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라는 직업은 매일 수많은 질문을 받는다.
"많이 심각한가요?"
"괜찮아질 수 있을까요?"
"수술을 꼭 해야 하는 거죠?"
환자들의 물음에 답하는 일상.
하지만 정작 내게는 하루에 한 번이라도 질문을 던졌던 적이 있었을까.
3년 전, 오지 마을을 찾았던 시절이 있었다.
토요일이면 병원에서 벗어나 진료 한 번 받기 어려운 산골 마을로 들어갔다.
무릎이 퉁퉁 부어 걷지도 못하던 어머님, 허리가 굽어 두 손 짚고 나오시던 어머님.
그분들은 내게 질문하지 않았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눈빛만 보여주셨다.
나는 매일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오늘도 최선을 다했을까?'
'오늘 만난 어머님들께 진심이었을까?'
'다시 돌아가더라도 이 시간을 기억할 수 있을까?'
그 물음들이 하루의 끝에서 나를 붙들었다.
환자를 치료하는 일은 곧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는 걸.
"의술은 곧 인술이다."
내가 늘 되뇌며 다짐한 말이다.
사람을 만난다는 건, 상대방의 삶의 일부에 녹아드는 일이라는 걸
그때 비로소 배울 수 있었다.
지금은 병원에서 진료와 수술에 집중하고 있지만,
도움을 드리고자 하는 마음은 여전하다.
멀고도 불편한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보답해 드리고자 한다.
건강은 선택이 아니라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환자마다 다른 사정, 사연, 상황을 듣고 그에 맞는 치료 방법을 고민한다.
수술만이 답이 아닌, 그들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었는지 묻는 요즘.
그 질문들은 내가 길을 잃지 않도록 이정표가 되었고,
언젠가 다시 산골 마을을 찾아갈 날을 기다리며 마음속 징검다리가 되었다.
징검다리가 완성되면 다시 여행을 떠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