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날씨에 어머님이 부탁하신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옷은 땀으로 흠뻑 젖어버리고 만다. 집에서 막 입었을 때의 뽀송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젖어버린 옷. 내가 좋아하는 섬유 유연제 특유의 향은 일찌감치 날아가 버리고 땀 냄새만 가득하다. 워낙 더운 터라 30분만 일해도 완전히 젖어버리는 옷. 자꾸만 몸에 달라붙어 찝찝하지만, 그래도 어머님의 일을 도와드릴 수 있다는 기쁨에 불편하지도 모르고 일에 몰입하게 된다. 이것이 나의 일상이다.
어머님께서 부탁하신 모든 일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을 때면 내가 움켜쥐지 않았음에도 바닥에 옷에서 흘러나온 땀이 흥건할 때가 있다. 얼마나 젖었으면 그러할까. 그런 모습을 보고 성연 씨도, 어머님도, 그리고 마냥이쁜우리맘 제작진들도 내게 정말 대단하다며, 이런 아들이 어디 있냐고 말하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그렇게 과분한 칭찬을 받고 나면, 양볼이 붉어진다. 그저 내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아들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수행했을 뿐인데 말이다. 그래도 고개 숙여 감사하다고 꼭 화답한다. 그것이 상대의 칭찬에 대한 예의니까.
이번 주말에도 또다시 나의 옷은 땀으로 흠뻑 젖을 것이다. 하지만 뭐 어떤가. 깨끗하게 빨래한 후에, 탁탁 털어 햇볕 근처에 놓아두면 또다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새 옷으로 돌아갈 것이다. 가장 뽀송뽀송한 상태로 말이다. 그럼 난 또다시 그 옷을 입고, 다시 옷이 완전히 젖어버릴 때까지 어머님의 일을 돕겠지. 이런 일상이 마냥 나쁘지만은 않다. 아니, 사실은 너무 좋다. 내가 아들로서 어머님을 위해 무언가 해드릴 수 있다는 사실이. 치료를 해 드리는 것 외에도, 또 다른 무언가를 해드릴 수 있다는 점이 더없이 뿌듯하고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