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영화의 비밀요원 훈련 같은 교육

웹 소설 같은 논픽션 에세이 _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미국

by 김성원

첫 번째 교육 기간의 마지막 날인 금요일...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교육은 정각 09시에 시작되었다. PS는 우리 교육생들에게 종이와 필기구를 제공하면서, 오늘은 퀴즈(quiz-미국의 쪽지 시험)를 시행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스크린에 나오는 질문을 보고 종이에 답을 쓰라고 하였다. 총 20문제의 주관식으로 슈퍼컴퓨터 레벨에 따른 연산 능력과 현재 수출된 국가와 품목명, 사용 중인 기관 이름 그리고 목적 등 지난 나흘간 교육받았던 내용에 관한 것이었다. 우리는 열심히 퀴즈를 풀었고, PS는 교육생들의 답안지를 회수해 갔다.


우리는 PS로부터 퀴즈 답안지를 받고 각자의 답안 내용을 맞추며 잠깐의 휴식을 취했었다. 휴식 후 이어진 시간, PS는 우리 앞에 굳은 표정으로 서서 첫 탈락자들이 나왔고 말했다. 그리고 총 교육생 25명 중 11명의 탈락자를 호명하였다. 우리는 의아해했다. 1주일 간의 교육 후 퀴즈(쪽지 시험)만으로 첫 탈락자를 가려낸다는 사실이 좀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여기 오기 전 계약서에 모두 사인을 했기에 이의 제기는 할 수는 없었다.


슈퍼 컴퓨터 CRY-I

첫 교육 의도는 슈퍼컴퓨터에 대한 기본 내용을 익히는 것과 함께 교육 참여도, 집중력 그리고 기억력 테스트를 하려 한 것 같았다. 그래서 필기구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던 것 같다. 마치 영화에서 비밀요원들이 한번 보면 모든 것을 암기하는 것처럼, 우리도 1주일 간의 교육을 통해 그러한 능력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는지 테스트받은 느낌이었다. 교육을 받는 동안 핵심 내용은 무엇이며, 무엇을 기억해야 하고, 왜 그것이 중요한지 에 대한 것들을 파악하고 숙지하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내가 받은 교육을 돌이켜 보면 영화 속 장면들이 오버랩된다. 미국 허리우드 영화 속의 미 요원들의 훈련 장면이 상상이 아닌 어느 정도 근거를 갖고 있는 장면들이었다.


PS는 첫 교육을 통과한 나머지 14명은 다음 교육을 위해 해외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했다.

슈퍼 컴퓨터 CRY-I

해외 이동을 위해 다음 날 아침 08시 30분까지 여권과 신분증 그리고 2박 3일 동안 머무를 최소한의 짐을 준비하여 뉴욕 JFK공항 TWA항공사 카운터 앞으로 집결을 공지하였다. PS는 해외에서 앞으로 16주간의 또 다른 교육이 시작될 거라 말할 뿐, 우리가 어느 나라로, 어떤 교육을 받게 될 지에 대해서는 말해 주지 않았다.


당시 나는 첫 교육 통과에 대한 안도와 다음 단계 16주간의 해외 교육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했었다.

첫 교육을 통과한 몇몇 동료들과 점심을 같이 하면서 다음 날부터 시작되는 또 다른 교육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 그들도 나와 같이 불안과 희망이 엉켜있었다. 첫 교육을 통과한 기쁨으로 우리는 꿈에 찬 어른 아이처럼 앞으로 우리가 맞이하게 될 일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걱정과 기대로 점심시간을 채웠었다.


지금도 기억한다. 동료들과 점심 이후 숙소로 오는 길에 정리되지 않은 많은 생각들이 스쳤던 것을...

만약 내가 G박사님이 주신 계약서의 내용을 꼼꼼히 읽었었더라면 아마 사인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그것은 아마도 알 수 없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갈 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두려움에 떨어야 했던 기억...


대학 졸업 후 불법 체류자였던 나에게 G박사님의 제안은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1차 교육을 통과 후 느꼈던 것은 앞으로 부딪치게 될 미래의 불확실성에 두려워했던 기억이 또렷했다. 미래의 불확실성 앞에 놓인 현재 상황에서 선택은 순전히 자신의 몫이다. 현재의 상황은 나와 연결된 것들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현재는 과거의 내가 선택한 결과이기도 하다. 불확실한 미래의 결과는 현재 내가 선택하는 것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돌이켜 보면 내 인생의 선택은 위험과 기회의 연속이었다. 선택은 언제나 위기를 함께 갖고 있다. 선택하는 순간 나의 생각과 행동에 따라 위험이 기회로, 기회가 위험으로 바뀌기도 했다. 위험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그 위험을 극복하는 순간 성과와 성공이 따르기도 했고, 기회를 활용하지 못해 깊은 수렁에서 허우적 되기도 하였다.


나의 20대는...

인생 풋내기가 생존하기 위한 선택의 연속이었고, 선택에 따른 책임을 감당하기 위해 나 자신과 무수히 싸웠던 시간이었다. 나와의 싸움에서 나도 모르게 애늙은이가 되어 가면서 삶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되었던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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