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코로나19와 미국의 변화

웹 소설 같은 논픽션 에세이 _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미국

by 김성원

<프롤로그 _ I>

2021년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미국을 보면 “FUBAR”(Fuck Up Beyond All Recognition) 저속한 군대 용어가 머리를 스친다. 굳이 점잖게 표현한다면 “엉망진창”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미국 상황은 “절망진창”이 더 적절할 듯하다.


미국은 내가 아는 범위에서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모든 영역에 ‘매뉴얼’이 잘 정비되어있다.

규모에 상관없이 각자의 위치에서 그 매뉴얼에 따라 움직이는 조직이 합쳐져 더 큰 조직이 운영된다. 각자 매뉴얼을 숙지한 조직원이나 조직은 전문가가 되는 것이고 그런 전문가 유기적인 관계가 시스템으로 완성되어 운영되는 것이 미국이다. 그런데 현재 미국이라는 종합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을 못하고 있다.


코러나19에 대처하는 미국은 미국답지도, 미국스럽지도 않았다. 미국 시스템 상황을 아주 적절하게 표현해 놓은 문구가 있다. 소설 “올리버 트위스트”로 유명한 찰스 디킨스의 1859년 작품 “두 도시 이야기”..


“It was the best of times, it was the worst of times, it was the age of wisdom, it was the age of foolishness, it was the epoch of belief, it was the epoch of incredulity, it was the season of Light, it was the season of Darkness, it was the spring of hope, it was the winter of despair, we had everything before us, we had nothing before us, we were all going direct to heaven, we were all going direct the other way.”

"최상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이었다. 지혜의 시절이면서 무지의 시대였고, 믿음의 시대이면서 불신의 시대였다. 희망의 계절이자 어둠의 계절이었고, 희망을 그리는 봄이자 절망의 겨울이었다. 우리 앞에는 모든 것이 펼쳐져 있었으나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다. 우리는 천국으로 가는 길을 안내받았으나 우리는 모두 다른 길을 향해 가고 있었다."


160년 전 찰스 디킨스가 마치 코로나 바이러스로 절망진창이 된 현재의 미국 상황을 보고 글을 쓴 듯하다.


발병 초기 미국의 대처 방법은 의연함 그 자체였다.

미국에 대해 좀 안다고 자부한 나는, 처음에 자신 넘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적절한 대처 방안이 이미 수립되어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러한 생각을 한 배경에는 미국은 바이러스 테스트 방법의 원초적 기술인 분자 생물학 방법은 이미 1970년대에 개발되어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실상은 확진 환자 수는 발병 근원지인 중국을 넘어서 세계 제일의 국가와 어울리게 세계 최대 확진자 보유국이 되었다.

한국과 미국의 첫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케이스가 발견된 것은 모두 지난 1월 20일과 21일이었다. 당시 한국은 인구 백만 명 당 사천 건의 테스트를 실행한 반면 미국은 백만 명 당 다섯 건의 테스트 밖에 못하였다.

이처럼 처참한 미국의 공공 보건 시스템의 현주소를 알 수 있는 언론 보도를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다.


1.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진단키트 부족

미국은 공공 목적의 진단 키트가 부족하여 3월 6일 미 의회는 총 83억 달러 규모의 코로나바이러스 긴급 예산을 승인하여 백신 개발, 치료제, 진단검사 등의 연구개발과 주, 지역 당국의 대응 지원을 시작하였다. 진단키트 물량을 보유한 영리 목적의 의료 기관과의 연결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아 재고를 파악할 수 없었던 것이다.


2. 미 식품의약품 안전청의 검사 절차 지연에 따른 생산 문제

매뉴얼에 따라 시스템이 운영되는 미국에서 관련 담당자는 아마 심각성에 대한 능동적인 대처보다는 매뉴얼대로 본인 업무를 진행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를 볼 수 있는 상급자의 지시가 있었다면 지금 보다는 좀 더 진전된 상황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매뉴얼에 없는 상황에서 능동적 대응보다는 관행화된 매뉴얼을 따랐기 때문에 심각단계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매뉴얼 사회에서 미국 생산 업체 입장에서는 생산할 근거가 없었고 결국 통수권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 만에 승인이 나도록 하겠다”는 결정을 내림으로 상급자의 지시를 전달받게 된 것이다. 이는 매뉴얼에 근거한 업무 수행이 야기시킨 개인주의의 폐해라고 본다.


3. 공공 기관의 불필요한 요식행위 & 잘못된 정보

국가 비상사태에 준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공공기관들이 보인 태도는 모두 각자가 속한 기관의 당위성을 표명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말 그대로 Job Security에 입각한 처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일 기자들 앞에서 설명과 질문에 대한 답을 준비하여야 했을 테고 그 답변들은 각 기관의 전문가들이 준비했을 것이다. 실질적인 파악보다는 전달해 받은 내용들을 또다시 대통령에게 전달한 결과 3월 6일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사람이 테스트받을 수 있다”라고 발표하였다. 그 결과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집안에 머물 것(Self-Isolation)을 명령하게 되었다.


나의 지극히 사견으로 결론을 내면 위의 3가지 이유로 미국 국민들은 테스트와 치료에 골든 타임을 놓쳐버렸다.


2021 국방 예산 9,340억 달러 세계 제1의 군사 대국이며 2위인 중국의 6배이고 3위부터 10위까지 국가의 국방예산을 모두 합친 것의 2배의 규모로 움직이는 미국이 전시도 아닌 때에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제정한 ‘국방물자 생산법’을 발동시켜 자동차 전문 생산업체인 GM에게 산소호흡기를 생산하도록 명령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더욱이 Pandemic Preparedness(전 세계 유행병 대비 상황) 평가에서 세계 최고 평가 수치인 83.5란 기록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걸까?


미국과 관련된 내용을 언론을 통해 보면서 미국의 현재 상황과 현주소를 파악하게 된다.


현 미국 국립 알레르기 감염병 연구소장인 Anthony Fauci 박사, 그는 매일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백악관 브리핑에 참석하는 분이며 솔직하게 상황을 전달하는 분이다.

Fauci 박사가 지난 2021년 3월 15일 자 가디언지에 “현재 우리의 시스템으로는 우리가 당장 필요로 하는 것을 얻을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는 실패한 것이며 이를 받아들이자”라고 하였다. 이는 현재 미국의 시스템으로는 코로나바이러스를 처리할 공적 능력이 없음을 선언한 것이라고 본다.


버클리 대학교 공공정책학 교수이자 전 미국 노동부 장관을 역임하였던 Robert Reich 교수는 현재 미국의 의료 시스템에 관하여 아래와 같이 언급하였다..

“우리는 공공 의료 시스템 대신에,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운이 좋은 사람들을 위한 민간 영리 시스템과 정규직 일자리를 가질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운이 좋은 사람들을 위한 까다로운 민간의료보험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기껏해야 두 시스템 모두 대중 전체의 요구보다는 특정 보험가입자 개인의 요구에 부응하는 제도이다. 미국에서는 공공보건, 공교육 또는 공공복지에서와 같이 "공공"이라는 단어는 공통의 이익이 아닌 개인의 욕구를 총합한 것을 의미한다”.


미국 의료 시스템의 양극화를 지적한 Robert Reich 교수의 발언은 자본주의의 민낯 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아래의 표는 지난 30년간 미국의 의료보험 지출 상황표이다.

2018년 기준 총 3조 6천억 달러가 지출되었으며 이 중 민간의료보험 지출 금액은 2조 달러를 조금 넘고 공공의료보험의 지출액은 1조 달러가 조금 넘었다. 2018년 기준 약값 총 사용금액 4,820억 달러이며 세계 10대 제약회사들 중 6개가 미국 회사이다. 2018년 7월 기준 미국 의료 업종에 총 6,240억 달러의 사모펀드가 투자되었다


이처럼 정부 주도의 단일 의료시스템이 아닌 민간 의료보험사와 민간 병원이 의료보험을 관할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금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하여 공공을 위한 국가의 의료시스템과 국가 통제의 취약성이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아래에 1~6까지 나열한 미국 의료 시스템을 보면 복지정책이 잘 정비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부가 주도하지 않는 미국의 의료 시스템이다.





<미국 의료보험 시스템>

1. 메디케어 : 65세 이상 대상 연방정부(국가)가 제공

2. 메디케이드 : 65세 미만 저소득층 연방정부와 주정부 공동 제공

3. 아동 건강보험(CHIP) : 저소득층 자녀(19세까지) 대상 주정부가 제공 또는 보조

4. VA의료보험 : 전. 현역 군인 대상 국가보훈처 제공 (현역 가족까지)

5. 오바마 케어 : 민간의료보험에 연방정부 보조

6. 사보험


이러한 의료 시스템은 환자가 직접 병원비를 지불하는 직불제와 민간 의료 보험에 의존하는 방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의료 비용은 다른 서구에 비해 높은 의료 비용, 높은 보험료로 인한 저조한 보험 가입률, 그에 따른 미국 국민의 건강 문제 증가율에 기여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미국 의료 시스템의 또 다른 문제는 관료적인 의료와 관련된 관행, 의료 제공의 인종/민족 및 성별에 대한 편견, 병원 오류 및 의료 사기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또한 의료계 3대 커넥션인 보험-의료(제약회사, 진료, 병원)–변호사간에서 발생하는 모든 관련된 비용이 병원비에 포함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다만, 미국 의료 시스템에서 장점을 들자면 치료 우선 정책이다. 의료보험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응급실에 가면 서류 절차 없이 의사의 진료와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하는 정책이다.


Photo by Jose Moreno on Unsplash



미국의 의료 시스템과 매뉴얼 시스템 사회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미국의 역사를 잠깐 언급하고자 한다.

미국의 뿌리는 자유를 근거로 하고 있다. 유럽에서의 자유란 개인이 기득권 층으로부터 쟁취한 전리품 같은 것이었다면 미국은 그 자유를 찾아 스스로 개척한 자유주의 정신 그 자체였다. 자연스럽게 자본주의와 개인주의의 발달로 이어졌다


두 번의 세계대전 참전으로 부의 축적과 질적 양적인 과학 발달로 다양한 산업이 발전하였고 미국 자체의 저력과 능력을 인지하면서 자본주의 경제 사회 구조의 롤 모델인 중산층의 발달로 노동자의 천국이 되었다. 경제 발전은 거래의 발달이 되었고 그 사이에 일어나는 수많은 분쟁 조절을 위한 소액 재판 제도가 발달하여 필요하다면 국가를 상대로 한 재판도 가능하게 되었다. 각기 다른 헌법과 행정 기반을 가진 50개의 주를 효과적으로 관할하기 위해서는 매뉴얼에 따른 절차를 강조할 수밖에 없었고 그에 따른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여 왔다.


자본주의, 개인주의 그리고 매뉴얼이 강조된 사회에서 전 국민을 보험에 가입시키기 위해 미 가입 시 벌금을 부과하는 강제성까지 대입한 ‘오마바 케어’는 당시 존재하는 민간 의료보험과 국가가 일정 부분을 부담하는 절충안으로 어렵게 실현이 되었지만 “정부가 보험을 거부할 수 있는 개인의 자유를 벌금이라는 제도로 제안했다"라는 이유로 트럼프 정부에서 제동을 걸어 방향성을 잃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노동자의 천국은 1970년대부터 노동집약 산업은 동아시아 개발도상국에 자본·기술집약 산업은 서유럽 · 일본으로부터의 압박에 이중으로 노출되었다. 이에 따라 초래된 경쟁력 상실과 생산성 둔화는 경쟁 산업의 퇴출과 함께 노동자 실업 현상 발생을 초래하였다.


길 잃은 오바마 케어, 실업 증가로 이어진 미국은 현재 전체 인구 중 약 3천만 명 정도가 의료보험이 없고 전체 노동자의 30% 정도는 유급 병가를 내지도 못하고, 시간당 10.49달러 미만의 저소득 노동자가 70%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계속해서 공립학교를 폐쇄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대부분의 맞벌이 부모들이 육아 비용을 감당할 수 없으며 저소득층 가정 출신의 많은 학생들은 하루에 단 한 끼의 정량적인 식사를 위해 학교 급식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스앤젤레스에서만도 약 80%의 학생들이 무료 또는 할인된 급식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전 세계의 패권을 차지하고 지키기 위해 지출되는 막대한 군사적 비용에 회의를 느끼며, 80년대 일본과의 무역 전쟁이 재현되는 현재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사업에서는 무조건 승리해야 한다"는 ‘위대한 미국’을 주장한 트럼프 대통령을 뽑은 미국인!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궁금하다.


‘미국’이라는 나라를 가리키는 말이나 표기를 할 때 나오는 ‘아름다운 나라’ ‘쌀의 나라’ ‘미합중국’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국가’ 등의 의미에 대한 이유와 역사를 따지고 싶지는 않다. 이 글을 적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공부하고 그 나라를 움직이는 조직 중 한 곳에서 사회생활을 경험한 ‘나’라는 사람의 시각에서 본 미국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이 내용도 나의 미국 생활 경험을 기반으로 한 주관적인 생각이다. 그런 관계로 이 글에서 인용되는 수치나 자료가 최신의 것이 아닐 수도 있음을 사전에 말하고자 한다. 하지만 말하고자 하는 의미와 행간의 뜻은 글을 읽는 분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얼마 전 헨리 키신저 국무 장관의 짧은 한마디는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질서를 영원히 바꾸어 놓을 것”


코로나바이러스가 바꾸어 놓은 세계질서를 누가 주도할지 사뭇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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