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이젠 웃으셔도 됩니다

by 도시 닥터 양혁재

겨울이 절정에 이를 무렵, 연심 어머님을 만났다. 어머님은 내가 그간 만났던 마냥이쁜우리맘 주인공 중에서 가장 표정이 어두우셨다. 어딘가 모를 깊은 슬픔이 묻어 나왔다. 그 깊은 사연이 궁금했지만 애써 묻지 않았다. 그저 자연스럽게 어머님이 내게 이야기를 꺼내주시길 기다렸다.


어머님께서 점심을 드시고 잠시 쉬고 계실 무렵, 나는 슬쩍 어머님 옆에 앉았다. 그러니, 어머님은 내게 훤칠한 키와 얼굴이 인상적인 어떤 젊은 남자의 사진을 보여주셨다. 그 분은 어머님의 아들이었다. 어머님은 사진을 보며 잠시 미소를 띠시다가 이내 눈물을 쏟아내셨다. 그렇다. 어머님의 아드님은 젊은 나이에 사고로 세상을 떠나신 것이다. 황망하게 떠나버린 아들의 사진을 붙잡고, 어머님은 한참을 우셨다.


더욱 슬펐던 것은 사진 속 아드님 외에도 또 다른 한 분 역시 돌아가셨다는 점이었다. 오랜 기간 투병 끝에 어머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셨다는 아드님. 2명의 아들을 떠나보낸 어머님은 아들들이 떠나간 이후로 단 하루도 눈물 없이 보낼 수 없었다고 하셨다. 어머님의 가슴 아픈 사연에 나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떠나간 아들들의 사진을 보며 소리내어 엉엉 우시는 어머님의 곁에서 나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휴지로 아무리 닦아도 흘러 넘치는 눈물에 결국 나는 닦는 것을 포기하고 복받쳐 우시는 어머님의 손을 꼭 잡아드렸다.


DSC05652.JPG


그렇게 꽤 시간이 흘렀다. 조금은 마음이 진정된 어머님과 함께 나와 성연 씨는 외출에 나섰다. 살면서 찜질방에 가 본 적이 거의 없다는 어머님을 위해 특별히 편백 나무로 지어진 찜질방으로 향했다. 귀엽게 수건을 양 모양으로 만들어 쓰고 별미인 맥반석 달걀까지 먹으며 단란한 시간을 보냈다. 그 순간만큼은 두 아들을 잃은 어머님의 슬픔이 조금은 가라앉은 듯 보였다.


내가 다시 서울로 떠나갈 시간이 다가왔을 무렵, 어머님은 "효자 아들 덕분에 오늘 하루는 그저 행복만으로 가득했다"고 싱긋 웃으며 말씀하셨다. 그런 어머님께 나는 이렇게 말씀드렸다.


"세상에서 제일 귀한 아드님을 잃은 슬픔을 제가 감히 어찌 다 헤아리겠습니까... 그래도 어머님, 이제는 조금 씩 웃으시면서, 삶을 즐기시면서 살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머님이 행복하셔야 하늘에 계신 아드님들도 분명 행복하실 겁니다. 누구보다 어머님이 행복하시길 바라고 있을 겁니다. 아주 간절히요."


나의 말에 어머님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셨다. 분명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님이 이제는 큰 슬픔을 딛고 일어나셔서, 조금씩 인생의 행복을 찾아가셨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