 관통하는 날카로운 질문에 대답을 하기 위해서는 질문을 받고 신중하게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 번 떠올려보는 거다. 나의 하루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갖은 힘든 일들을. 그리고 그런 힘든 일을 겪었고, 겪고 있는 와중에라도 이 음식을 먹을 약속이 있거나 예정이 있다면 저 깊은 단전 아래에서부터 즐거움과 행복감이 솟아오를 수 있는지. 그 정도는 되어야 '가장', '좋아하는'이라는 형용사에 의미를 제대로 충족시켜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떤 똥통 속 현실에 있어도 그저 떠올리기만 해도 꽃밭으로 훌쩍 점프할 수 있는! 나에게 그런 음식이 무어냐 하면 단언할 수 있다. 바로 훠꿔(火鍋)다.
대만 여행하면 이 훠꿔도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대만 훠꿔 하면 하겐다즈를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는 그 유명한 마라훠궈집도 있지만 오늘은 먼저 워밍업으로 로컬 사람들의 3대 훠꿔집 중 하나라는 쓰알궈(석이과, 石二鍋)를 찾았다. 체인점이라 여기저기에 많이 있으니 여행 일정 중에 가장 가까운 가게를 선택해 식사 계획에 넣어도 너무 좋을 것 같다.
쓰알궈(石二鍋), 한자 그대로의 발음으로 적는다면 '석이과'가 된다. 가게 이름에 따라오는 석두과(石頭鍋)라는 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기는 훠꿔의 냄비가 돌 냄비로 제공이 된다. 말 그대로 중국어로 돌(石頭)이라는 단어와 냄비라는 단어(鍋)가 합쳐져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뒤에 쓰여있는 쏸쏸궈(涮涮鍋)는 샤부샤부 요리라는 의미로 일본식 전골 요리에서 비롯된 음식을 판매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신베이터우역 근처의 지점을 찾았다. 가게 입구에서 몇 명이서 식사를 하지는 입력하는 키오스크가 있어 인수에 맞게 입력을 해주고 웨이팅을 걸어주면 된다. 쓰알궈(石二鍋)에서 쓰알은 중국어로 12(十二)이라는 단어와 발음이 같아 영어로는 12 hotpot이라고 적혀있는 점이 재치가 있다. 보통 항상 가게에는 사람이 많아 웨이팅이 필수지만 순환이 빨리 15-20분 내로 입장이 가능한 편이다.
자리가 나면 직원분이 질문을 한다. 바타이(吧檯), 즉 테이블 자리인 팡줘(方桌)가 아닌 바 형식의 자리인데 괜찮냐고 말이다. 사실 말이 바 테이블이지 그냥 넓은 테이블에 투명 가림막으로 자리 두기를 표시해 그냥 테이블 자리와 거의 유사하고 공간도 넓어 쾌적하다. 다만 바 자리는 일행과 옆자리로만 앉을 수 있으니 2인 이상의 일행과 동반할 경우에는 앉기 힘들 것 같다.
자리에 앉으면 이렇게 메뉴판을 가져다준다. 이때 한국어도 적혀있는 메뉴판을 원한다면 종업원한테 "korean menu"라고만 말해도 따로 챙겨준다. 그만큼 한국 관광객들도 많이 이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원래는 영수증 같은 종이에 있는 qr코드로 주문을 하면 되는데, 외국인인 것을 티 내면 종이에 먹을 것들을 체크해서 전해주면 알아서 훠꿔를 가져다 주니 이때만큼은 외국인 찬스를 이용해 보도록 하자.
주문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먼저 먹고 싶은 훠꿔탕의 종류를 정한다.
2. 그다음 먹을 고기의 종류를 정한다.
3. 마지막으로 밥이나 면 종류를 골라준다.
이렇게만 진행하면 무난히 주문할 수 있다. 원래는 기본 쓰터우궈(석두과, 石頭鍋)와 쏸쏸궈(쇄쇄과, 涮涮鍋) 두 가지만 있었는데 매운맛의 육수도 생겨 그 친구들로 주문을 해봤다. 근데 매운 육수라고 엄청 맵지는 않고 비슷한 맛들이라 육수는 편하게 골라도 무방할 것 같다.
고기는 소, 돼지, 닭이 기본이고 거기에 채소를 더 좋아하는 사람은 채소 많이를(愛呷菜), 고기를 더 좋아하는 사람은 고기 많이(愛呷肉)를 체크해서 주문하면 된다. 물론 둘 다 좋아하는 먹성 좋은 사람들을 위해 둘 다 많이 많이(最愛呷)도 있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주문한 채소 많이 많이(愛呷菜)의 버전이다. 사진으로는 전달이 안될 수도 있는데 양이 정말 솔찬히 많아 딱 도착하면 이걸 다 먹을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이 든다. 갖은 채소와 버섯, 그리고 대만 사람들이 사랑하는 돼지피케이크(선지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어묵도 담겨 있어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주문한 육수와 면, 어묵과 만두도 다 도착하면 이제 준비 완료이다. 나는 매운 육수를 시켜서 리필용 육수를 따로 주셨는데 그 외의 육수를 시키면 리필용 육수는 셀프바에 구비되어 있어 편하게 가져다 먹으면 된다. 면은 라면(泡麵)이 아닌 동분(冬粉)을 시켜봤는데 얇은 당면 국수가 나왔다. 육수에 채소와 함께 끓여 먹으면 찜닭 속 당면처럼 녹진히 국물이 베어든 국수를 먹을 수 있어 좋다.
주문한 고기도 같이 도착했다. 돼지고기, 소고기 모두 있는 버전을 시켰는데 위에 소고기, 아래가 돼지고기였다. 둘 다 기본적으로 보장된, 익숙한 맛이라 고기도 개인 선호에 따라 주문하면 될 것 같다. 나는 돼지가 더 좋았는데 일행은 소가 더 좋았다고 하니 정말 호불호의 영역인 것 같다.
라면(泡麵)을 주문하면 나오는 귀여운 왕자면. 맛은 말 그대로 사리면이라 아는 맛 고대로. 다만 패키지가 너무 귀여워 사진을 찍기 좋아 보는 즐거움이 있어서 라면을 시키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옆의 채소는 일반 분량의 채소이다. 위의 채소 많이 많이 버전이 얼마나 많이 많이 들어갔는지 알 수 있는 순간이다.
소스바에서 셀프로 만들어온 소스!
훠꿔집에 가면 또 하나의 즐거움이 바로 소스 만들기가 아닌가 싶다. 나름 어디 가서 항상 먹어주는(?) 소스를 만드는데,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마늘 듬뿍, 쪽파 듬뿍, 고추 듬뿍. 그리고 거기에 중국식 간장과 해선장, 식초를 조금 둘러주면 뻔하지만 맛있는 바로 그 맛이 탄생하게 된다. 나는 탄수화물 중독자라 마늘을 정말 살짝은 맛이 간 사람처럼 듬뿍 넣는데 그게 또 나에겐 매우 별미이다. 하하.
쓰알궈(石二鍋)에 가면 셀프바에 동과닝멍(冬瓜柠檬)차가 있다. 약간은 먹기 어려운 맛일 수 있는데, 이게 나름 대만에서는 따로 시제품을 팔 정도로 유명한 음료이다. 처음에는 이게 뭐야, 싶지만 한 두 모금 먹다 보면 어느새 다시 새로운 한 잔을 리필하러 가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동과차의 오묘한 매력을 느껴보고 싶다면 가까운 감성 커피집에서 주문해 먹어도 좋다. 뭔가 그 오묘한, 맛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정확히 알 수 없는 그 신비로운 맛을 바로 경험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맛있는 식사를 하고서 받은 영수증. 2명이서 양껏 먹었는데도 채 3만 원이 나오지 않았다. 1인 훠꿔, 극강의 가성비 집이 아닐 수 없다. 맨 위의 두 줄은 육수, 그다음은 시킨 고기와 면& 밥의 종류, 그 밑은 따로 추가한 구성품들이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