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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hoon Shim Oct 09. 2020

(1) 집 나간 "협상"이를 찾습니다.

도와주세요. 찾아주신 분께 500만원. 주인인 나의 삶이 힘들수록....

도와주세요. 

주인인 나의 삶이 힘들어질수록 

나는 "협상"이의 도움으로 인생을 업그레이드하고 싶답니다.


안녕하세요. 집 나간 우리 "협상"이를 찾으려고 동네방네, 아래처럼 "협상"이 사진과 벽보를 붙였답니다. 

난데없이 찾아온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벌써 8개월째 실업자인 저는, 그 어느 때 보다도 "협상"이가 필요합니다. 8개월째 긱-워커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긱-워커가 뭐냐고요? 코로나 팬데믹이 앞당긴 긱-이코노미 (Gig Economy) 시대에 "초단타 독립형 노동자"를 긱-워커 (gig worker)라고 하더군요. 


우리 "협상"이의 인상착의 및 특징

(1) "갑"에게 "을"인 내가 부당하게 밀리는 상황이 발생하면 우리 집 "협상"이는 자신의 협상 내공을 발휘해서 주인인 나를 돕기는커녕, 매정하게 가출을 해버리곤 합니다.

(2) "협상"이는 알아서 스스로 크는 것이 아니라 주인인 내가 갈고닦아주고 공력을 키워줘야 한다며 매일 주인의 관심을 받으려 칭얼거립니다.

(3) "협상"이 잘 키우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들을 열심히 읽어봐도 까다로운 우리 "협상"이에 맞는 내용은 잘 없어요. 

(4) 도와주세요. 주인인 나의 삶이 힘들어질수록 나는 "협상"이의 도움으로 인생을 업그레이드하고 싶어요.


어느 날, 협상이를 찾기 위해 동네방네 붙인 (Missing, 집 나간 우리 "협상"이를 찾습니다. 찾아주신 분께 500만 원 드립니다)라는 벽보에, 누군가 뼈 때리는 악성 댓글로 아래와 같이 낙서해 놓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 길가던 나그네가 벽보에 쓴 댓글

내 경험상 주인인 당신이 바뀌기 전에는 집 나간 "협상"이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찾아봐도 소용없습니다.

"협상"이가 좋아하는 것, 꺼리는 것, "협상"이가 어떻게 단련되어 "협상 고수"가 되고 싶어 하는지를 먼저 파악해야지. 

"협상"이는 진정으로 힘들어하는 주인님을 위한 삶의 무기가 되어주고 싶으니까.


뭐라고? 

자칭 길가던 나그네라는 사람이 내 벽보에 쓴 댓글에 다시 나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집 나간 우리 '협상'이를 찾고 있는 나의 절박한 마음에 뼈 때리는 심한 말 아닙니까?

어디, 만나서 이야기해봅시다.  

이번 주 금요일, 이 벽보가 붙어 있는 동부이촌동 골목길 곤트란 쉐리에 커피집에서 오후 2시에 기다리고 있겠소.


그 또는 그녀는 정말 나타날까?

(다음장에... 계속).

2011년, 우리 "협상"이를 얻자마자 당장 PetCo로 가서 필수품 구입하며 내 갤럭시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 생후 몇 주 만에 엄마 진돗개와 아빠 풍산개를 뒤로하고 새근새근 낮

#협상이는 어디에?

#현상금이 500만 원이나?

#협상 고수

#삶의 무기

#실업자

#gig

#긱

#악플은 디지털 인터넷 용어

#낙서는 아날로그 20세기 용어

#도대체 뭐에 관한 책? 

#다음장에 협상이 커밍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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