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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Han Feb 17. 2021

4.명상을 '언제' 하는가?

초심자를 위한, 육하원칙으로 알아보는 명상 (4)


들어가며


명상은 언제 하면 될까? 명상은 크게 '각 잡고'와 '일상에서' 하는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고 나는 설명하는 편이다. 사실 명상의 방식을 이렇게 나누는 것은 상당히 작위적인 접근방식이며, 두 방식이 MECE하게 나눠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초심자를 대상으로, 오히려 명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 설명하는 것이기에, 방식 자체에 집착하지 말고 적당한 시기가 지나면 놓아주기 바란다. 



각 잡고 명상하기


여러분의 머릿속에 명상하면 떠오르는, <조용한 곳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고 몇시간이고 내리 하는 명상>이 각 잡고 명상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꼭 위에서 제시한 방법대로만 해야 할 필요는 없고, 사실 저 문장을 지키고만 있다고 해서 명상을 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각 잡고 명상하기의 목표는 명상 상태 1(사마타, 삼매, 선정, 참나 상태, 공의 상태...)에 들어가는 것인데, 실제로 명상 상태에 도달하기 위한 정신활동을 맞게 하느냐가 핵심이고, 세팅하는 것(각 잡는 것)은 그 활동을 보조하는 것이라고 보는 게 맞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명상 시 특정한 세팅(조용할 것, 가부좌를 틀 것, 눈을 감을 것, 시간 여유를 둘 것, 등등..)을 권장하는 데는 재밌게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명상을 한다고 이러한 원칙을 굳이 지킬 필요는 없지만 지켜서 나쁠 것은 없다.
명상 수행 시 경추를 똑바로 세워야 하는 의학적 근거도 있다

자기 전에 하세요

각 잡고 명상을 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추후 '어떻게' 챕터에서('명상 훈련'의 '전지훈련'에서) 자세히 설명하는 것이 흐름상 맞을 것 같아, 여기서는 '언제'를 중심으로 설명해 보겠다. 일단 초심자에게 있어 각잡고 하는 명상은 잠자기 시작할 때, 그러니까 씻고 침대에 누워서 보통 유튜브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하는 바로 그 시간에 할 것을 강력히 권장한다. 자기 전 명상을 권장하는 이유로, 일단 각잡고 명상하기의 한 사이클을 돌리는 데 최소 60분에서 90분 정도는 투자해야 한다는 점을 들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자기 전이 아니면 따로 시간을 내서 명상을 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조용한 장소에서 낮에 수면과 상관없이 90분 정도의 여유시간을 가지고 위의 방식으로 명상 훈련을 진행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초심자의 입장에서 명상을 한다고 무조건 명상 상태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여러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대신 침대에 누워서 잘 때 하게 되면, 여러 가지 좋은 점이 있다. 명상 상태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자연스럽게 잠에 들 수 있고, 자기 직전 이 명상을 한다고 수면의 질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며, 어차피 보통 잠은 6~8시간 단위로 자는 것이 대부분이라 90분이라는 시간 단위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 간다. 


이러한 요소는 초심자의 입장에서 보다 각잡고 하는 명상을 손쉽게 시도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만약 이렇게 자기 전에 명상 통해 명상 상태에 들어가는 것을 시도한다면 이론적으로는 매일 명상을 한다(물론 명상 상태에 들어가는 것과 명상을 시도하는 것은 다르게 세야 하지만)고 볼 수도 있고, 운이 좋다면 일주일 내로 명상 상태 1의 첫 시작을 맛보게 될 수도 있다.

자면서 명상 가이드를 들으라는 얘기는 절대절대절대 아니다

일상에서 명상하기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각잡고 명상하기'는 요즘 명상의 트렌드라기 보다는 과거 인도명상이나 불교명상에서 많이 제시되는, 올드스쿨한 명상법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은 아무래도 마음챙김 명상이 대세이기 때문에, 내 기준으로는 명상 상태 2(알아차림 상태, 이완 상태, 탈중심화, 등등...)에 들어가기 위한 '일상 훈련'명상법, 그리고 보다 가볍게 접근하면서 현실 상황에 써먹기 좋은 형태의 명상법을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이 사실이다.


원래 명상 상태 2는 스킬로 치면 패시브 스킬에 가깝다. 내가 명상을 많이 경험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으면, 자연스럽게 나는 명상에 적합한 몸상태가 된다. 그 결과 나는 평소에도 의식하지 않고도 알아차림의 상태에 있을 수 있게 되고, 불필요한 긴장이 없이 지금 여기 나를 느끼며 지내게 된다. 하지만 초보자의 경우는 명상을 경험한 기간도 많지 않고, 아직 명상과 관련된 습관화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 상태에 이르기 위한 훈련, 즉 스킬을 가동하기 위해 특정한 행위를 지속적으로 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 

알아차림(awareness)는 주의(attention)와 관련이 깊다

자동차로 비유해 보겠다.

시동을 걸어놔도 예열이 끝나기 전에는 엔진이 계속 꺼지는 중고차를 갖게 되었다.
(=명상이 아직 몸에 배지 않은 상태), 
엔진이 켜진 상태(=알아차림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평소 수시로 엔진 상태를 확인하고, 엔진이 꺼지면 다시 시동을 거는 행위(=일상에서 명상하기)를 해 주는 시기가 필요하다.
그렇게 관리를 하다 보면, 차의 상태가 좋아져 관리(=일상에서의 명상) 없이도 엔진 켜진 상태를 계속 유지(=명상이 몸에 밴 상태)가 되어 주행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자동차의 존재이유는 엔진을 켜고 끄는 것이 아니라, 엔진이 켜진 상태(=명상 상태 2의 패시브 상태)는 기본이고 주행(=나에 대한 탐구)을 하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며, 
엔진 상태를 확인하고 수시로 시동을 거는 것(=일상에서 명상하기)은 차의 상태가 좋다면(=명상이 몸에 배면) 할 필요가 없는 불필요한 행위지만, 차의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필수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더 비유를 들자면, 엔진이 켜진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주행 외의 편의 기능, 예컨대 에어컨 가동이나 오디오 재생, 열선 시트 등을 명상의 효과(인지조절, 주의조절, 정서조절)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다시 이 글의 본 목적인 '언제'로 돌아와, 일상에서 명상하기를 언제 하면 되는지를 말해보자면, 사실 결론은 간단하다. 알아차림의 상태가 아닌 것을 깨달았을 때 수시로 하면 된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비명상인의 입장에서 우리는 때로 그저 자연스럽고 본능적인 '혼란 상태'를 유지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24시간 내내 알아차림의 상태, 혹은 명상 상태 2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주문일 수 있는데, 혼란 상태를 벗어나 명상 상태(2)를 유지하는 것 자체로도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와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보다 구체적으로 일상에서 명상이 필요한 때를 제안해 본다면, 명상 상태 2의 유지가 특히 필요할 때, 예컨대 인지적 괴로움 상태나 정서적 괴로움 상태에 있을 때 선택하고 집중해서 일상에서 명상하기를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주의해야 할 점은, 명상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알아차림을 해야지' 라는 생각 자체가 일과 중에 갑자기 들  수  없다는 것이다. 동기 수준이 낮고 습관화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당연한 일이며, 아직 명상 상태 2가 패시브 스킬로 작동되지 않은 일반적인 사람은 

알아차림 상태가 꺼짐 -> 꺼진 줄 모름 -> 켤 생각이 들지 않음 -> 안 켬 -> 계속 꺼짐 상태를 유지함 

이라는 악순환에 자연스럽게 놓이기 때문에 이 순환을 깨 줄 방법론적 접근이 필요하다. 

극복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바로 일과 중에 알아차림을 떠올릴 수 있도록 알람을 미리 맞춰놓는 것이다.

Photo by Malvestida Magazine on Unsplash

하루 중 자기가 정할 수 있는 쉬는 시간이나 스스로 생각할 때 인지,정서 조절이 필요할 때(업무가 집중되거나, 스트레스가 올라가는 때)를 미리 생각해 놓고 그 때 <알아차림 하기> 라고 알람을 맞춰 놓는다.

그리고 알람이 울리면, 그때 1분이고 5분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명상 훈련 중 '일상 훈련'(알아차리기를 위한 훈련)을 해 보면서 스스로가 알아차림 상태에 들어가게끔 시도하는 것이다.


알람을 맞춰 훈련을 하는 초심자 중의 초보 단계에서는, 알아차림 상태에 들어가는 것이 훈련의 목표가 아님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훈련의 목표를 잘못 설정해 알아차림 상태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할 경우, 초심자는 알아차림 자체가 잘 되지 않는 것이 당연함에도 잘 되지 않는 자신을 탓하며, 막상 알람이 울려도 명상 훈련을 해야 할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아 은근슬쩍 알람을 무시하게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아주 사소한 행동이라도 그것을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꾸준하게 약 3달 정도 스스로를 그 행동에 노출시키는 과정을 이끌어낼 수가 없다.


명상이 되든 되지 않든, 알람을 맞추고 명상을 시도하는 과정 자체가 명상의 습관을 들이는 습관화의 과정이고, 나중에는 알람을 맞추지 않고도 하루 중간중간 알아차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 일단 최우선으로 깨야 할 퀘스트이며, 스스로를 알아차림의 상태로 만드는 것은 그 다음의 목표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마치며


이 글을 읽고, 여러분의 일상에서 명상이라는 스킬트리를 이제는 하나쯤 추가해 보고 싶다면, 내가 시간을 많이 보내는 방이나 책상 한켠에 포스트잇을 붙여 명상하기! 라고 써 놓는 것 부터 시작하자.


구글에서 mindfulness라고 검색해서 멋진 스마트폰 배경화면을 다운받아

(명상, meditation 이라고 검색하면 멋진 사진이 잘 안 나온다..)

내 주변에 '명상의 흔적'을 새기기 시작하는 그것으로 충분하다.

쉽게 말해, 각잡고 명상하기 까지 갈 필요도 없이, 일상에서 명상하기, 더 나아가 '일상에서 명상하기를 위한 버릇 만들기'가 여러분들의 첫 미션이라는 것이다.


갑자기 1시간동안 앉아서 참선을 한다거나, 명상과 관련된 책을 읽어봤자 초심자의 입장에서 그건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지치게 만드는 것'에 불과하니, 초심자라면 오히려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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