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뀔 때마다 생각나는 얼굴

by 도시 닥터 양혁재

계절이 바뀔 때 그 계절만의 냄새가 있다는 걸 아는가?

단순히 기온 때문만은 아니다. 계절은 늘 냄새와 함께 온다.


한낮의 햇살은 점점 따가워진다. 오늘은 제법 후덥지근한 날씨에 여름 느낌이 났다.

조만간 매미들이 열심히 울겠지. 초여름이 다가오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3년 전 여름, <마냥이쁜우리맘>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비닐하우스에서 처음 만난 어머님은 어깨도 굽은 채 절뚝이며 나에게 걸어오셨다. 옷을 갈아입자, 음료를 건네주신 춘자 어머님. 아직 풀과 잡초를 구별하지 못한 시절이었다. 그래도 어머님을 돕겠다며 호기롭게 나섰다.


김매기 한 시간 만에 잡초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일이 끝나면 또 도울 일은 없는지 어머님과 아버님을 졸졸 쫓아다녔다. 어머님과 아버님은 아마 나를 병아리처럼 생각하셨을 거다. 그래도 마냥 귀찮지 않으셨나 보다.


설거지할 때면 서로 하겠다며 투닥여보고 저녁 식사 후 단골 드라마도 다 같이 앉아 시청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어머님의 상태를 살펴봤다. 발목은 관절염이 심해져 굳어버렸고, 인공관절수술과 고관절수술까지 하셨다고 한다. 팔과 어깨는 또 어떠한가. 팔 한쪽도 제대로 들지 못하고 팔꿈치는 굳고 있었다.


변형이 심하게 온 발 때문에 구두는 꿈도 꾸지 못했다는 엄마. 아플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는 삶, 참는 것이 일상이 된 어머님의 어깨. 그날 내가 해드릴 수 있었던 건, "어깨가 잘 나을 수 있게 도와드릴게요. 아들 믿고 맡겨주세요."라는 말이었다.


어머님은 진료실을 나가며 이렇게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기쁘다고 말씀하셨다. 병원에서 의사 아들을 보니 마음이 놓이셨나 보다. 언제나 돌아오는 여름. "어머님 잘 지내시죠?" 안부를 여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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