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든 의사 아들, 양혁재입니다

by 도시 닥터 양혁재

공유 신드롬을 유발했던 김은숙 작가의 명작 '도깨비'

아마 모르는 사람들이 별로 없을 것이다.

나 역시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순까지, 도깨비라는 작품에 푹 빠져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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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도깨비의 초반 회차에 보면 김고은 배우가 연기한 은탁과 공유 배우가 맡은 김신이 방파제 위에서 꽃을 주고받는 장면이 있다. 뒤에서는 파도가 산산이 부서지고, 두 주인공의 장대한 서사의 첫 시작이자 앞으로 펼쳐질 여정을 암시하는 의미 있는 장면이라 유난히 기억에 남았었는데 마침 이번 마냥이쁜우리맘 촬영의 첫 시작이 바로 그곳이 아니던가. 반가운 마음 그리고 오마주 하고 싶은 욕심, 거기에 더해 어머님을 기쁘게 만들 수 있다는 설렘이 피어올라 꽃집에 들러 꽃을 구입했다. 도깨비 속 장면과 똑같이 메밀꽃을 사려다가, 장고 끝에 결국 해바라기로 결정했다.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어 결제할 때, 난 플로리스트님께 특별한 부탁을 드렸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어머님께 선물할 특별한 해바라기니, 정성을 담아 예쁘게 포장 부탁드립니다"


싱긋 웃으시며 정말 예쁜 해바라기 다발을 만들어 주신 플로리스트님. 덕분에 기분이 좋아진 나는 생글생글 웃으며 촬영장에 도착했고, 방파제의 끝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자 성연 씨가 물었다. 뒤에 무얼 숨기고 있는 것이냐고. 등 뒤에 고이 숨기고 있던 해바라기를 꺼내 보이자, 성연 씨는 단번에 자신에게 주는 것이냐며 신나서 물었다. 그러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이 꽃은 어머님을 위한 것임을 밝히자 성연 씨는 다 알고 있었다는 듯, 쿨하게 웃어 보였다.


사실 메밀꽃이 아닌 해바라기를 결정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날 만날 우리맘 주인공 어머님께서는 다른 케이스와 다르게 직접 편지를 써서 사연을 신청해 주셨다고 했다. 그리고 사연이 무사히 나와 마냥이쁜우리맘 제작팀에 닿아 의사 아들과 배우 딸이 자신을 찾아오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하고, 또 기다리셨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전해 듣자, '한결 같은 기다림'이라는 꽃말을 가진 해바라기를 선물해 드리는 것이 가장 알맞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결론적으로 잘한 것 같다. 샛노란 해바라기 다발을 선물받으신 어머님이 어찌나 좋아하시던지. 당신의 생에 이렇게 아름다운 선물은 처음이라며 감동의 눈물까지 글썽이셨다. 어머님이 크게 감동하시는 모습을 보자, 나 역시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고, 성연 씨 역시 내게 진정한 효자라며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어머님께서는 거실의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내가 선물한 해바라기를 놓아두셨다. 이곳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이라며, 어머님께서는 해바라기가 시들지 않도록 열심히 관리하실 것이라 강조했다. 부디 해바라기가 시들지 않고 계속해서 싱그러운 상태를 유지해서, 내게 치료를 받고 돌아온 어머님을 반겨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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