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의 망치

신구약중간사 8부

by 참지않긔


그해 산은 일찍 붉게 물들었다.

올리브 잎 사이로 스며든 아침 햇살이 아니라 누군가의 피로 물든 붉음이었다.

하나냐는 언덕 위 바위에 쪼그려 앉아 전날 밤 타다 남은 장작더미를 손끝으로 흩뜨리며 생각했다.

이 산들이 우리를 숨겨줄지는 몰라도 언제까지 숨겨줄 수 있을까.


마타디아가 죽고 유다는 앞장서서 칼을 들었다.

사람들은 그를 마카베오라 불렀다.

‘망치’. 이름이 별명이고 별명이 운명이 되었다.

그리고 그 옆엔 형제들이 있었다.

요나단, 시몬, 엘르아살. 그리고, 자신. 하나냐.

피가 섞인 형제는 아니었지만 불 위에서 굳어진 약속이 그보다 더 견고했다.


예루살렘은 더 이상 예루살렘이 아니었다.

성전은 제우스의 상으로 뒤덮였고 향은 그리스의 신들에게 바쳐졌다.

할례받은 아이들이 성벽 아래에서 죽임을 당하고 율법서가 불탔다.

하나냐는 어느 날 불길에 던져지는 두루마리를 본 적이 있다.

펄럭이며 타들어가던 그 글자들이 마치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 느껴졌었다.


“유다는 제국군의 발걸음을 끊어야 한다고 말했지.”

엘리에셀이 말했다.

그는 늘 마른 얼굴에 불안한 눈동자를 달고 있었지만 싸울 때만큼은 누구보다도 단단했다.

지금 그는 마른 나뭇가지를 부러뜨리며 불씨를 살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발걸음이 자꾸 불어. 점점 더 많아지고, 더 무겁고, 더 거만해져.”

하나냐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허리춤에 찬 짧은 칼을 한 번 더 점검했다.

날은 무뎌져 있었고 칼등에는 마른 피가 묻어 있었다.

그 피가 누구의 것이었는지 그는 더 이상 기억하지 못했다.


그날 저녁, 마카베오가 병사들을 불렀다.

언덕 너머 바위산에 숨겨둔 훈련장을 향해 병사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작은 불빛 하나 없는 어둠 속에서 조용히 앉아 그의 말을 들었다.

유다는 언제나 조용히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사자처럼 울리기보다, 칼처럼 날카롭게 울렸다.

“사마리아에서 아폴로니오스가 온다. 이번엔 본대를 이끌고.”

적어도 2천. 말이 있는 병력.

훈련된 병사들. 무겁고 무서운 갑옷, 질서정연한 움직임, 절도 있는 검술.

마카베오의 입에선 그런 설명이 오히려 차분했다.

그의 차분함이 병사들의 심장을 더 빠르게 뛰게 만들었다.

“우리는 많지 않다. 하지만 이 산을 안다. 그리고 그들이 모르는 건, 우리가 물러난 것이 아니라 기다린다는 사실이다.”

그 말에 엘리에셀이 미소 지었다.

그리고 하나냐는 처음으로 칼을 빼들었다.

마른 손가락이 무기의 차가운 손잡이를 감쌌다.


며칠 뒤, 척후병이 돌아왔다.

아폴로니오스의 군대가 고프나 요새를 우회해 협곡으로 진입 중이라는 보고였다.

마카베오는 곧바로 병력을 네 부대로 나눴다.

전면, 후방, 좌측, 우측.

그리고 하나냐는 좌측 부대의 지휘를 맡았다.

처음이었다. 누군가를 이끌고 생명을 걸고 싸워야 하는 일.

그들은 나할 엘-하라미야 협곡의 양쪽 벼랑으로 올라갔다.

바위 뒤에 몸을 숨기고 낙석을 준비했다.

화살은 많지 않았다. 활은 더 적었다.

그러나 그들은 알고 있었다. 창 끝보다 무서운 건 이 땅을 위해 싸우는 분노와 기억이라는 걸.


하나냐는 자신이 이끄는 150명의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대부분은 얼굴에 수염이 덜 자란 청년들이었다.

그리고 눈이 예리한 할아버지 한 명.

그는 말했다.

“당신이 우리가 기다리던 사람입니까?”

하나냐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기다려야 할 사람들을 위해 싸우는 겁니다.”


그날 밤, 협곡 위에서 불은 피워지지 않았다.

모든 병사들은 침묵했다.

바람만이 바위 사이를 스쳐갔다.

그리고 새벽녘, 북쪽에서 무거운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아폴로니오스의 병력이 들어왔다.

이야기는 그때부터였다.




하나냐는 협곡 위쪽, 절벽 가장자리에 배치된 병사들의 눈빛을 살폈다.

아직 동도 트지 않았고 공기의 모든 입자가 긴장이라는 이름으로 응축되어 있었다.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을 만큼의 정적.

그 아래, 어둠을 가르며 제국군의 갑옷 소리가 들려왔다.

철이 철을 스치는 그 마찰음.

그것이 마치 죽음의 발자국처럼 협곡을 타고 울려 퍼졌다.


"조금만 더 가까이. 아직은 아니다."

하나냐는 속삭이듯 말했다.

그는 자신이 들고 있는 낙석 신호 깃발을 꼭 쥐었다.

협곡 한가운데를 관통하던 제국 병사들의 행렬은 일렬로 늘어서 있었고 앞뒤로 움직일 수 없는 구조였다.

그들은 그곳이 죽음의 함정이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아폴로니오스의 군대는 총 2,000.

말과 전차, 보병으로 구성된 전형적인 셀레우코스 제국의 소규모 진압군이었다.

마카베오의 병력은 고작 600명.

숫자만 보면 말도 안 되는 전투.

그러나 지형과 매복, 그리고 하나냐의 왼손에 들린 이 깃발 하나가 균형을 뒤집는 열쇠였다.

첫 번째 병사들의 투구가 협곡 중앙에 도달했을 때 하나냐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리고 깃발을 내렸다.

“지금이다!”


절벽 양편에서 바위들이 쏟아졌다.

불안하게 쌓아두었던 암석들이 연쇄적으로 무너지며 순식간에 협곡 중앙을 뒤덮었다.

비명과 고함이 울려 퍼졌다.

병사들의 진형은 단숨에 끊어졌고 앞쪽 부대는 돌더미에 깔렸으며 후방은 그 충격에 발을 멈추고 혼란에 빠졌다.


그 틈을 뚫고 앞뒤에서 매복하고 있던 마카베오의 병사들이 일제히 돌격했다.

하나냐는 좌측 고지를 벗어나 북쪽 절벽을 따라 미끄러지듯 내려오며 돌팔매를 던졌다.

병사들이 그를 따라 적진의 측면으로 향했다.


“후방부터 끊는다! 지휘관을 노려라!”

적의 혼란은 생각보다 컸다.

아폴로니오스는 말 위에서 명령을 내리려 했지만 궁수들의 화살에 말을 잃었다.

그는 바닥에 떨어졌고 그 순간을 하나냐는 정확히 보았다.

아폴로니오스가 몸을 일으켜 무기를 들기도 전에 마카베오가 중앙 돌파대를 이끌고 진입했다.

짧은 접전 끝에 유다의 검이 아폴로니오스의 복부를 꿰뚫었다.

제국의 장군은 마치 종이 인형처럼 주저앉았다.

그리고 그 순간, 싸움은 끝났다.


병사들은 지휘관이 죽은 것을 목격하자마자 뒤로 물러났고 좁은 협곡에서 빠져나가려는 발버둥이 서로를 넘어뜨렸다.

일부는 절벽에서 떨어졌고 일부는 자기들끼리 짓밟혔다.

하나냐는 병사들에게 말했다.

“살아서 도망가는 자는, 나중에 더 큰 공포를 안고 돌아올 것이다. 지금, 끝내라.”

600명의 병사 중 40명이 죽고, 120명이 부상당했다.

그러나 셀레우코스군은 거의 전멸했다.

살아남은 자들은 갑옷을 벗고 맨몸으로 도망쳤다.

그들의 무기와 갑옷은 모두 유대 반란군의 손에 들어갔다.


전투가 끝난 후 하나냐는 무릎을 꿇고 손을 모았다.

흙과 피로 범벅된 얼굴로 그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주여, 우리가 피를 택했지만, 피를 위해 싸우진 않았습니다. 우리는 당신의 이름을 되찾기 위해, 검을 들었을 뿐입니다.”

그날 밤, 협곡은 다시 침묵을 되찾았다.

그러나 그 정적은 이제 죽음의 것이 아니라 해방의 것이었다.

“그는 돌아오지 않겠지.”

엘리에셀이 말했다.

그 말에 하나냐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의 이름은, 곧 제국에게 우리가 ‘죽지 않았다’는 신호가 되겠지.”

그리고 그 신호는 곧 다음 전쟁의 북소리로 바뀔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밤이었다.

하나냐는 별이 보이지 않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오늘밤, 그들은 잠들지 못할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겠지만."

그 말은 바람에 흩어졌지만 옆에 있던 요나단은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대답했다.

“오늘은 칼이 아닌 거짓말이 우리를 구할 거야.”


그들의 눈앞엔 거대한 적 진영이 있었다.

엠마오스의 밤은 고요했지만 그 고요함이 곧 폭풍이라는 걸 하나냐는 알았다.

리시아스가 보낸 장군 셋. 프톨레마이오스, 니카노르, 그리고 고르기아스.

엠마오스에 그들이 숙영했다는 소식이 퍼진 순간 유대 산지의 모든 바람이 긴장으로 떨리기 시작했다.

20,000. 그들이 데려온 숫자였다.


반면 마카베오가 가진 병력은 6,000.

그것도 제대로 된 무기를 지닌 이는 절반도 되지 않았다.

남은 자들은 이전 전투에서 주워온 무기들로 남의 갑옷에 몸을 끼워 맞춰야 했다.

그러나 그들의 눈빛만큼은 부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무기가 부러지면 손톱이라도 쓰겠다는 눈이었다.


마카베오는 병사들을 1,500명씩 네 부대로 나눴다.

하나냐는 그 중 하나의 부대에서 요나단과 함께 움직이게 되었다.

고르기아스가 움직인다는 낌새는 이틀 전부터 있었다.

정찰병이 말하길 그들의 진영에선 밤마다 말들이 계속해서 훈련되고 있었고 병사들의 움직임도 낮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고르기아스가 올 것이다. 밤을 이용해 우리를 덮칠 것이다.”

그 말을 들은 마카베오는 모두를 불렀다.

그는 작전도, 전략도 말하지 않았다.

다만 손에 불씨 하나를 쥐고, 말했다.


“이 불은 우리가 남긴다. 그리고 우리는 불이 아닌 침묵으로 움직인다.”

그날 밤, 하나냐는 모닥불 옆에 앉아 병사 하나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그는 겁에 질려 떨고 있었다.

하나냐는 그 손을 붙잡고 말했다.


“너는 불씨를 지켜. 오늘밤 너의 임무는 불을 피우는 것이다. 그들이 이 불을 보고 우리를 믿게 될 거야.”

“나는... 싸우지 않는 겁니까?”

“아니. 너는 이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병사다.”

그는 울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부대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마카베오는 병력을 라트룬의 구릉지대 근처로 옮겼고 일부는 샤르 하가이 계곡으로 향했다.

목표는 명확했다.

고르기아스의 기습을 역이용해 그들이 빈 진영을 치는 것.


이윽고, 엠마오스 진영에 고르기아스가 들어섰을 때 남아 있던 병사들은 일부러 불빛을 밝게 유지했다.

진영은 생생했고 마치 잠들 준비를 하고 있는 군대처럼 보였다.

고르기아스는 그것을 보고 미소 지었다고 전해진다.


“놈들이 아직 자고 있군.”

그는 병사들에게 신속한 돌입을 명령했다.

그러나 진영 안에 있던 유대 병사들은 이미 빠져나가고 있었다.

불만 피운 채.


고르기아스가 진영에 도착했을 때 남은 것은 연기뿐이었다.

그리고 그의 병력은 어둠 속에서 유인당하고 있었다.

그는 좁은 계곡으로 향했고 그곳엔 이미 하나냐의 부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요나단이 손을 들고 신호했다.

돌격.


혼란은 곧장 고르기아스의 후방으로 이어졌다.

다른 부대는 진영으로 돌아가 아직 남아 있는 병력과 병참을 습격했다.

진영은 혼란에 빠졌고 전투 코끼리들까지 날뛰기 시작했다.

말이 다쳤고 수레는 뒤엎어졌으며 연기 속에서 유대 병사들이 나타났다.


하나냐는 요나단과 함께 진영의 중심부를 향해 돌진했다.

그들은 노예상들이 지키던 수송로를 점령했고 그곳에서 무기와 식량을 탈취했다.

니카노르의 병사 3,000명이 전사했고 마카베오는 나머지를 해안으로 몰아냈다.


전투는 새벽까지 이어졌다.

동이 틀 무렵, 하나냐는 피범벅이 된 갑옷을 벗고 다시 하늘을 올려다봤다.

별은 사라지고 있었다.


“이 밤은 불로 시작했지만, 칼로 끝났어.”

요나단이 말했다.

하나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혼잣말처럼 덧붙였다.

“그들은 우리가 사라진 줄 알았겠지. 불만 보고.”

요나단은 조용히 웃었다.

“우리는 아직도 불을 다 쓰지 않았어.”




엠마오스의 승리는 전설이 되었다.

그러나 마카베오와 병사들은 그 전설을 음미할 시간조차 없었다.

성전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더럽혀진 채 유다의 중심부에서 제우스의 향을 맡으며 숨을 쉬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루살렘. 유다의 심장. 그들이 태어나고 율법을 들었으며 기도하던 그 도시는 아직 제국의 손아귀에 놓여 있었다.


“내일 새벽, 우리는 움직인다.”

마카베오의 명령은 간결했다.

하나냐는 검을 들고 병사들의 무기 상태를 점검했다.

엠마오스에서 얻은 전리품 중 쓸 수 있는 창과 칼, 방패는 재정비되었고 병사들의 눈빛은 승리 이후 오히려 더 가라앉아 있었다.

승리의 기쁨은 들뜬 환희가 아니라 끝나지 않은 사명의 무게였다.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길은 조용했다.

제국군은 엠마오스 패배 이후 아크라 요새로 물러났고 도시 내부는 거의 비워져 있었다.

하나냐는 제일 먼저 성문 앞에 도달해 조심스레 손을 댔다.

문은 잠기지 않았다.

오히려, 누군가 고의로 열어둔 듯한 불길한 정적이 감돌았다.

병사들이 조심스럽게 진입했고 그들은 곧 성전 앞에 도달했다.

그리고 그것을 보았다.


지성소 안, 제단 위에는 제우스의 형상이 놓여 있었고 율법서는 찢겨져 발밑에 버려져 있었다.

제단엔 돼지의 피가 말라붙어 있었고 대제사장의 옷자락은 거지의 손에 떨어져 걸레처럼 쓰이고 있었다.

병사들은 숨을 삼켰다.

그리고 모두가 무릎을 꿇었다.

누구도 지시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동시에, 한 마음으로.

하나냐는 두 손으로 바닥의 먼지를 집어 얼굴에 문질렀다.

그것이 그의 기도였다.

“주여. 우리가 돌아왔습니다.”


그날, 마카베오는 제우스 상을 성전 밖으로 끌어냈다.

병사들이 밧줄을 걸고 금속 상을 끌고 계단을 내려올 때마다 돌과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형상이 돌에 부딪혀 깨졌을 때 함성이 터졌다.

눈물, 외침, 그리고 기도.

그것이 유다의 성전이 다시 살아나는 첫 소리였다.


정화가 시작되었다.

찢긴 율법서를 모았고 더럽혀진 제단을 헐어내고 새 돌로 다시 쌓았다.

병사 중에는 사제 출신도 있었고 하나냐 역시 손에 물을 들여 정화 작업을 도왔다.

성전 안은 먼지와 진흙, 피와 재로 가득했지만 그들의 손끝은 놀라울 만큼 정결했다.


기름은 오직 하루 분량뿐이었다.

그러나 마카베오는 촛대를 밝히라고 명령했다.

“기름이 모자라면, 불이 넘쳐흐르게 하라.”

그날, 촛대는 밝혀졌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불은 꺼지지 않았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결국 여드레 동안 불은 꺼지지 않았고 사람들은 그것을 기적으로 기억했다.


기원전 164년 12월 14일.

유다의 어둠을 밝히는 불이 다시 살아난 날.

하나냐는 그 불 앞에 앉아 병사들이 울고 웃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마카베오는 조용히 병사들을 둘러보며 미소 지었다.

말은 없었다. 그저 모든 것을 품은 눈빛 하나로 모든 것에 답했다.


그러나 하나냐는 알고 있었다.

이 도시는 아직 자유롭지 않다.

아크라 요새는 여전히 남아 있었고 셀레우코스 제국은 유대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날 밤, 하나냐는 예루살렘 성전의 기둥 아래 손을 얹고 기도했다.

“당신이 여기 계시기를. 우리가 이 불을 끈 날엔, 피가 아니라 빛으로 다시 싸울 수 있기를.”

성전 밖, 도시를 가로지르는 바람이 밤새도록 꺼지지 않았다.

그 바람은 불길처럼, 저항처럼, 다시 살아난 민족의 숨결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마지막 바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다음 불은 더 크고 더 검은 바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예루살렘에 다시 불이 켜진 뒤 사람들은 기적을 말했다.

불타지 않은 불, 꺼지지 않은 심지.

하나냐도 그 불빛 아래에서 잠든 적이 있었다.

하지만 마카베오의 시선은 여전히 동쪽에 머물러 있었다.

요르단 강 너머, 아직 구조되지 못한 자들의 이름이 그에게는 율법보다 무거웠다.


그러던 중 소식이 전해졌다.

셀레우코스 제국의 별동대가 갈릴리와 길르앗에 침투해 비무장 민간인을 학살하고 있다는 것.

모세가 예언했던 땅, 다윗이 기도하던 언덕 위에서 아이들이 목이 졸리고 노인들이 불에 타 죽었다는 소식이었다.


“그들을 두고 우리는 성전을 지킬 수 없다.” 마카베오가 말했다.

그는 형제 시몬에게 3천의 병사를 맡겨 갈릴리로 보냈다.

시몬은 명령을 망설임 없이 받아들였고 하나냐는 그의 뒷모습에서 오래된 나무 같은 단단함을 보았다.

무너지지 않는 뿌리였다.

시몬은 북쪽으로 향했고 마카베오는 요르단 강을 넘어야 했다.


강은 침묵했다.

마치 그 아래에 무언가 오래된 고통이 가라앉아 있는 것처럼.

8천의 병사들이 하나둘 강을 건넜고 물살은 발목을 때리며 부질없는 경고를 보내왔다.

하지만 누구도 멈추지 않았다.


첫 전투는 다테마였다.

골란 고원의 동쪽.

셀레우코스군은 성벽을 둘러싸고 있었고 안에서는 유대 민간인들이 들끓는 불 앞에 갇혀 있었다.

마카베오는 지체하지 않았다.

어둠이 짙어진 새벽녘 그는 병사들을 두 갈래로 나눠 다테마 후방으로 기습을 감행했다.


불은 적의 진영에서 시작되었다.

마차가 불탔고 창고가 무너졌으며 적의 병사들은 자신들이 공격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다.

마카베오의 창이 선두에서 적의 가슴을 꿰뚫었고 그 뒤를 이어 함성은 벼락처럼 도시를 삼켰다.

유대의 깃발은 다시 높이 올려졌고 아이들의 울음소리는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니었다.


다테마를 구한 직후 마카베오는 곧바로 북서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의 표적은 라폰.

그곳에는 셀레우코스군 사령관 티모테우스가 대규모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었다.

이번 전투는 치열했다.

마카베오는 지형을 활용해 기습과 유인 전술을 반복했고 병사들은 바닥난 체력 속에서도 버텼다.

라폰은 결국 무너졌다.


도시는 철저히 약탈되었다.

창고는 유대군의 식량이 되었고 방어선은 허물어졌으며 광장엔 부서진 조각상들이 나뒹굴었다.

하나냐는 그 중 하나—무릎 꿇은 아이의 조각상 앞에 섰다.

그는 그 앞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 순간 그는 알았다.

우리가 싸운 이유는 단지 생존이 아니라 존재 자체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것을.


길르앗에서는 더 많은 유대인들이 구조되었다.

그들은 말이 없었고 몸에는 채찍 자국과 피멍이 가득했다.

마카베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그들을 둘러쌌고 남은 병사들을 보호망처럼 배치했다.

돌아오는 길은 지옥 같았다.

적의 영토를 통과해야 했고 매복은 끊이지 않았으며 매 순간이 시험이었다.


그러나 끝내 그들은 돌아왔다.

유다 땅의 흙은 건조했고 먼지는 발끝에서 일었다.

하지만 그 흙은 기억하고 있었다.

수많은 피가 스며든 그 대지 위에서 하나냐는 다시 하늘을 올려다봤다.

별은 차갑고 조용했다.


마카베오는 말을 탄 채 산등성이에 멈춰 섰다.

그는 말없이 예루살렘 쪽을 바라보았다.

하나냐는 그의 눈동자에서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을 보았다.

하지만 그 눈빛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불길은 여전히 타오르고 있었다.

누군가는 그것을 희망이라 불렀고 누군가는 그것을 심판이라 말했다.

하지만 그날 밤, 하나냐는 그것을 이렇게 불렀다.


“광야의 불길.”


그리고 그 불은 다시 다가올 어둠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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