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부산으로 떠나다
70~80년대 학교를 다닌 중장년들에게
학창 시절 등하교 길은 추억이 가장 많은 시공간이다.
당시 나는 걸어서 보통 20~40분 정도 소요되는
시간을 등하교했다.
물론 등교 시간은 짧았고 하교 시간은 길었다.
아침잠이 많은 나에게
등교 시간을 맞추는 것이 어려웠다.
하교는 해방 감에 친구들과 놀면서 집에 오다 보니,
등교 시간보다 2~3배 늦는 것이 다반사였다.
간혹 준비물을 갖고 오지 않은 날이고
채벌을 하는 선생님 시간이라면,
1교시가 시작되기 전 자습시간에
집으로 뛰어가곤 했다.
지금 돌이켜 봐도 참... 미련하다는 생각...
하지만 채벌이 너무 무서웠던 시절이었다.
아래의 길은 당시 나의 초중교 등굣길이었다.
당시에는 이 길에 증기 기관차가 다녔다.
기찻길 옆 집들은 당시보다는 개축하였지만
거의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이 길에 증기기차가 지나갈 때면
아주 멀리서부터 소리가 들린다.
기관차 아저씨는
주택가 밀집한 이 길에 들어서면 속도를 늦춘다.
증기기관차의 검은 연기와 경적이 들리면
아이들은 가방을 등에 짊어지고
기찻길 옆으로 향한다.
속도를 늦춘 기차가 지나가면,
아이들은 기차에 매달려
등하교 길에 기차를 탔다
소심하고 겁이 많던 나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준비물을 집에 두고 온날
도저히 시간을 맞출 수 없었던 그날
나는 용기 내어 감행을 했었다.
그리고 성공....
이후 가끔 나도 초, 중학교 때
기차로 등하교를 했다.
당시 기차를 탈 수 있는 아이와
타지 못하는 아이들이 구분되었다.
친구들이 탈 때 나는 친구들이
기차에 내리는 곳까지 뛰어갔다.
그런데
필요에 의해 기차를 탔다.
재미와 호기심이 아닌
필요에 의한 도전을 나는 했었다.
지금도 나는
필요에 의한 의지와 열정을 불태운다.
나의 필요 의지는 자의와 타의가 혼재되어 있다.
어쩌면 내 삶이 힘든 이유가
내가 선택한 필요가 결여되고
타의에 의한 필요가
내 삶에 많아서 힘들어하는 지도...
이 길을 걸으며,
나의 자의지에 대한 것을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