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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 닥터 양혁재 Feb 13. 2024

나의 열렬한 팬이 되어주기로 하신 강형순 님과 함께

지난 1월 초순이었을까. 환하게 웃으시며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온 환자분이 있었다. 여태껏 많은 환자분들을 만났지만, 그렇게 밝게 웃으며 들어오는 분은 강형순 님이 처음이었다. 보통 심한 통증을 견디다 못해 내원하는 경우가 많기에, 진료실 문을 열고 나를 찾아오는 환자분들 대부분은 표정이 매우 어둡다. 그런데 강형순 님님의 표정은 여느 환자분들과 완전히 달랐기에 내심 깜짝 놀랐다.

"양 원장님~반갑습니다!"라며 반갑게 진료실 문을 연 강형순 님. 어찌나 밝게 웃으시는지, 숨 돌릴 틈 없이 이어지는 진료 탓에 많이 지쳐있었음에도 강형순 님의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입가에 미소가 절로 번졌다. 

그러나, 미소 뒤에 숨겨진 아픔은 누구도 헤아릴 없을 만큼 컸다. 


정밀 검사 결과, 강형순 님의 상태는 매우 심각했다. 오랜 기간 딸기 농사를 지었고, 하루도 쉬지 않고 밭농사와 논농사를 이어갈 만큼 고된 노동을 반복했던 강형순 님. 때문에 무릎은 완전히 무너졌고, 심한 유착까지 진행되어 있었다. 무릎 내부의 염증도 매우 심한 상태였다. 홀로 걸어 다닐 수 있는 것이 기적이라 여겨질 정도로 실제 상태는 매우 심각했다. 통증이 상상을 초월할 만큼 심했을 텐데도,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웃으며 지냈던 강형순 님. 어떻게 이토록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늘 좋은 것만 생각하고 웃으며 지내실 수 있었던 건지...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강형순 님의 환한 미소와 상반되는 충격적인 검사 결과를 확인한 나는 곧바로 인공관절수술을 권했다. 나의 설명을 들은 강형순 님께서도 수술에 적극적으로 동의하셨고, 이튿날 인공관절수술을 진행하게 됐다. 


수술은 가장 상태가 심각했던 왼쪽 무릎부터 진행하기로 했다. 과연 절개를 진행해서, 무릎 내부를 확인하니 도대체 어떻게 걸어 다니셨나 싶을 정도로 염증 정도가 심각했다. 빠르게 염증을 제거하고, 특수 금속과 티타늄으로 제작된 인공관절을 삽입했다. 하지 정렬 및 간격을 섬세하게 맞추고, 봉합까지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그리고 얼마 뒤, 왼쪽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나 상태가 심각했던 오른쪽 무릎까지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은 대성공이었다. 어머님의 회복 속도는 놀라울 만큼 뛰어났다. 무릎도 얼마나 잘 구부리고, 높이 올리는지. 회진하러 갈 때마다, 더 좋아진 모습을 보여주신 강형순 님. 


강형순 님께서는 수술이 잘 된 것은 모두 원장님 덕분이라며 계속해서 나를 치켜세워 주셨다. 극한의 고통에서 벗어나 건강한 삶을 선물해 준 내게 연신 고마움을 표한 강형순 님. 앞으로 내 열렬한 팬이 되어주기로 굳게 약속하셨다. 내가 하는 일은 무엇이든 응원해 주시기로 한 강형순 님의 마음에 나 역시 크게 감동받았다. 


강형순 님께서는 빠르게 건강을 회복하시어 설날 연휴 시작 직전에 집으로 돌아가시게 되었다. 병원 문을 나서는 강형순 님을 먼발치서 바라보며 열렬한 팬심에 대해 보답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일까 고심해 보게 됐다. 설날 연휴 내내 고심한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단 하나. 강형순 님처럼 무릎이 아파서 내게 간절하게 도움을 요청한 사람들을 더 정성을 다해 치료해 드리는 것. 내가 의사로서, 참된 진료를 행하고, 환자들에게 건강한 내일을 선물해 드리는 것만이 강형순 님의 사랑과 애정에 보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 싶다. 

조만간 수술 후, 경과를 확인하기 위해서 강형순 님께서 다시 내원할 예정이다. 다시 강형순 님을 만나게 되면, 내가 당신의 열렬한 지지와 사랑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보답하기로 결정했는지 웃으며 말씀드리고 싶다. 나의 선택을 말씀드리면, 아마 강형순 님께서는 호탕하게 웃으시며 어깨를 두드려 주시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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