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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 닥터 양혁재 Sep 25. 2023

우리들의 가장 행복했던 시간

고된 일상에 지쳐버린 어머님을 위해 내가 나섰다. 부족한 솜씨지만, 어머님이 가장 좋아하시는 밑반찬인 콩나물무침을 준비해 보기로 했다. 콩나물을 다듬기 위해 주방으로 내가 들어가자, 어머님은 화들짝 놀라시며 따라오셨다. 


"아니! 아들이 왜 요리를 해~ 쉬어쉬어~ 엄마가 하면 돼"


나는 손사래를 치며, 오늘은 어머님을 위해 아들이 요리할 시간이라고 말씀드렸다. 내가 싱긋 웃으며 말씀드리니, 어머님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나시며 나의 주방 입성을 재가해 주셨다.


어머님의 허가 하에 주방으로 들어선 나는 흐르는 물에 콩나물을 깨끗하게 씻고, 손질에 나섰다. 티끌 하나 없이 깔끔하게 손질된 콩나물에 각종 양념을 했다. 콩나물무침은 처음이었지만, 양념까지 하고 나니 제법 그럴싸해 보였다. 쾌재를 부르며, 정성껏 만든 콩나물 무침을 어머님이 맛보실 수 있게 했다. 어찌나 긴장되던지...한 입 맛보신 어머님은 눈을 크게 뜨시면서, 이렇게 맛깔나게 양념된 콩나물 무침은 처음이며 몹시 좋아하셨다. 괜히 아들 기가 죽을까 봐, 극찬해 주시는 건 아닐까 하고 나도 한 입 먹었는데, 아니 세상에 보는 것처럼 맛도 좋은 것이 아닌가. 게다가 콩나물의 식감도 고스란히 살아있었다. 이 콩나물 무침 한 접시면 쌀밥 한 그릇 뚝딱 비워낼 수 있을 정도로 맛있었다. 


부족한 솜씨지만, 완벽하게 완성된 나의 첫 콩나물무침. 성연 씨도 맛있다며 연신 칭찬을 퍼부었다. 뿌듯한 마음으로 식탁 위에 나의 첫 콩나물무침을 놓았다. 어머님은 다른 반찬을 마다하시고 콩나 무침쪽으로만 계속 손을 뻗으셨다. 빠른 속도로 비워져 가는 접시를 보며, 흐뭇함과 뿌듯함을 감출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머님께서는 내 손을 붙잡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들, 오늘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하루를 보냈단다."


어머님의 말씀에, 군위까지 달려가느라 쌓인 육체적인 피로가 모두 사라졌다. 피로가 사라진 자리에는 어머님을 기쁘게 해드렸다는 뿌듯함과 행복만이 남아있게 됐다. 그렇게 난 사뿐한 손놀림으로 운전대를 잡았고, 기분 좋게 서울로 돌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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