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나이 들면 다 이 정도 하죠?"
처음 뵌 어머님은 웃으며 말했지만, 자세히 보니 오른쪽 다리를 살짝 끌고 계셨다.
몇 개월 전, 어머님은 집 앞 문턱에 걸려 넘어진 뒤로 계속 불편하다고 하셨다.
하지만, 병원은커녕, 자식들에게조차 제대로 말씀하지 못하셨다.
'이 정도는 곧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은 때론, 우리 몸을 가장 오래 괴롭힌다.
그날 나는 어머님의 손을 잡고 이렇게 말했다.
"오늘은 저와 성연 씨가 맛있는 밥 해드릴게요. 그리고 나중엔, 꼭 제대로 걷게 도와드릴게요."
병원에서 수없이 많은 뼈를 보고, 진단하고, 수술하지만, 진료실 안에만 있으면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
매주 주말마다 의료 봉사를 나서며, 그 사실을 더욱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대부분 어머님은 참아온 시간이 너무 길었다.
그래서 내가 직접 찾아가지 않았다면, 자기 몸 상태를 외면한 채 살아가셨을지도 모른다.
필요하다면 수술도, 주사도, 그리고 회복에 필요한 재활 치료까지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총동원했다.
단순히 무릎을 고치는 의사가 아니라 다시 걸을 수 있다는 희망을 드리고 싶었다.
오랜만에 마주하는 얼굴에는 놀라움과 반가움, 그리고 기쁨이 담겨 있다.
그 표정을 볼 때마다. 이 길이 맞다는 확신이 든다.
이 과정을 휴먼다큐로 기록했다.
다시 영상을 볼 때마다, 영상 속 웃고 있는 어머님들은 이 일을 계속해야 한다는 이유가 되었고,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 지를 알려주는 이정표가 되었다.
허리가 아파도 새벽까지 마늘을 까는 어머님, 무릎이 퉁퉁 부은 채로 밥집 주방을 책임진 어머님.
그분들에게는 '쉬셔야 한다'라는 말보다 '함께하자'라는 행동이 더 도움이 됐다.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았다.
힘든 일거리는 양 남매가 대신했고, 기대보다 빠른 속도로 회복하는 어머님을 볼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 지팡이 없이 두 발로 걸어 오시는 어머님을 보면서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그 걸음 하나하나가, 우리가 함께 노력한 시간의 증거였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