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겸손한 (갑)이 있긴 한거야? (갑)이 (을)에게 겸손할땐 무언가
유난히 뉴욕식 콘슬로우를 좋아하는 이 남자는 내 앞에서 브루클린 스타일 버거를 먹으면서도 콜라 대신 아메리카노 커피를 주문했다.
2001년 여름에 맨해튼 3번가 로펌에서 일할 때, 새벽 6:30분쯤 문을 여는 아침 식당이 뉴욕 베이글집들 밖에 없어서, 재훈은 베이글을 싫어하지만 어쩔 수 없이 새벽에 로펌으로 출근하는 길에 부지런한 히스패닉 직원이 운영하는 뉴욕의 새벽 베이글집에 들어가서 플레인 베이글 위에 필라델피아 크리미 치즈를 잔뜩 얹어서 먹은 후에 로펌으로 올라가서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협상이 주인)이 생각하는 멋진 뉴욕 생활은 관광객일 때 가능한 라이프 스타일이고, 하루하루의 경쟁을 통해서 일상을 보내는 뉴욕시의 화이트 칼라들은 서울 도심의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아. 뉴욕에 살면서 업무적으로 언제 제일 긴장되는지 알아? 바로 협상 테이블 맞은편에 앉은 (갑)이 겸손한 자세를 취할 때야."
나는 자동반사적으로 말을 끊었다.
"겸손한 (갑)? 모순 형용 아닌가? 마치 '소리 없는 아우성'이란 말처럼... 재훈, 한국에 겸손한 (갑)은 존재하지 않아. (갑질)이란 단어가 국어사전에 있을 정도니까."
겸손한 (갑)을 만나면 더 조심해야! 협상 테이블 맞은편에 앉은 (갑)이 겸손한 자세를 취한다는 것은, 뭔가 (을)이 모르는 더 큰 그림 (big picture)이 있을 수도 있다는 세컨드 게스 (second guess)를 해야 한다.
시장 (market place)에서의 과도한 힘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갑)의 (갑질)에 대응하는 (을)의 효과적인 대응 방법 두가지에 대해서는 제12장, "(을)을 위한 협상-을의 항변 2가지"에서 자세히 다루겠다.
그는 20년 이상 협상을 주 업무로 다루면서 여러 번 아주 특이한 상황에 처한 적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협상의 상대로서 일명 "겸손한 (갑)"을 만났을 때였다. 기업 규모에서 나오는 자본력의 비대칭 또는 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협상력 (bargaining power)"이 압도적으로 더 우월하거나 또는 시장 지배적 지위를 향유 (abusing market dominant position)하는 힘센 상대인 (갑)이, (을)을 대리하는 그와 마주한 협상 테이블에서 겸손한 자세를 보이는 경우다. 이럴 때면 그는 본능적으로 긴장하게 된다고 한다.
일단 상대방 회사인 (갑)이 자본력 또는 시장 통제력을 발휘하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협상할 때 "어떻게" 그 힘을 일방적으로 남용하고 또 "왜" 그런 행위를 하는지를 파악하고 이해하게 되면 (을)의 입장에서는 상대방의 그 힘은 더 이상 진정으로 무섭지는 않다. 왜냐하면 예측 가능하고 나름대로 이해가 가기 때문이다 (as long as I understand "how" and "why" their power is abused by those corporations in power, prediction and relevant response come in and play."
그런데 협상 테이블 맞은편에 앉은 (갑)이 겸손한 자세를 취한다는 것은, 뭔가 (을)이 모르는 더 큰 그림이 있을 수도 있다는 세컨드 게스 (second guess)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뉴욕
#베이글
#필라델피아 크리미 치즈
#본능
#시장 지배적 지위
#회의장에 태극기 부재.
#태극기를 멋지게 갖추셔야 미국 측이 긴장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