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도래하면서 환자들의 발걸음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진료실 밖 대기 공간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환자들이 앉아있다. 덕분에 퇴근 시간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 하지만 행복하다. 한 명이라도 더 치료해서, 그들이 다시금 건강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늦게 집에 돌아갈 수 있더라도 나는 괜찮다. 오히려 내가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음에 더 큰 감사를 느끼니까.
어제도 늦은 저녁까지 연달아 수술을 진행하고, 도로에 차가 한적해질 무렵에서야 겨우 병원을 나설 수 있었다. 차에 타니, 이내 애써 외면해왔던 피로가 밀려왔다. 손바닥을 비벼 열을 내서, 눈에 가져다 댔다. 그렇게 3분 동안 가만히 있고 나서야, 운전대를 잡을 수 있었다.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늦은 밤, 한적한 도로를 따라 집으로 향했다. 모처럼 기분을 내기 위해 라디오를 틀었다. 마침 내가 좋아하는 곡이 흘러나와 따라 불렀다. 노래에 한껏 심취해 따라 부르고 있으니, 이내 진행자가 사연을 읽기 시작했다.
해외 파견 근무 때문에 고향에 계신 연로한 어머님을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하다는 어느 딸의 사연이었다. 명절에도 찾아뵙지 못하고, 생신 때도 케이크 한 번 사다 드리지 못해 눈물이 날 정도로 죄송하다는 딸의 사연에 나 역시 고향에 계신 우리맘들이 떠올랐다.
우리맘 주인공 어머님들 중에서도 자녀가 너무 멀리 거주해서, 자주 찾아오지 못해, 홀로 쓸쓸하게 시간을 보내는 분들이 많다. 아니 많은 정도가 아니라, 거의 대부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말씀으로는 늘 괜찮다고 하시지만, 옆에서 지켜보면 깊은 외로움에 힘들어 하신다는 것을 대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어머님들의 이러한 상황에 항상 마음이 쓰였다. 그래서, 내가 자녀들을 대신하여 함께 하는 순간만큼은 최선을 다해 외로움을 달래드리고,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드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나도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어머님들이 느끼시기에 부족한 점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어머님들을 향한 내 진심은 알아주시기에 그저 우리 의사 아들 최고라며, 이런 의사 아들이 세상에 어디 있냐며 한껏 치켜세워 주신다. 지금까지 만난 모든 우리맘 어머님들이 그러하셨다. 단 한 분도 예외없이 모두 말이다.
어머님들께 늘 감사하다고 말씀드리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나의 감사함을 더 어머님들께 전달해드릴 수 있을까 골똘히 고민하다 보니, 어느덧 집이 보였다. 뜨거운 물에 하루의 피로를 모조리 씻어내고, 이불을 덮고 침대에 누웠다. 분명 당장이라도 잠들 것 같은 상태임에도, 나는 한참동안이나 어머님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감사를 표현할 수 있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이렇게 자꾸 생각하다 보면,
머지않아 그 해답이 떠오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