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ehoon Shim Oct 09. 2020

(2)악성 댓글로 벽보에 낙서한 나그네 만나다. 뭐지?

진짜로 나타날줄이야. "협상"이를 찾을 정보를 준다고? 정말로? 어떻게?

드디어 금요일 오후 2시다. 그 또는 그녀가 오는 것을 보려고 일부러 창가 옆 테이블에 앉아서 밖을 한동안 주시하고 있었다. 곤트란 쉐리에 커피집 안쪽에서 누군가가 내 테이블로 오더니 말을 걸었다.


"누가 오는지 열심히 밖을 바라보시는 것을 보니 '협상'이 주인이신가 봅니다. 여기 앉아도 되겠습니까?"


아니, 이 사람은? 내가 커피집에 도착하기 한참 전부터 저 안쪽 테이블에서 하얀색 LG Gram 노트북으로 열심히 뭔가 작업을 하고 있던 그 빨간 넥타이에 양복을 입은 그 남자 아닌가? 멀끔한 제냐 양복에 몽블랑 만년필을 들고 있는 외모를 보니, 갑자기 이 사람은 '악성 댓글러'가 아니라 '이타적인 충고자'였나? 참으로 세상은 오묘하다. 만약 내 앞에 등장한 이 사람이 슬리퍼에 반바지 차림이고 요소요소에 작은 문신들을 보일락 말락 하고 있었다면 나는 원래대로 '내 벽보에 낙서한 악성 댓글러'임을 바로 알아챘을 것이다. 그런데 내 편견을 보란 듯이 깨면서 멀숙한 비즈니스맨이 나타난 것이다. 


이래서 외모 첫인상이 중요한 건가?


참 내. 난 오늘 악성 댓글러와 싸우러 머리 묶고 슬리퍼에 펑퍼짐한 바지를 입고 왔는데... 한판 주먹다짐으로 붙을 경우를 대비해서 편한 옷이 확보해 주는 가격 거리 (striking distance)를 충분히 늘려주는 패션을 하고 왔는데... 약간.. 쪽 팔리다.


"저도 약 20년간 비슷한 종류의 "협상"이를 키워봐서, 붙이신 벽보를 보고 음... 내가 도울 수 있다면 조언을 해 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기분 나쁘지 않으셨지요?"


밤색 빈티지 느낌 나는 큰 사이즈의 코우치 서류가방을 보고, 왠지 이 사람 직업이 변호사일 수도 있겠다는 촉이 왔다. 아니면 명품회사 판매 외판원인가?


"예, 우리 "협상"이를 찾아서 다시 집에 데려올 수만 있다면이야 어떤 도움이라도 받아야죠. 어떤 정보를 저에게 주실 건가요?"


나는 대뜸 본론부터 꺼냈다.


그러자, 이것저것 필요 없고 본론으로 들어가자 라는 식으로 어떤 정보를 줄 거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나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내 벽보에 낙서한 이 양복 입은 나그네는 대뜸 나에게 말을 놓았다.     

  

"나에게 현상금 500만 원 줄 필요는 없소. 그냥 오늘 커피 한잔 사시오.

난 뜨거운 아메리카노.

당신은?"

 

(다음장에... 계속).

정말로 나타난 그 악성 댓글 쟁이 나그네. 밤색 빈티지 느낌 나는 큰 사이즈의 코우치 서류가방. 이래서 외모 첫인상이 중요한 건가? 난 오늘 싸우러 머리묶고 슬리퍼에 펑퍼짐한 바지

#하얀색 LG Gram

#몽블랑 만년필

#제냐

#코우치

#빈티지

#아메리카노 커피

#곤트란 쉐리에

#온통 외래어?

#우리말을 사랑합시다


이전 01화 (1) 집 나간 "협상"이를 찾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