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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 닥터 양혁재 Sep 25. 2023

마냥 걸었던 어느 하루

깊어지는 가을의 풍경을 담으며 마냥 걸었던 하루가 있었다. 그동안 내게 주어진 일들을 해결하느라 너무 바빠, 잠시 생각에 잠겨 걸을 겨를이 없었다. 하긴 식사도 건너뛸 때가 많은데, 여유를 부리며 걸을 시간이 어디 있었겠는가. 바쁜 일상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잠시 여유를 가지고 싶어 시간을 내서 걷고 또 걸었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가을의 전경. 바람에 일렁이는 풀잎들을 보며 걷고 또 걸었다. 걸으면서 생각했다. 매주 새롭게 만나게 되는 마냥이쁜우리맘 어머님들을 위해서 내가 더 해드릴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에 관해서. 


다른 사람들은 지금도 충분하다고 입을 모으지만, 나는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가능한 더 많은 것들을 어머님들께 해드리고 싶은데, 의료적인 지원 외에 더 어떤 것들을 해드릴 수 있을까? 물론 농번기, 농한기 구분 없이 일손을 거들어 드리고 또 어머님들께서 도움을 요청하시는 것들을 재빠른 손놀림으로 해결해 드리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앞서 말한 것 외에도 어떤 것들을 더 도와드릴 수 있는지, 자꾸만 고민이 깊어진다.


마음 같아선 매일 같이 찾아뵙고 말동무도 되어드리며 함께 시간을 보내드리고 싶지만, 그러려면 의사라는 내 본분을 다할 수 없으니 그것도 불가능하고······. 현실적인 범주 안에서 내가 어머님들을 도와드릴 수 있으려면...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기나긴 길을 걷는 내내, 계속해서 어머님들 생각만 했다. 어느덧 해가 떨어지고, 거리에는 어둠이 내려앉았음에도 나는 어머님들만을 생각하며 그렇게 한참을 걷고 또 걸었다. 발이 서서히 아파지기 시작해서야, 나는 걸음을 멈췄다. 하지만, 어머님들을 향한 생각은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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