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땅. 전홍 대금침
가장 순수한 홍차가 뭐냐고 물어보면 나는 아마도 대금침을 이야기할 것 같다. 솜털이 보송한 찻잎이 산화되어 노랗게 익어가는 대금침이야말로 홍차계의 증류수 같은 인상이 있다. 홍차에서 나는 몰티한 고구마향의 원조격이기도 한 전홍 대금침은 태초의 홍차로 입을 헹구는 느낌을 항상 준다. 오늘은 용인에 계신 구름의 땅님께 구매한 전홍 대금침을 동네친구 라라님에게 나눔 받아 한 모금 마셔본다.
투차량은 계량하지 않고 대충 때려 넣었다. 원래 들어가면 한 그릇인 거다. 물은 약 90도, 60ml쯤. 너무 오래 우리지 않고 20초쯤 우렸다. 15초에 서 끊으려고 했는데 살짝 놓친 타이밍. 이날 오후에 이미 전홍을 어디선가 마시고 온 터라 의도치 않게 비교시음이 되었는데 다른 전홍과 비교해 보아도 전홍 특유의 군고구마향과 단맛이 은은하게 깔리는 느낌이었다. 그 외에도 쇠맛 같은 특이한 아로마가 있었는데 1,2포에서만 느껴진 걸로 봐선 세차하면 사라지는 맛이 섞여있는 듯하다. 세차를 한번 할걸 싶었던 게 내포성이 말도 못 한다. 8번인가 9번 마시다가 더는 안 되겠어서 냉침행.
냉침을 할 거였으면 좀 더 빠르게 넣을걸 싶었다. 냉침에서는 살짝 밍밍한 맛으로, 그럼에도 향 자체는 빵빵해서 대금침의 위엄을 보여주었다. 전홍은 정말이지.. 언제나 감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