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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hoon Shim Oct 09. 2020

(3)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관(coffin)은?반전조심

바보야, "협상"이는 "가슴"으로 키우는 거지 "머리"로 키우는게 아니야

그는 뜨거운 아메리카노 커피.

나는 캐러멜 마키아또.


커피를 마시면서, 본인이 나이가 더 많지만 그런 건 개의치 않는다며 본인 이름이 재훈이니까 그냥 편하게 '재훈'으로 부르고 말을 놓으라 했다. 그리고 내 이름을 모르니 나를 "협상이 주인"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협상이 주인)이 알아야 할 협상이의 특징과 본질에 대한 그의 충고는 다음과 같았다.


heart zone (가슴의 영역)과 head zone (머리의 영역)


협상할 때 사용하는 단어들을 선택할 때 heart zone (가슴의 영역)과 head zone (머리의 영역)을 구분해야 한다. 


미국에서 장례식을 많이 다녀보면,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관 (coffin)이 어떤 관인지 알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관 (heaviest coffin)은 바로 가장 작은 사이즈의 관 (smallest coffin)이다. 


그렇다. 아주 어린 아기가 사망한 것이다. 그래서 관 사이즈가 매우 작다. 그러나 그 장례식에서 그 관을 땅에 묻을 때 부모와 참석자들의 가슴은 그 관을 가장 무겁게 느낀다.


12명의 배심원들 앞에서, 부작용이 심한 약을 임산부에게 판매한 제약회사가 얼마나 바쁜지에 대해서 주저리주저리 설명하는 것보다, 그냥 "배심원 여러분들은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관이 어떤 관인지 아시나요? (약간, 생각할 시간을 주며 뜸을 들인 후에) 바로 가장 작은 사이즈의 관입니다." 


원고 측 변호사는, 피고 측 회사의 변호사와 싸울 필요가 없다. 흔히들 원고 측 변호사의 협상 대상자가 피고 측 변호사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원고 측 변호사의 "협상 상대방"은 12명의 배심원들이다. 왜냐하면 징벌적 손해배상 (Punitive Damages) 액수는 피고 측 변호사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내 앞에 있는 여기 12명의 배심원들이 결정하는 것이다. 원고 측 변호사인 나와 12명의 배심원들 간의 "협상"인 것이다. 


12명 배심원들의 (머리의 영역)으로 들어가서 이성적으로 생각해 볼 때 피고 제약회사가 얼마나 나쁜 회사인지를 합리적으로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보다, (가슴의 영역)으로 들어가서 위의 6개 단어로 간단하게 게임을 끝낼 수 있는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관이 뭔지 아세요?"


그는 가능하다면 협상장에서 (감정이 메마른 헛똑똑이 "지적" 단어들, intellectual but sterile words)을 사용하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위의 단어들을 내뱉는 주체가 상당히 재수 없어 보이기도 하고, 상대방의 (가슴의 영역, heart zone)에서 점점 멀어지면서 협상 대상자의 (머리의 영역, head zone)의 긴장도를 높이기만 하는 부작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의도적으로, 단어를 들었을 때 시각적으로 이미지가 떠오르는 그런 용어와 낱말들을 협상을 할 때 활용하려 한다. 상대방과 의미 없는 논쟁을 통해서 기싸움만 할 것이 아니라면, 그리고 진실로 상대방에게 나의 이해관계과 입장을 이해시켜서 설득에 성공하고자 한다면 (이미지를 떠올리는 단어들, concept visual)을 협상에서 주력 무기로 사용해야 한다. When it comes to negotiations at the table between you and me, words of "concept visual" must be put in place in order to create images of "messages" that I want to deliver to the other party.


가능하다면 오감에 근거해서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단어들, 쉬운 단어이면서도 관련된 (그림)과 (행동)을 떠오르게 하고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단어들 (words with intrinsic "visual" or "emotional" content)을 협상 테이블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사용하는 단어의 조합에서 "느낌"이 온다. 그가 다국적 기업 변호사 일 때 훈련받았던 문구들 중의 일부인 아래 3개의 문장으로 테스트를 해 보면,


-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관은 제일 작은 사이즈의 관이다.

The smallest coffins are the heaviest.


- 중고 판매: 신생아 신발: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것.

For Sale, Baby shoes, Never worn.


- 공짜 방, 가로 세로 3 스퀘어, 최고의 보안 시스템. 

Free Rent, 3 squares, maximum security.


인공지능 AI가 협상 전문가인 이 사람을 대체할 시대가 올까? 아마도, 인공지능 AI는 "heart zone 가슴의 영역"으로 접근하는 협상 분야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할 것이다.


아래 사진은,

그가 주선하고 진행했던 2012년 10월의 국제 협상인데, 미국이 준비하고 있는 ACTA 조약에 대한민국이 가입하는 것을 고려해 달라는 전 연방 상원의원의 말에, 당시 김황식 국무총리께서 멋진 (heart zone) 협상스킬로 분위기를 반전시키셨다. 국무총리님의 협상 스킬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참고로, 사진 속 백발의 전 연방 상원의원의 이름이 바로 크리스 도드 (Chris Dodd)다. 2008년 월스트리트 개혁법 (The Dodd-Frank Act)의 입안자이자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 중의 한 사람이었고, 몇 달 전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자신의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를 선정할 때 부통령 후보 선정 위원으로 영향력을 발휘했었다.

1시간 정도의 협상 미팅이 끝나고 나서, 호텔로 돌아가는 자동차 안에서, 도드 상원의원이 나에게 김황식 총리님에 대해서 자세히 물었다. 한국의 국격이 높였던 매우 인상적인 협상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2012년, 그가 준비 / 진행했던 국제 협상. 전 미국 연방 상원의원 크리스 도드와 김황식 국무총리님. 맨 왼쪽이 그. 20년간 그와 동행했던 (밤색 빈티지 서류 가방의 추억)

#김황식 총리님은 판사 출신 이신대, 언제 고품격 국제 협상 스킬을 배우셨을까?

#사법연수원에서 배우는 건가? 아니면 정녕

#타고나는 것인가?

#멋진 협상, 빛나는 추억

#월스트리트

#상원의원

#인공지능 대체 불가

#AI는 머리의 영역만

#밤색 빈티지 가방을 사진 속에서 찾아보세요. 매번의 사진에 꼭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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