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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entMeditator Oct 17. 2024

마른 잎 다시 살아나


사람이 사는 세상처럼 넓고도 좁은 곳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군에 있을때 일입니다

훈련소를 퇴소하고

수방사 신병교육대에서 두달간 집체교육을 받고

자대에 배치를 받았습니다

 


자대배치 한달 정도가 지났을때인가...

전역자가 있어서 소대 회식을 하는데

신병들에게 노래 한자락씩 시키는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여기에서 제가

감당할수도 없는 개념없는 짓을 하고 말았는데

 


노찾사의 '마른잎 다시 살아나...'를 부른 것이었습니다





순간...

얼어붙는 내무반

연이은 집합

제 바로 윗군번이 일병 3호봉 정도 되는 사람이었는데

 


빨갱이 새끼는 때려 죽여야 한다며

폭풍구타

태어나서 그렇게 맞아본것은 

손가락에 털나고 처음인듯 싶었습니다

 


고등학교때 한시간내내 뺨을 맞아본적도 있지만

그때보다 더 맞은듯 싶네요

 


우연히 방문한 사무실에....

그 고참이 딱... 부장님으로 앉아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신기한것은

저는 아무리 기억을 하려고 해도 기억이 나지 않는 사람인데

절 한눈에 알아보더라는 것입니다

 


군에 있을때보다

살은 엄청 찌고

머리는 엄청 빠지고

엄청 늙고

참 보잘것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알아봐주는 것이 고맙기도 하고

몰라본것이 미안하기도 하더군요

 


맞은 사람은 기억을 하고

때린 사람은 기억을 못해야 하는게 정상인데

얼마나 개념없고 얼터구니 없는 일이었으면

기억에 남아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아마 그분도

저녁에 집에 가서나

직장 동료들과 소주 한잔을 나누며 이야기 할지도 모릅니다

 


'내가 군대에 있을때 말이지...  개념없는 쫄따구 하나가 있었는데...'

하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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