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편향법칙
회사에서는 직장인이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자상한 누군가의 아빠가 되고, 부모님에게는 아끼는 자식으로. 동호회에서는 리더가 되는 등 동일한 사람에게 상황에 따른 여러 가지 부캐가 있다. 일상생활 속과 마찬가지로 고객에 대해서 본캐와 부캐를 별도 구분해서 생각하는 노력이 창업가의 당연한 역할이다
고객 관련해서 스타트업들이 쉽게 착각하는 현상은 눈에 보이는 것(본캐)만 주목하고 보이지 않는 부분(부캐)을 무시하는 것이다. 고객 세분화가 대표적인 경우다. 고객의 다른 표현을 영어사전에 찾아보면 User, Consumer. Customer. Client, Buyer, Payer, B2C, B2B 등 최소 7개 이상 구분한다. 듣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서 고객은 여러 가지 해석되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해서 사용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고객 발견이다. 고객이 지닌 여러 가지 모습 중에서 선택한 단 하나의 고객을 발견하는 과정은 피칭에서 듣고 싶은 핵심 스토리이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고객을 중심으로 피칭하는 것은 고객 발견이 아닌 기존 고객 이해이다. 미처 발견하지 못한 고객을 스토리텔링 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고객 발견이다.
보이는 부분으로 쉽게 전체라고 판단하는 일은 스타트업의 문제만은 아니다. 2차 세계대전 전쟁 중에도 이와 같은 현상이 일어났었고 지금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현상이다. 전문가조차도 쉽게 현혹되는 이러한 현상을 통계학에서 생존 편향(Surviviorship bias) 오류라고 불린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 전투기가 격추되는 것을 줄이기 위해 전장에서 돌아온 전투기들의 외상을 분석하여 취약 부분을 보강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이러한 역할을 전문가로 이루어진 통계연구그룹(SRG)을 통해서
작전 중 피격된 항공기의 피탄 분포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전투기의 제곱피트당 평균 피탄 개수는 엔진 1.11발, 동체 1.73발, 연료계 1.55발, 나머지 1.88발로 비행기의 피탄 대부분이 날개 및 꼬리 부분에 집중되어 있었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엔진부위를 제외한 총알은 많이 맞는 부분을 보완하려고 하는데 아브라함 발드 통계학자가 새로운 주장을 했다.
"장갑을 총알구멍에 난 곳에 두르면 안 됩니다. 총알구멍이 없는 곳 즉 엔진 부위에 장갑을 보완해야 됩니다".
아브라함 빌드 주장의 근거는 보이는 엔진부위를 제외한 피탄 조각은 생존한 전투기에서 보인 것으로 생존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의미고, 엔진에 맞는 전투기들은 살아서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엔진부위가 오히려 치명타라는 것이다.
아브라함 빌드 주장으로 전투기 생존율이 높아지면서 가설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하게 되었다. 이후 이 사건을 일반화시켜 ‘생존자 편향의 오류 (survivorship bias)’라고 한다.
이미 알려진 시장, 알고 있는 익숙한 고객을 중심으로 사업내용을 피칭하는 것은 손쉬운 일이다. 자료 조사도 쉽고, 비교할 수 있는 경쟁사 및 비즈니스 모델 유형도 알려져 있어서 설명하기는 어렵지 않아 보인다. 이런 구성으로 이루어진 피치 덱을 보면 필자는 이런 생각이 든다. 마치 잘 닦여진 도로에 내비게이션을 따라 운전하는 느낌이다.
스타트업 피칭은 아직 미처 발견되지 못한 고객, 이제껏 산업계에서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비고객(Non-customer)을 발견하는 과감한 시도가 담겨 있어야 한다. 유니콘(Unicorn) 기업들이 성장과정을 살펴보면 초기부터 알려진 시장보다는 남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시장 기회 발견을 첫걸음으로 선택한 이유를 생각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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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칭 시크릿 고객 해결책#
고객은 결코 한 단어로 해석되지 않는다.
본캐보다 부캐를,
알고 있는 고객보다 미처 알지 못하는 고객으로 관점을 이동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