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루 목련이 말하는 시간의 방식

by 참지않긔


“꽃은 제때 핀다.”

너무 당연한 이 말은 동시에 너무나 불편한 말이기도 하다.

우리는 ‘제때’라는 말을 쓸 때 늘 그 시점이 언제인지 모호하게 설정해놓고

그 알 수 없는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존재들을 ‘늦었다’는 이름으로 단정해버리기 때문이다.



목련은 그런 점에서 시간의 관습적 개념에 대한 작고 하얀 반론이다.

그것은 침묵 속에서 존재했고 겨울이라는 혹독한 무대 뒤편에서

치열하게 살아냈으며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자격으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속도로

어느 날 문득 피어오른다.



이러한 피어남은 단지 식물의 성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며 겪는 수많은 지연과 침묵

보이지 않는 내면의 성숙을

어떻게 기다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은 스무 살에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어떤 이는 마흔이 되어도 자기 이름조차 뚜렷이 부르지 못한다.

누군가는 금세 성공을 이루고

또 누군가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외곽을 맴돌다

비로소 중심에 도달한다.



하지만 목련이 증명하듯

그 모든 시간은 다만 ‘다를’ 뿐,

어느 쪽도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스스로에게 그리고 타인에게

지나치게 빠른 결론을 요구하고

짧은 결과로 긴 인내를 평가하는 오류를 되풀이한다.



목련 앞에서 내가 느낀 것은

시간이 반드시 직선적일 필요는 없다는 것

모든 피어남에는 저마다의 내력이 있으며

늦음에는 늦음만의 이유와 의미가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더 자주

늦게 오는 봄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해해야 하며,

무언가를 향해 천천히 나아가는 존재들을

삶의 한 방식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오늘처럼 꽃이 핀 자리에 멈추어 설 수 있다면

우리의 인생도 조금은 더 깊어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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