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제의 생일을 알게 된 것은 참으로 갑작스러웠다. 어제 카톡을 켜는데 '처제'라는 이름이 깜빡이며 나에게 생일임을 알리고 있었다. 나와 아내, 그리고 그들의 오랜 관계를 생각하니 그 이름이 떠오른 순간, 마음 깊은 곳에 오래 잠재워 두었던 그리움이 슬며시 깨어났다.
마음이 다급해졌다. 10여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아내를 떠올리는 일은 언제나 순간적으로 나를 멈추게 만든다. 그렇게 처제의 생일이라는 알림을 보고 나서야 오래도록 뒤편에 두었던 가족의 모습이 어제처럼 생생하게 떠올랐다.
사실 그때의 내 마음은 당황스러웠다. 어쩌면 처제가 그리운 만큼 아내가 더욱 사무쳤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곧 마음을 진정시키고 처제에게 작지만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선물하고 싶었다. 조용히 커피 상품권을 선택하면서 '나도 그립지만, 그녀도 나처럼 애틋하게 기억하고 있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따금씩 찾아오는 그리움은 더 이상 날카롭지 않았다. 이제는 그 시절을 함께 기억해주는 처제 같은 이들이 있어 그리움 속에도 따뜻한 안식이 숨어 있음을 느낀다. 서로의 생일을 축하하며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잊혀지지 않는 추억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10여 년이 지났지만, 그 이름 앞에서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아련해지는 것은 아마도 소중했던 시간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서일 것이다.
한 번 더 그녀의 이름을 마음속으로 불러 본다. 처제와 나, 그리고 그 추억이 깃든 공간 속에서 우리는 조용히 아내의 생일을 추억하고 그 따뜻했던 시간을 되새긴다. 그러니 오늘도 나는 커피 한 잔을 놓고 그날의 따스한 햇살과, 아내의 웃음을 떠올려본다. 그렇게 오늘 하루도 그녀와 함께하며, 평온하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시간은 사라졌지만 기억 속에서 따뜻함은 여전히 남아 있다. 오래된 추억을 되새기며 그녀의 생일이 찾아오길 기다리는 것, 그것이 나에게 남겨진 삶의 일부가 아닐까. 작은 선물 한 잔에 담긴 마음은 오늘도 여전히 따뜻하고 그리움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고요한 행복으로 나를 감싸 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