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6일 오전 11시 30분.
진료실 문이 열리자마자, 백발의 어르신 한 분이 내게 다가왔다. 한눈에 보기에도 거동이 불편하신 분이었다. 어르신은 나를 보자마자, 품 속에서 수줍게 무엇인가를 꺼내셨다. 그건 바로 내 책 '엄마, 이젠 울지마'였다.
아흔에 가까운 나이에도 책을 즐겨 읽으신다는 어르신. 우연히 동네 서점을 방문했다가 내 책을 발견하게 되셨고, 그길로 곧장 사서 읽어보셨다고 했다. 책을 읽다가 저자인 내가 당신이 평소에 즐겨 보던 마냥이쁜우리맘의 그 의사 아들인 걸 알게 되셨다는 어르신. 밀려오는 감동과 반가움에 나를 만나기 위해 병원으로 직접 연락을 취하셨고, 결국 나와의 만남이 성사된 것이다.
어르신은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사인을 요청하셨다. 난 아직 어르신의 품 속 따뜻한 온기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책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정성을 다해 사인을 하고, 짧은 감사 인사까지 남겼다.
다시 책을 건네드리자, 어르신께는 한 번 안아봐도 되냐고 물었다.
"그럼요. 당연하죠. 안될 게 뭐가 있겠습니까?"
난 주저 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 어르신을 안아드렸다. 그리고 이 특별하고도 소중한 인연이 앞으로도 지속되길 바란다고 말씀드렸다.
어르신께서는 나를 보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길을 나섰다고 하셨다. 불편한 다리로 부천에서 서울까지 오는 게 쉽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의사를 직접 본다고 생각하니 다리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고 웃으며 말씀하셨다.
잠깐이었지만, 나와의 만남 그리고 포옹 이후 한결 가벼운 발걸음으로 진료실을 나서는 어르신을 바라보며 가슴이 뭉클했다.
어르신과의 이 특별한 인연이 부디 오랫동안 지속되기를.
멀지 않은 미래에 다시 만나 뵐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