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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것 아닌 의학용어 Jun 19. 2022

혀로 보는 건강, 혓바늘은 영어로 뭘까?

의학용어, 혓바늘, 설태, 지도설, 딸기혀, 치흔

제가 어렸을 때 할머니는 늘 혀에 생긴 상처는 ‘금방 아문다’라고 하셨습니다. 뜨거운 국에 혀를 데거나, 잘 못 혀를 깨물거나, 혹은 혓바늘이 생기면 늘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한데, 더 중요한 건, 그런 말씀을 듣고 나면 안심이 되고, 신경을 훨씬 안 쓰게 되었죠. 한번 신경 쓰이기 시작하면 정말 짜증 나잖아요? 그런데, 실제 혀의 세포 재생 주기는 매우 짧아서 10일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일주일 남짓 지나면, 여러분의 혀는 이전의 혀가 아니란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상처도 쉽게 아문다는 것이 맞는 이야기예요.  


오늘 배울 단어들
딸기혀(strawberry tongue)와 성홍열(scarlet fever), 가와사키병(Kawasaki disease)
설태(coating)와 지도설(geographic tongue)
혀의 유두(papillae)와 혓바늘(transient ligual papillitis)
혀를 뜻하는 접미사(lingual), 이중언어(bilingual)
치흔(scalloped tongue)과 폐쇄성수면 무호흡(occlusive sleep apnea)


딸기혀(strawberry tongue), 설태(coating)와 지도설(geographic tongue)

  열이 있거나 염증이 있으면 혀가 평소보다 더 붉어지기도 하고, 빨간 딸기 같아 보이기도 하죠.  입이 건조해지면 혀가 갈라지기도 합니다. 입을 벌리고 자는 습관도 혀가 갈라지게 만들 수 있습니다. 아래 그림은 심하게 혀가 붉어지고, 유두가 도드라져 딸기처럼 보이는 혀예요. strawberry tongue라고 하고, 심한 열병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혀입니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주로 걸리는 가와사키(Kawasaki) 병이 있는데, 심장질환으로 이행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성홍열(Scarlet fever)도 이런 딸기 모양의 혀를 만듭니다. 

strawberry tongue 딸기혀
Geographic tongue 지도설

혀의 표면에 하얗고 누렇게 끼는 때 같은 것을 설태(coating)라고 합니다. 가끔 이 설태가 마치 지도처럼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것을 보게 되는데, 이를 지도설(geographic tongue)이라고 해요. 특별하게 건강과 연관이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알레르기나 면역질환이 있는 경우 자주 관찰됩니다. 

혀는 세포의 순환주기가 매우 빨라서 혀의 색이 변하거나, 일시적으로 허옇게 혹은 누렇게 태(coating)가 생겼다가도, 잘 쉬고 나면 2-3일이면 혀가 달라져 있게 됩니다.


혀의 유두(papillae)와 혓바늘(transient lingual papillitis)

혀의 표면에 딸기의 씨처럼 보이는 부분을 유두(papillae)라고 해요.  papill~은 유두(nipple)를 뜻하는 의학용어인데, 이렇게 작은 돌기를 표현할 때 주로 사용합니다. 유두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혓바늘이라고 해요. 영어로는 lie bumps라고 하고, 의학용어로는 transient lingual papillitis라고 해요.  일시적인 혀의 유두에 생긴 염증이란 뜻입니다. 혓바늘을 아프타 구내염(canker sore)라고 번역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프타 구내염도 혀에 생길 수도 있지만, 경과도 혓바늘보다 길고, 크기도 큽니다. 

 혓바늘(transient lingual papillitis)에서 lingual이 혀를 뜻하는 의학용어입니다. bilingual은 혀가 두 개라는 뜻이에요. 그래서, 두 가지 언어를 하는 것을 표현합니다.  언어를 뜻하는 language도 혀를 뜻하는 'lingua'에서 나온 말입니다.

lie bump
canker sore

유두에는 신경기관인 미뢰가 있어서 미각을 느낍니다. 기본적으로 단맛, 쓴맛, 짠맛, 신맛을 느낄 수 있어요. 저 학생 때 혀끝은 단맛, 혀뿌리 부분은 쓴 맛이라고 외웠던 기억이 나요. 어린 마음에 혀끝을 데기라도 하면, 무척 억울했습니다. 단 맛도 못 느끼게 되다니.. 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혀를 데어도 단맛이 다 느껴지더라고요? 그게 좀 이상했는데, 최근 연구들에 의하면 모든 맛을 현의 전체 부위에서 복합적으로 느낀다고 합니다. 속았다는 느낌과 역시 내 경험이 맞았어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 어군요.


scallop 가리비
scalloped tongue 치흔


치흔(scalloped tongue)

우리 혀를 자세히 거울로 보면 혀 테두리에 이빨 자국이 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한자로는 이빨 흔적이란 뜻으로 치흔 齒痕이라고 하고, 영어로는 scalloped tongue이라고 해요. scalloped는 물결 모양의 가리비 껍질에서 나온 말입니다. 사진을 보면 정말 물결 모양의 흔적이 생겼지요. 혀의 부종으로도 나타날 수 있고, 수면 시 이를 악무는 습관에서 생길 수도 있습니다. 구강구조에 따라 흔하게 나타나기도 해요. 또한 폐쇄성수면 무호흡(occlusive sleep apnea) 환자에게서 흔하게 나타나는 징후(sign)이기도 합니다. 수면 시 무호흡을 뜻하는 sleep apnea는 부정의 a와 호흡을 뜻하는 pnea 가 합쳐진 말입니다. pnea는 공기를 뜻하는 pneu, pneumo에서 나온 말이에요. occlusive는 ‘막힌다’라는 단어이니, occlusive sleep apnea는 누워서 자다가 자신의 혀가 자신의 목구멍을 막는 상황이 됩니다. 그림을 보시면 혀가 뒤로 말려서 목구멍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pneuma(공기, 숨)이 a~(없는) apnea가 되죠. 숨을 쉬기 힘들고, 코도 많이 골게 됩니다.

자신의 혀에 저런 모양이 있다면 배우자에게 자신이 코를 심하기 골지는 않는지, 또 자다가 호흡을 멈추는 적이 없는지 물어보세요. sleep apnea 가 있으면 자도 자도 피곤하고, 신경도 날카로워지게 됩니다. 수면 전문 클리닉을 하는 제 친구한테 들은 이야기인데, 살이 찌면 혀도 커진다고 해요. 그러면 occlusive(폐쇄성) sleep apnea 도 생길 수 있고, scalloped tongue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살을 빼도 커진 혀는 다시 작아지지 않고, 계속 수면에 문제를 가져온다고 하더라고요. 어디 이런 억울한 일이 다 있습니까? 비가역적(irreversible)이라니 말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살이 쪄서는 안 되겠습니다.  


모두들 열심히 다이어트!


혀이야기는 여기서 마치고, 입술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https://brunch.co.kr/@medicalterms/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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