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재 시인의 시에 더해
해방이 도둑처럼 찾아 왔다지만
한 해의 끝도 갑작스럽긴 마찬가지다.
하마터면 추위 속에 생각도 얼어
일년이라는 큰 시간의 획을 놓칠 뻔 했다.
매양 새해에는 새로운 계획을 세워보건만
거절할 용기가 없어
타인의 계획에 내 시간을 내어 놓은 적이 허다했다.
돌이켜보면 그 덕에 함께 웃고 생각을 나눌 사람들을
만났으니 고마운 일이기도 할지어다.
덜 익은 글 조각에 따스하게 공감하고
어줍잖은 농에도 느긋하게 미소 지어준
여러 친우들에게 깊은 감사를 올린다.
그렇게 세상은 살 만한 곳,
지난 해는 즐거운 시간으로 기억되리라.
새해에는 참된 것을 좀더 보다듬을까 한다.
아래, 이문재의 시를 읽으며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
<끝이 시작되었다>
끝이 시작되었다.
춤을 추자 관을 들쳐 메고
춤추는 아프리카 청년들처럼
춤을 추자
낡은 것이 가고 있다
낡은 것이 잘 갈 수 있도록
다시 돌아오지 않도록 흥겹게
노래하고 춤추자 우리 함께 배웅하자
드디어 끝이 시작되었다
서로 손을 잡고 끝의 시작을 바라 보자
낡은 것은 가고 있지만
새것은 아직 오지 않고 있는
저녁같은 혹은 새벽 같은 이 시간
마침내 끝이 시작되었다
땅끝에서처럼 바다의 끝에서처럼
끝에서 끝을 똑바로 보고 돌아서
자 끝을 시작으로 만들어내자
오래된 아침 그래서 처음인 새 아침이
우리 앞에 있다 아니 우리 안에 있다
바야흐로 끝이 시작되었다
춤추고 노래하자 안 팎의 새것을 마중 하자
이번이 마지막 끝일지도 모른다
이 시작이 처음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첫 시작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관을 메고 춤추자
요람을 들고 노래하자
저 낡은 시대의 인간을 위하여
기필코 두눈 뜰 우리 안의 인류를 위하여
다시 뭇 생명 보듬어 안을 어머니 지구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