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초반의 Ice-Breaking과 Small Talk는 너무도 중요해
사진까지 보여주며 진지하게 설명하는 그의 조언에 묘하게 빠져들었다.
그가 설명하는 "협상"이는 이제까지 내가 알고 키우던 "협상"이와는 본질부터 다른 이야기였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 그의 말을 끊었다.
"나는 이 커피집의 시그내쳐인 버섯 포카치아를 먹을 건데, 재훈은 뭐 먹을래?"
"우리가 오후 2시에 만난 건데, (협상이 주인)께서는 벌써 배가 고픈 거야?"
"왠지, 공짜로 들어서는 안 될 이야기를 재훈이 나에게 해주는 것 같아서, 뭐라도 사줘야 하지 않을까 해서..."
"그럼 나는 뜨거운 아메리카노 커피 한잔 더."
(협상이 주인)이 알아야 할 (협상이 다루기)에 대한 보따리를 그가 풀기 시작했다.
협상 초반의 Ice-Breaking과 Small Talk는 너무도 중요한 요소인데 흔히 간과되기 쉽다.
(맨 아래 사진은, 2012년, 당시에 재훈이 같이 일하던 영국 변호사와 함께, 우리나라 굴지의 인터넷 회사와 협상하러 테이블에 앉자마자 Ice-Breaking으로 한바탕 크게 웃고 있는 모습이다. 당시에,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에 대한 이야기로 테이블에 앉은 모든 사람들이 빵 터지게 웃으면서 분위기가 화기애애 해졌었다.)
그는, (협상이 주인)인 내가 그의 매뉴얼대로 "협상"이를 잘 키우는 것을 나중에 확인하면, 지난 18년간 다양한 협상을 본업으로 해 오면서 그가 만난 협상의 무림고수들을 한 명 한 명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으로 동네에서 소개해 주겠다고 했다. 첫 번째 무림고수는 미국 애틀랜타에서 활동 중인 Mike A. 변호사 이야기였다.
미국 애틀랜타에서 2011년에 그가 만난 Mike A 변호사는 뉴욕의 대형 보험회사를 대리하는 유명한 변호사였는데, 전형적인 뉴욕 영어를 사용하면서 말을 차분하게 천천히 한다. 지금은 65세의 베테랑 변호사이고, 이제 둘은 서로 친구가 되었기에, 하루는 그가 Mike A. 변호사에게 물어봤다.
"Mike, 왜 상대방에게 말할 때 언제나 일부러 천천히 말을 하는 거야?"
"재훈,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말을 빨리하는 경향이 있어. 똑똑해 보이고 싶어서 그럴 수도 있고 공격성을 드러내기 위해서 그럴 수도 있지. 그러나 상대방은 그렇게 말을 빨리하는 변호사들에게 잠재의식적으로 경계를 하게 되어 있어.
첫째, 이 상대방 변호사가 말을 빨리하는 이유는, 나에게 뭔가를 숨기고 싶어서, 내가 문맥 중에 어떤 부분을 catch하지 못하게 하려고 말을 빨리 할 거야.....라는 불필요한 오해.
둘째, 이 상대방 변호사가 말을 빨리하는 이유는, 나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나를 무시하는 태도가 무의식 중에 깔려 있는 거야.....라는 불필요한 오해.
셋째, 상대방 변호사가 말을 빨리 하면, 그 말을 듣는 측은 무의식 중에 "탠션, aka 긴장감"이 올라갈 수밖에 없어. 문맥을 따라가느라 신경이 곤두서지. 상대방의 탠션/긴장감을 올려서 나에게 이득 될게 하나도 없거든.
넷째, 재훈 너도 알다시피, 미국에는 다양한 문화적, 인종적, 사회적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어. 상대방이 겉으로 보기에는 미국에서 태어난 백인 또는 흑인 등으로 보여도, 실제로는 동유럽에서 막 이민을 온 사람이거나 아니면 불어를 쓰는 아프리카 나라에서 미국으로 잠시 출장을 온 사람일 수도 있어. 뉴욕 영어로 말을 천천히 하는 비즈니스 습관을 가진 나를 보고 이 사람들은 무의식 중에 안도감도 느끼고 배려심도 느끼나 봐. 언제나 말을 천천히 할수록 "협상 타결/성공률"이 높아져.
그는 Mike A. 변호사가 그에게 해준 말이 다 맞다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공감한다고 했다.
1995년부터 그의 미국 생활이 시작되었었다. 미국의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에서, Juris Doctor가 되는 로스쿨에서, 일터에서, 사회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었다. 유럽과 남미와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온 이민자들이 영어라는 언어장벽이 있음을 간파하고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 과정에서 그 사람들의 인격이 드러나곤 한다.
재훈은 비즈니스 협상 테이블에 앉았을 때 상대방 협상자가 영어가 모국어가 아닐 경우에는, 재훈이 더 쉬운 영어로 더 천천히 말하게 된다. 상대방이 영어라는 이슈때문에 나의 메시지를 오해하거나 부정확하게 이해하면 결국 양측 모두에게 손해다. 또한 상대방에 대한 나의 섬세한 배려가 결국 서로가 윈-윈 할 수 있는 협상 결과를 도출하는데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재훈은 (협상계의 무림 고수)로 인정한 Mike A. 변호사와 2012년에 미국에서 점심을 같이 먹으면서 아래와 같이 질문했다.
"Mike, 너의 협상 공력은 대단한 것 같아. 너도 협상에서 힘들어하는 부분이 있어? 없지?"
"재훈, 나는 꽤 유명한 협상 변호사로서 큰 케이스들을 성공적으로 잘 다루어 왔지만, 나에게도 잘 안 되는 부분이 있어. 내가 상대방에 대한 배려, 오픈 마인드, 그리고 협상에 대한 전문성 등은 자신 있지만, 협상 초기에 해야 하는 아이스 브레이킹 (Ice-Breaking)은 참 힘들어. 나는 유머감각이 부족하고 넉살이 좋지 못해. 협상 초반에 진행하는 Ice-Breaking과 Small Talk (스몰 토크)가 너무나 중요한 요소인데... 그건 내 노력으로 안되더라고."
이것도 Mike A. 변호사 말이 전적으로 맞다.
아이스 브레이킹 (Ice-Breaking)의 의미는 말 그대로 "얼음 깨기"인데, 상대방을 처음 만났을 때의 어색함을 친근한 인사 또는 유머 또는 덕담으로 극복하는, 다시 말해서 어색함과 서먹서먹한 분위기라는 '얼음'을 깨는 자연스러운 행위를 말한다. Ice-Breaking은 다른 말로 Small-Talk라고도 말하는데, 그 의미는, 협상 테이블에서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즉 본격적인 사업 이야기를 하기 전에, 자연스럽게 "여담"을 나누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협상장에 들어서서, 처음 보는 협상 상대방과 인사할 때 내 명함을 건네면서,
"저는 이 협상을 위해서 어제 이 도시에 도착했습니다. 15시간의 비행으로 너무 힘들었는데, 이 도시는 어떤 음식이 유명한가요?"
또는
"당신의 넥타이 색깔이 멋지군요. 당신의 패션 감각에 우리가 한방 먹고 시작하는군요, 하하하."
재훈이 단언하건대, 인공지능 AI는 Ice-Breaking이나 Small-Talk 분야에서 절대로 인간을 능가할 수 없을 것이다. (다행이다).
재훈이 2019년에 미국 맨해튼 6번가 Midtown Hilton에서 만난 Craig 변호사는 Ice-Breaking의 대가였다.
유머가 고급지고, 처음 보는 변호사들을 서로 간에 서먹서먹하지 않게 초반 분위기를 너무도 잘 편안하게 이끌었다. 이-디스커버리 분야가 전문인 뉴욕 6번가의 Craig 변호사 이야기는 약속한 대로 다음번 브런치 먹으면서 듣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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