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나도, 내 몸 좀 챙기려고요"

by 도시 닥터 양혁재

"무릎이 너무 아파요. 계단 오를 때마다 죽을 맛이에요."


진료실 의자에 앉은 어머님은 무릎을 감싸며 말씀하셨다.

한눈에 봐도 관절염이 심해 보였지만, 문진하던 중 이상한 점이 있었다.

말씀 중간중간 허리를 자꾸 짚으시는 모습에 진짜 통증이 어디서 시작된 건지 다시 질문했다.


"허리는 불편하신 곳 없으세요?"

내 질문에 어머님은 머뭇거리다가 말씀하셨다.

"...사실, 허리도 아프고 엉치부터 다리까지 저려요. 근데 무릎이 더 아프니까."


정형외과에서 무릎 문제로 내원하시는 분 중 상당수가 허리 문제도 안고 계신다.

아픈 무릎을 쓰지 않으려고 피하다 보니 자세가 틀어지면서 허리가 망가지게 되는 것이다.

지금은 심하지 않을지 몰라도 허리 통증이 본격화하는 건 시간문제다.


MRI나 신경 증상을 확인해서 통증 원인을 찾는다.

신경외과 전문의 선생님과 협진하며 치료 일정 조율이나 타협이 필요한 순간이 오기도 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치료가 끝나고 그 어머님은 퇴원 전, 마지막 진료를 나서며 웃으셨다.

"이제 조금 살 것 같아요. 나도 이제 내 몸 좀 챙기려고요."


허리를 편다는 건, 단순히 행동을 의미한다는 것이 아니다.

생계를 위해 일하느라 오랫동안 구부리고 살아온 삶을 펴내는 일일 것이다.


누군가의 아내, 엄마, 며느리로 살아온 시간을 지나

이제는 '나'라는 이름으로 조금씩 일어나는 일.


그 순간을 지켜보기 위해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