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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벨린의 비범한 인생' 리뷰 소년의 꿈과 여정

by 참지않긔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어서 담아 두었다가 어제 시간을 내어 시청을 하였습니다.


인터넷은 때때로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피난처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벤저민 리 감독의 다큐멘터리 '이벨린의 놀라운 삶'은 우리에게 가상 세계 역시 진정한 유대와 감정을 담아낼 수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 작품은 듀센 근육 이영양증으로 점차 몸의 움직임을 잃어가던 노르웨이 청년 마츠 스틴의 삶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그가 온라인에서 ‘이벨린’으로 살아가며 남긴 흔적을 통해 그의 이야기 속 깊은 아름다움과 감동을 전합니다.




영화는 마츠의 부모가 지켜본 현실 세계의 그의 삶에서 시작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진 홈 비디오 속 마츠의 모습은 소중하고도 아린 기억으로 남아 부모와 관객의 마음을 채웁니다.

부모는 그가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고립되어 간다고 생각했지만 그가 세상을 떠난 후 블로그에 남긴 사망 소식을 올린 순간 그들이 알지 못했던 가상의 세계에서 마츠가 얼마나 사랑받던 인물이었는지를 깨닫습니다.

마츠는 가상 공간에서 '이벨린 레드무어'라는 자아를 통해 진정한 자신을 찾고 친구들과 사랑을 나누며 그들의 삶에 깊이 스며들었습니다.




리 감독은 애니메이션과 실제 게임 장면을 교차시켜 마츠가 이벨린으로서 살아간 삶의 순간들을 그려냅니다.

게임 속 세계 ‘아제로스’는 그에게 있어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또 다른 삶의 무대였습니다.

마츠는 이곳에서 처음으로 자유롭게 달리며 모험을 하고 친구를 만나고 사랑을 경험했습니다.

그의 가상 친구들 특히 덴마크의 어머니 제니아-안니와 그 아들이 마츠를 통해 소통할 수 있었던 장면은 그의 존재가 단순히 가상의 인물이 아닌 누군가에게 따스한 희망의 빛이었다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마츠가 남긴 디지털 대화 기록 속 그의 말과 행동들은 여전히 그들을 향한 진심으로 가득합니다.




다큐멘터리가 그린 이벨린의 이야기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합니다.

그가 만든 소중한 유대와 교감의 순간들이 한 편의 영화 속에 전부 담기에는 너무나 풍성하고도 따뜻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그의 부모가 받은 수많은 이메일과 함께 더 많은 이야기를 암시하지만 제한된 시간 속에서 오직 두 가지 이야기만을 다룹니다.

그가 남긴 흔적을 더 깊이 탐구할 수 있었더라면 이벨린의 세계가 얼마나 아름답고 다채로웠는지를 더욱 느낄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벨린의 놀라운 삶'은 마츠의 가상 삶이 진심으로 사랑받고 기억될 만한 가치가 있음을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그의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하여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이 다큐멘터리는 마츠가 남긴 흔적이 가상 세계에서 벗어나 실제로도 의미 있는 삶을 살았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이벨린의 놀라운 삶'은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와 감동을 전합니다.

마츠가 가상 공간에서나마 자유롭게 날아오르며 남긴 그의 빛나는 흔적은 제한된 삶의 틀 속에서도 피어난 무한한 인간의 가능성을 일깨웁니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물리적 공간을 넘어 그리움과 사랑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마음을 울리는 진정한 헌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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