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약중간사 13부
기원전 144년의 예루살렘은 겉보기엔 평온했다.
봄비가 그친 성전 계단은 아직 축축했고 그 위로는 새벽빛이 조심스레 내려앉고 있었다.
그러나 그 평온함은 속이 빈 항아리 같았고 언제 깨질지 모를 긴장이 도시 전체에 가득했다.
하나냐는 성전 안뜰을 조용히 걸었다.
고요한 새벽의 정적 속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는 마치 땅 속에 묻힌 선조들의 숨소리처럼 묘하게 그의 심장을 때렸다.
요나단이 보낸 전갈은 침묵을 찢으며 도착했다.
“디오도토스 트리폰이 아라비아에서 안티오코스 6세를 옹립해 안티오키아로 진군했다.”
이 말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었다.
그것은 땅이 갈라지고 피가 솟을 것을 예고하는 신탁이었다.
다시, 또 다시 피로 얼룩질 시대가 오는 것이었다.
요나단은 말없이 앉아 있었다.
하나냐는 그 앞에 섰다.
요나단은 이제 반란군의 지도자이자 외교가, 정치인, 그리고 희생자였다.
그의 머리엔 은빛이 드리워져 있었고 눈동자엔 전쟁보다 더 피로한 정치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디오도토스는 파격적인 제안을 보냈다.
“데메트리오스를 무너뜨리는 데 협력해 주면, 유대인들에게 완전한 독립을 허락하겠다.”
그 말은 꿀처럼 달콤하면서도 뱀의 혀처럼 미끄러웠다.
시몬은 분명하게 고개를 저었고 하나냐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요나단은 밤이 지나기를 기다리는 자처럼 긴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은 없을지도 모른다.”
하나냐는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가 외세의 손에서 독립을 얻는다면, 그 대가는 무엇입니까? 그들이 주는 자유란, 결국 또 다른 사슬이 아닙니까?”
요나단은 흔들렸다.
아니, 흔들리는 척하지 않으려 했지만 그의 손가락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결정을 내렸다.
시몬에게 유대 방위를 맡기고 서해안 도시들을 차례로 점령해 나갔다.
갈릴리로 진군했고 나소르 전투에서 셀레우코스 방어선을 무너뜨렸다.
그러나 디오도토스는 그가 자신보다 더 강력한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프톨레마이스를 함께 공격하자며 유인했고 요나단은 1,000명의 정예 병사를 이끌고 출병했다.
하나냐는 요나단의 결정에 조용히 반대했다.
“그것은 덫입니다. 그 도시의 성벽은 높지만, 진정 위험한 것은 그들의 말입니다.”
요나단은 조용히 미소지었다.
“내가 믿는 건 그들의 말이 아니라, 나 자신의 선택이야.”
그 말은 작별이었다.
프톨레마이스의 거리는 낯설게 고요했다.
성문이 열리고 함정은 발동되었다.
디오도토스의 군대가 사방에서 몰려들었고 골목은 피로 물들었다.
요나단은 포로로 잡혔고 그와 함께한 이들은 모조리 칼 아래 쓰러졌다.
전투는 한낮까지 계속되었다.
골목길 사이사이에 피가 흐르고 병사들의 마지막 비명과 무너지는 숨결이 돌담에 부딪혀 메아리쳤다.
요나단은 최후까지 검을 놓지 않았다.
쓰러지는 병사들을 부여잡으며 그는 전우의 피를 입고도 한 치 물러서지 않았다.
그가 검을 마지막으로 휘두를 때, 그의 눈에는 형 유다의 마지막 모습이 스쳐갔다.
산 위에서 칼을 들고 바라보던 그날, 유다의 눈빛은 담대함과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동생들과 하나냐, 아버지 마타디아—모두가 그에게 속삭이는 듯했다.
"끝까지 싸우라. 네가 이 민족의 촛불이다."
그러다 마침내, 요나단은 포위망에 갇혔고 무릎을 꿇고 검을 부러뜨렸다.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의 입술이 마지막으로 움직였다.
"예루살렘... 나는... 돌아갈 것이다."
며칠 후, 요나단이 붙잡혔다는 소식이 예루살렘에 도착했다.
하나냐는 말을 잃었고 시몬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조용히 명령을 내렸다.
“그를 구해라.”
시몬은 100달란트와 요나단의 두 아들을 바쳤다.
그러나 디오도토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해 겨울, 유대로 군을 이끌고 쳐들어왔지만 폭설에 막혀 바스카마로 후퇴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요나단을 처형했다.
요나단의 유해가 돌아온 날, 모딘의 가족 묘지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하나냐는 무릎을 꿇고 땅을 쳤다.
겨울의 찬바람이 그의 옷자락을 휘날리고 손가락 사이로는 흙이 흘렀다.
“요나단이 떠난 자리에 피비린내와 눈물만이 남았습니다.”
시몬은 형의 유해 앞에 서서 칼을 꺼내 들고 땅에 꽂았다.
그 칼은 피로 물든 형제들의 이름을 품고 있었다.
하나냐는 그 곁에서 속삭였다.
“당신의 죽음은 끝이 아닙니다. 우리는 아직 살아있고, 싸움은 계속될 것입니다.”
요나단의 묘 앞에는 민중들이 모였다.
어머니들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렸고, 노인들은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성전의 제사장들은 검은 옷을 입고 애가를 불렀고 어린 소년들은 요나단의 이름을 돌 위에 새겼다.
한 소년은 떨리는 손으로 묘비에 손을 얹고 말했다.
“형이 말했어요. 요나단 장군은 우리를 위해 죽었다고. 무섭지만... 저는 이제 검을 배울 거예요.”
그날 밤, 하나냐는 혼자 성전 언덕에 올라섰다.
바람은 세차게 불었고 예루살렘의 불빛은 멀리 아른거렸다.
“이 싸움은 언제 끝날까요? 우리는 언제쯤 평화를 손에 쥘 수 있을까요?”
대답은 바람뿐이었다.
그러나 그 바람은 요나단의 숨결처럼 느껴졌다.
유다는 다시 창을 들 것이고 그 피는 다시 강을 이루어 흐를 것이다.
요나단은 죽었다.
그러나 그의 이름은 땅과 피 위에 그들 모두의 가슴 속에 살아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