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함을 달랠 옥수수 한 개

by 도시 닥터 양혁재

이번 주말, 유례없는 많은 비가 쏟아지는 상황 속에서도 나는 먼 길을 돌고 돌아 어머님 댁으로 향했다. 가는 길은 험난하기 그지없었다. 산사태가 발생해 도로가 유실되고, 흘러 넘친 강물 때문에 교통이 통제되는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그저 서울에서 의사 아들이 내려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릴 어머님의 얼굴이 선해서, 나는 우회 도로를 찾아 차를 몰았다. 결국, 좀 늦긴 했지만 어머님 댁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의사이기 전에, 어머님의 일일 아들로서 나는 집안 곳곳 문제가 되는 부분들을 고쳐드리기로 했다. 몸이 불편하신 어머님이 엄두도 낼 수 없는 일들. 아들인 내가 꼭 해결해 드리고 싶어, 연장을 잡았다. 그리고 비가 오든, 태양이 작열하든,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작업에 열중했다.


이른 새벽부터 서울에서 직접 운전해서 달려온 터라, 사실 작업 말미에는 자꾸만 심한 피로가 나를 덮쳐왔다. 그렇게 고단함에 휩싸여, 주저 않고 싶은 마음이 생길 무렵 어머님께서 내게 노란 알갱이가 실하게 박혀 있는 먹음직스러운 옥수수 한 개를 건네셨다.


자신을 대신해 집안의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해 주는 아들에 대한 고마움이 가득 담긴 옥수수. 어머님의 사랑과 애정, 관심이 가득 담겨 더 먹음직스러운 자태를 뽐내는 옥수수를 나는 입을 크게 벌려 한 입 베어 물었다. 입속에서 '톡톡' 터지는 알갱이들을 음미하며, 어머님께 깊은 감사를 전했다. 옥수수 알갱이 한 알 한 알을 씹을 때마다, 그 속에서 달콤한 즙이 흘러나올 때마다, 나는 연신 다짐했다. '오늘 아무리 내가 지치더라도, 힘들더라도, 고되더라도, 어머님이 부탁하신 일들을 모두 다 끝내고 가리라'라고 말이다.


결국 나는 어머님을 몹시도 불편케 했던 크고 작은 집의 문제들을 모두 완벽하게 처리했다. 그리고 연이어 어머님의 아픈 관절까지 꼼꼼하게 살펴드렸다. 치료가 시급했던 어머님의 상태에 놀란 나는, 다음 주에 곧바로 병원에 방문해 치료를 받으실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서둘러 마무리 지었다.


내가 다시 서울로 돌아갈 채비를 하자, 울상이 되어버린 어머님을 꼭 안아드리며 이렇게 속삭였다.


"어머님, 아들 곧 다시 서울에서 만날 건데 너무 울지 마세요. 우리 곧 다시 만나요"


나의 속삭임에...이내 어머님의 얼굴을 밝아지셨고 행복한 표정으로 나를 보내주셨다.

다시, 서울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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