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책상 위에 놓인 수첩. 어디서 받았는지도 모를 수첩 속에는 나의 위시리스트들이 빼곡히 적혀 있다. 마냥이쁜우리맘을 시작하기 전에는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의 소망이 가득했다. 그런데, 어머님들을 만나고 난 뒤부터는 의사 아들로서의 위시리스트까지 추가됐다. 이제 수첩은 조금의 여백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나의 소망들로 메워졌다.
개인적인 것들이라 모두 다 공개할 수는 없지만, 의사 아들로서의 가장 첫 번째 위시리스트는 살짝 공개해도 되지 않을까.
「의사 아들의 첫 번째 위시리스트」
- 언젠가 홀로 배낭 하나 짊어지고
전국의 우리맘들을 다시 찾아뵙는 것.
지금은 많은 촬영, 현장 스태프들과 함께 우리맘들을 찾아뵙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아무리 못해도 일주일 이상은 어머님과 함께 하며 좋은 추억도 만들어 드리고 싶지만, 여건상 어머님 댁에 체류하는 시간은 1~2일 미만이다. 이점이 늘 아쉬웠다. 분명 오래 머무르다 보면, 더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들도 많을 것이고 더더욱 특별한 추억을 선물해 드릴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래서 노트에 새로운 소망을 적게 된 것이다. 홀로 배낭 하나 짊어지고 내려가 우리맘들을 일일이 찾아뵙고 일주일 이상 시간을 보내는 것. 새벽같이 일어나 매일 아침 어머님께 손수 식사도 만들어 드리고, 해가 뜨면 동네 뒷산에 오르거나 마을 어귀까지 이어진 길을 어머님과 함께 걸어보는 것이다. 한낮에는 일손도 거들어 드리고, 또 바쁜 일이 끝나면 버스를 타고 읍내에 나가 어머님과 함께 떡볶이나 김밥, 칼국수같은 맛깔난 음식을 사 먹는 것이다.
그렇게 한껏 부푼 배를 부여잡고 믹스 커피로 입가심을 하며 어머님과 함께 저녁을 맞이하는 것. 그걸 꼭 해보고 싶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한가롭게, 여유롭게 어머님과의 시간을 보내는 일. 그 누구의 간섭도 없이, 오로지 어머님과 단둘이서 평화로운 일상을 즐기며 그 속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드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
수술이 끝난 어머님들이 병원을 나서시며 꼭 하시는 말씀이 있다.
"아들, 다시 엄마 보러 놀러 와~"
"우리 아들 엄마 만나러 꼭 와야 해! 기다릴게"
어머님들의 그 부탁을 빠른 시일 내에 들어드릴 수 있도록, 새끼손가락 걸고 맹세한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그리하여 어머님들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드릴 수 있도록. 하루빨리 시간을 내어 의사 아들로서 작성한 위시리스트의 1번을 완료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