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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원 Mar 24. 2024

1980년대, 내 삶의 놀이터

1980년대 부산으로 떠나다.


1980년 초반 당시 우리 동네에는 가게가 3곳이 있었다. 하나는 구멍가게, 하나는 쌀집 겸 동네 부식가게, 그리고 하나는 문방구였다. 업종에 대한 존중을 하면서 동네에 필요한 물품을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왼쪽의 셔터문이 있던 집이 동네의 구멍가게였다. 그리고 오른쪽 집은 문방구였고 그 아래가 쌀집이었다.


쌀집 아저씨는 처음에는 자전거로 쌀을 배달하였고, 어느 순간 오토바이로 배달을 하셨다. 동네에서는 아저씨의 오토바이가 아이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고, 쌀집 아저씨의 아들이면서 나보다 나이가 많았던 형은 동네 아이들에게 자랑거리로 주차한 오토바이를 아이들에게 태워주곤 했다. 그러다 아저씨에게 들켜 형이 혼나곤 했었다.


동네의 가게 3곳이 업종간 평화협정이 깨진 것은 젊은 아기 엄마가 문방구에 구멍가게 상품을 추가하면서 벌어졌다. 기존 구멍가게와 문방구에 구멍가게 상품을 함께 파는 상황에서 골목길에 마주 보고 경쟁하던 묘한 관계가 되었다. 기존의 왼쪽 구멍가게 주인 할머니는 동네 꼬마들에게 강압적으로 문방구 구멍가게에 가지 못하게 말씀하셨다. 그에 반해 문방구 구멍가게 젊은 아기 엄마는 아이들에게 친절하게 하면서 가게 이용을 회유를 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 동네 골목

오후가 되면 동네 구석구석에 살던 아이들이 몰려나와 딱지치기, 구슬치기, 숨바꼭질, 자치기, 오징어 달구지, 총싸움에 연탄재 싸움까지 그리고 형들과 동네 뒷산에 올라가 곤충 채집까지...

손 야구를 할 때면 온 동네가 시끄러워 여기저기 아줌마들이 고함소리에 도망치다가 다시 모이는 해프닝...

아이들의 웃음과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아 동네가 시끄러웠던...

동네 아이들끼리 싸우고 다쳐도 다음 날이면 또 함께 놀아야 하기에 금방 친해질 수밖에 없었던...

그 시절...


1980년 대 그 시절에는 어른 보다 아이들이 많았고, 동네는 아이들의 놀이터였고, 영역이었다. 동네 아이들은 형제처럼 지내며, 학교에서 서로를 아끼며, 지켜주는 관계였다. 우리 동네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끈끈한 유대감이 있었던 시절이었다


2009년 지금은 재 개발 준비로 동네 사람은 보기 드물고, 아이의 소리는 전혀 들을 수 없는 삭막함과 을신년스러움이 더해져 영화 속 세트장의 폐허 도시에 방문한 느낌이다. 그리고 익숙한 공간에 자리 잡은 건물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내 눈에만 보이지는 또 다른 세상의 영화 속 공간을 거니는 듯했다.


이 시절 난 어른이 되면 무엇이 되겠다는 포부는 없었다.

정말 오늘 하루 재미있게 노는 것이 지상과제였다. 가끔 놀 친구도, 할 일도 없는 드문 날이며 집에 있는 누나와 아버지 책을 뒤적거렸다. 그렇게 부담 없이 읽게 된 책이 한국 현대문학 소설 전집이었다.

당시의 나는 하루하루가 행복했다.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공부는 학교에서만 하는 것이고, 숙제는 잠자기 직전에 잠깐, 시험은 그날 그냥 기본 실력으로 임하는 것이었다. 적정 성적 이하이면 선생님들이 우리에게 매를 들었다. 나는 다행히 그 적정 성적은 넘었다. 그래서 국민학교를 다니는 나에게 시험은 학교 생활의 일부였고, 좋은 점수를 바라지도 않았다. 학창 시절 스트레스가 없는, 공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 그것이 나의 유년시절 추억이다.


규정된 삶에 얽매이지 않고 나만의 방식으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그렇게 난 그 시절 행복한 삶을 살았다.


1980년 살던 나의 옛 동네에서 내 어릴 적 삶을 돌아보니, 2009년 내 삶이 힘들고 어려웠던 이유를 어렴풋이 찾게 되었다. 퇴사 같은 휴직을 하고 낯선 고향으로 여행을 오게 된 이유를....


국민학교에 가기 싫었던 기억은 없었다. 동네도 학교도 당시 나에게는 놀이터였다.

세상을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을 알려준 삶의 놀이터였다.


동네를 벗어나면서 문득 든 생각은 지금 나는 내 삶의 놀이터에 있는 걸까?라는 의문이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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