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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것 아닌 의학용어 Apr 20. 2022

저는 회사에 가면 똥을 못 쌉니다

똥이 먼저 나오나요? 오줌이 먼저 나오나요?

“화장실에 가면 똥이 먼저 나오나요? 오줌이 먼저 나오나요?”

어렸을 때 보이스카웃 캠프에서 아버지가 해주신 농담인데, 제 나이가 50이 넘어도 기억납니다. 정답은 ‘급한 것이 먼저 나온다’입니다. 저는 분명히 작은 것이 먼저 나온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죠. 나중에 신경 써서 관찰해보니 정말 급한 것이 먼저 나오더라고요. 우리가 맘대로 조절한다고 생각하는데, 참 오묘한 것이 대소변입니다. 소변을 맘대로 볼 수 있나요? 당연하다고요? 너무나 소변이 마려운 상황에서, 주위에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어서 소변을 보지 못한 적이 있나요? 또 소변을 꾹꾹 참아야 하는데, 싸버리신 적은 없나요? 두 살 때라도 말입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요?


소변을 보는 것은 의학용어로 배뇨(urination)이라고, 대변을 보는 것은 배변(defecation)이라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소변이 나가고 안 나가고, 대변이 나가고 안나가 고를 결정하는 것은 근육입니다. 무엇이 들어오고 나가는 곳에는 그 관(tube, duct)을 막거나 열어주는 근육이 있습니다. 이 근육이 관을 조여서 막는 일을 하기 때문에 죄다(bind tight)라는 뜻의 그리스어 sphincter란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 동그란 근육, 괄약근(sphincter)이 수축하면 관을 조여서 구멍을 막게 되고, 이완하면 구멍이 열리게 됩니다. 자! 그렇다면, 앞에서의 의문, ‘소변 혹은 대변을 우리 맘대로 '싸고' '참고' 할 수 있는 것이냐, 아니냐?’에 답을 하려면 이 괄약근의 특성을 먼저 이야기해야 합니다  


수의근(voluntary muscle)과 불수의근(involuntary muscles)

근육에는 내 맘대로 조절할 수 있는 근육이 있는데, 이런 근육을 수의근(voluntary muscle)이라 부릅니다. 중추신경계를 통해서, 내 의지대로 수축과 이완을 시키는 근육들이에요. 수의근(voluntary muscle)은 주로 골격근에 속하며, 팔, 다리, 몸통, 목, 얼굴 등 전신에 존재합니다. 반면에, 심장이나 위장의 근육처럼 내 의지와 상관없이 지들 맘대로 움직이는 근육도 있습니다. 이런 근육은 불수의근(involuntary muscles)이라고 하고, 인체의 생명 유지를 위한 기본적인 역할을 하는 중요한 근육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심장은 우리 맘대로 멈춘다면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또한, 위장관의 근육들은 음식 섭취와 같은 자극에 대하여 의지와 상관없이 자동으로 수축과 이완을 하지요.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근육, 수의근과 불수의근이 모두 필요해요. 예를 들어, 수의근(voluntary muscle)을 사용해서 걷고, 달리고, 컴퓨터를 사용합니다. 또 불수의근(involuntary muscles)을 사용해서 혈액을 손발로 보내고, 음식을 소화시키고, 대변을 만들어냅니다.  

그런데, 가끔 수의근(voluntary muscle)인데도, 불수의적(involuntary)으로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갑자기 수축하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쥐가 났다’라고 하는 상황이에요. 이런 현상을 의학 용어로는 근경련(muscle spasm)이라고 합니다. spasm은 그리스어 ‘당긴다(pull)’ 에서 온 말입니다.

근육이 혼자 뭉쳐서 이완하지 못하는 상태를 영어로 pulled muscle이라고 하는데, 우리말로도 ‘근육이 당긴다(strain)’ 고 하죠.  근육은 늘 수축, 당기면서 일을 합니다. 근육이 밀면서, 즉 늘어나면서(이완) 일을 하는 일은 없어요. 나중에 근육을 이해하실 때 꼭 필요한 개념입니다. 그래서, pulled muscle은 있어도, pushed muscle 은 없습니다.


대소변을 조절하는 괄약근 sphincter은 수의근 voluntary muscle 인가?

대, 소변을 참고 내보내는 것 역시 괄약근 sphincter 근육이 조절합니다. 자! 그렇다면, 앞에서의 의문, ‘소변을 우리 맘대로 '싸고' '참고' 할 수 있는 것이냐, 아니냐?’를 답하려면, 이 소변을 조절하는 근육이 수의근(voluntary muscle)이냐, 불수의근(involuntary muscles)의 질문에 답하면 되겠지요? 소변이 나가는 길에서 소변길을 열고 닫는 sphincter 가 수의근(voluntary muscle)이라면 우리 뜻대로 소변을 참거나 싸거나 할 수 있을 것이고, 만약, 불수의근(involuntary muscles)이라면 일정량의 소변이 차면 저절로 싸버리고,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아무리 소변을 보고 싶어 해도 안 나올 것입니다. 그런데, 소변은 그렇게 단순하질 않죠.

초등학교 시절, 긴장을 하면 소변이 꽉 차지 않았는데도 자꾸 마려워서 찔끔찔끔 화장실을 들락거리게 됩니다. 소변 검사를 하라고 컵을 받아 들고 줄 서서 소변을 볼 때면 소변이 그렇게 안 나왔습니다. 반대로 어렸을 때는 제 의지와 상관없이 시원하게 기저귀에 싸버렸습니다. 그렇다면, 어렸을 때 불수의근(involuntary muscles)이었던 sphincter가 자라면서 수의근(voluntary muscle)이 돼버리는 걸까요?


비밀은 여기에 있습니다.  소변을 조절하는 sphincter가 한 개가 아니라 두 개가 있습니다(그림). 그 두 개가 같이 조절을 해요. 하나는 내 맘대로, 하나는 지 맘대로 움직이는 근육이에요. 그러니, 100% 내 맘 같지도 않고, 100% 멋대로 결정되는 것도 아닌 결과가 나오는 것입니다. 좀 허무한가요?

소변은 요로(urethra)라는 가느다란 빨대와 같은 관을 통해 나옵니다.  소변을 조절하는 근육 sphincter 은 요로를 링(ring)처럼 둘러싸고 있습니다.  이 sphincter가 빨대와 같은 요로를 죄어주면 소변이 나오지 않게 되고, 이완해서 넓어지면 빨대와 같은 요로를 통해 소변이 나오게 되는 것이죠. 그림을 보시면 방광 아래쪽 관(소변길)이 보이는데 이것이 요로(urethra)예요. 방광 바로 아래에 반지를 낀 것 같은 것이 하나 있고, 그 밑에 또 반지 같은 것이 하나 보입니다. 안쪽(위쪽)에 있는 것이 internal urethral sphincter이고,  involuntary muscle입니다.  외측(아래쪽)에 있는 반지와 같은 근육이 external urethral sphincter이며,  voluntary muscle입니다. 소변을 싸느냐, 참느냐는 이 두 근육의 조화로운 팀워크에 의해 결정됩니다. 내 맘대로 되지도, 그렇다고 아주 안 되는 것도 아닌 게 되죠.



대변을 참거나 싸는 것도, 소변과 매우 유사합니다. 위 그림은 직장에서 항문을 보여줍니다. 항문은 의학용어로 anus(anal:형용사 형태)라고 합니다.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실제 똥구멍이 찢어지는 병이 있는데, 의학용어로는 치열 anal fissure이라고 합니다. fissure는 갈라지는 것인데, anal, 즉 똥꼬가 갈라지는 상황이에요. 대변의 출입을 조절하는, 아니 '출'을 조절하는 근육을 anal sphincter라고 합니다. 이 anal sphincter 도, 소변길 urethra에 있는 근육과 마찬가지로  두 개가 있습니다. 안쪽과 바깥쪽에 하나씩 있어요. 바깥쪽에 있는 external anal sphincter는  voluntary muscle이고, 안쪽에 있는 internal anal sphincter는 involuntary muscle입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싸버리는 경우도 있고, 싸고 싶어도 못싸는 경우가 있습니다.

 

소변은 신장에서 만들어졌고, 대변은 대장에서 음식물 찌꺼기의 수분을 흡수함으로써 만들어집니다. 대장(large intestine)은 의학용어로 colon이란 단어를 주로 사용합니다. 만들어진 대변은 음식의 종류에 따라 급하게 나가기도 하고, 꽤 오래(수일) 머물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대장의 연동운동에 의해 밀리고 밀리면 직장에 도달하게 됩니다. 직장은 똑바르다는 의미의 rectum (rectal:형용사)이라고 부릅니다. 이때가 되면 우리는 변의를 느끼죠. 그렇다고, 변의를 느낄 때마다 아무 때나 똥을 쌀 수 없는 것이 현대 사회입니다. 소변처럼 조절을 해야 하는 일이 늘 발생하지요.


 



저는 회사에 가면 똥을 못 쌉니다.

최근 들어서 그런 사람이 참 많은데요. 이런 식의 상황이 반복되면, ‘internal anal sphincter dysfunction괄약근 기능장애)’라는 병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기다란 의학 용어가 나와도 겁먹지 마세요. 긴 이름일수록, 그 병리적 상황을 더 친절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맨 앞에 있는 단어 internal anal sphincter, 아까 배운 involuntary muscle이라 그랬죠? 이 놈’들’이, 똥이 있을 때와 없을 때를 가려서 조화롭게 팀워크를 발휘해서 움직여야 하는데, dysfunction 즉, 제대로 작동을 안 하는 상황이에요. 내가 아무리 똥을 싸려고 external anal sphincter를 풀어줘 봤자, 안 쪽에서 internal anal sphincter이 똥을 잡고 있으니 나올 리가 없는 겁니다. 조금만 긴장해도 이런 일 dysfunction이 벌어지니 참 힘듭니다. 사회생활하기 말입니다. 오히려 대변을 보려는 생각이 더욱더 걱정과 긴장을 만들고 이 괄약근은 더욱더 항문을 조이게 되는 병이  ‘internal anal sphincter dysfunction’입니다.  싸고 싶은데 내 몸이 내 말을 안 들으니 슬프죠. 세상 모든 일들이 이 괄약근들 sphincter처럼 평생을 같이 해도 내 맘대로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되는 것 같으면서도 안 되고, 안 되는 것 같은면서도 되고… 그래서, sphincter들과 편하게 긴장하지 않고 규칙적인 관계를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너무 참거나 학대하지 말아야 해요. 그래야, sphincter들이 긴장, disfunction 안 하고 편하게 catharsis를 느끼게 해 줄 겁니다.


catharsis는 배변이 아니라 종교적인 정화(purification)를 의미

즐거운 쾌락을 뜻하는 catharsis는 그리스어 정화시키다, 깨끗하게 하다는 katharsis(cleansing) 나온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장청소, 대변을 보게 하는 약들을 아직도 cathartics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장세척제, 이런 의미죠. 양질의 음식, 섬유질을 많이 먹고 규칙적으로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정화 활동 purification을 하셔서, 매일 아침 catharsis를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종아리 근육 경련하듯이, anal sphincter가 경련을 하고 극심한 통증을 유발할지도 모릅니다(실제 있는 병입니다).




이렇게 중요한 괄약근 sphincter muscle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좀 더러워 보이죠? 그런데, 이 sphincter muscle은 눈 oculi 에도 있고, 입 oris에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식도와 위 사이에도 있습니다. 이를 oesophageal sphincters라고 합니다. 위장 입구에 항문 같은 것이 있는 샘이죠. 입에 괄약근이란 말을 쓰기 꺼려진다면, 환상근(circular muscle) 이란 표현을 사용해도 됩니다. 입에 있는 놈은 orbicularis oris라고 합니다. 뒤에 붙은 ‘oris’는 입이란 뜻이고, orbicularis는 둥근 근육이란 뜻입니다. orbit은 둥근 궤도를 의미하죠? 바로 그 둥근 궤도를 닮은 근육을 orbicularis라고 해요. 의학용어에서 orbit~가 나오면 둥글다를 생각하세요. orbicularis oris는 괄약근 sphincter이니만큼, 근육이 수축하면 구멍이 닫힙니다. 입술을 오므린다는 이야기죠.

입에도 눈에도 항문에도 요도에도 괄약근, 여기저기 괄약근

눈에 있는 놈은 orbicularis oculi라고 부릅니다. oculi는 oculus의 복수형이고, oculus는 눈을 뜻합니다. 최근에 오큘러스 퀘스트 2라는 VR기기를 샀는데 정말 신세계더군요. 그 이름이 바로 oculus 눈이란 뜻입니다. 번역하면 ‘눈 여행 장난감’ (oculus quest)가 되는 거죠. orbicularis oculi 역시 sphincter이니만큼 근육이 수축하면 구멍이 닫힙니다. 눈을 찌푸리는 역할을 합니다. 동그란 형태로 orbicularis oris가 조이는 거예요. 이렇게 수축하면 눈을 꽉 감을 때처럼 찌푸려서 눈을 감게 됩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눈꺼풀을 감을 때는 근육의 수축 없이 근육의 이완만으로 눈꺼풀이 내려오게 됩니다.

사실 이런 괄약근들은 위장 gastric 에도 있고, 담도에도 있고 관(tube)처럼 생긴 곳이라면 우리 몸안에 여기저기 많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모든 괄약근 sphincter들이 좋은 팀워크를 유지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자! 오늘 배운 단어들의 복습입니다.


rectum 직장
- rectal prolapse : 직장 하수
anus 항문
colon 대장
- colon cancer : 대장암
anal sphincter : anus + sphincter
- external anal sphincter : voluntary
- internal anal sphincter : involuntary
orbicularis oculi : orbi(round) + cularis(muscle) + oculi(eyes)
orbicularis oris : orbi(round) + cularis(muscle) + oris(mouth)
benign prostatic hyperplasia :
- benign(kind) + prostatic + hyper(above) + plasia(increase)
urethral sphincter : urethra + sphincter
- external urethral sphincter : voluntary
- internal urethral sphincter : involunt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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