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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모닝 Feb 03. 2023

사랑한다 말하지 않고 사랑한다 말하는 법

1+1

사랑한다 말하지 않고 사랑한다 말하는 법

 보람찬 하루 일과 끝의 정시 퇴근. 출퇴근 길이 무려 1시간 30분 정도 걸리지만 비는 시간 사이사이까지 알차게 보낸 뒤 집 앞에 도착. 편의점에 들러 2+1 또는 1+1 행사를 하는 꺾어 먹는 요거트를 산다. 어떤 달에는 서울우유의 비요뜨가 2+1 행사를 하고 어떤 달에는 매일유업의 바이오 초코링이 1+1 행사를 한다. 지난달에는 매일유업 쪽의 행사가 많았는데, 이번 달에도 부디 어느 쪽이라도 좋으니 행사를 꼭 해줬으면 좋겠다. 요즘엔 거의 매일 사 먹고 있어서 인터넷으로 다량으로 주문해 볼까도 생각했지만, 유제품이라 기한 내에 먹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을 것 같고 매일 퇴근길에 사 가는 재미도 있어서 생각을 접었다. 집에 들어갈 때 좋아하는 무언가를 사가는 마음은 그 무언가가 크든 작든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요거트를 사 오면 냉장고에 차갑게 두었다가 샤워 후에 머리를 말리고 앉아 푹푹 떠먹는다. 새콤한 요거트와 달콤한 초코 토핑의 조합은 늘 실망시키지 않고 장 건강에도 도움이 되니 저녁 간식으로 아주 딱이다. 한여름에는 선풍기 바람과 함께 시원 달달한 요거트를 먹는 재미가 크고, 슬슬 가을로 접어들 때는 머리를 드라이기로 따뜻하게 말리고 소파에 앉아 얌전히 넷플릭스를 보며 먹는다.




 딴 얘기를 잠깐 해도 될까. 최근 넷플릭스에서 ‘굿 플레이스’를 보기 시작했다. 시즌이 4개나 돼서 부담스러웠던 것도 잠시, 금세 시즌1을 다 보고 시즌2에 접어들었다. ‘굿 플레이스’ 속 주인공들은 프로즌 요거트를 밥처럼 먹는데, 매일 저녁 같은 요거트류를 먹으며 시청하고 있으면 나도 굿 플레이스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주인공이 된 느낌은 아니고 그 뒤편에서 프로즌 요거트를 먹으며 선풍기 바람에 머리를 말리는 역할 정도?




 요즘엔 규칙적인 수면 습관이 생겨서 밤 10시쯤에 졸리기 시작해 11시 언저리에 잠자리에 들고 있다. 엄마가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시간이 밤 10시 30분쯤이라 우리는 서로 퇴근 후에 대화할 시간이 거의 없다. 나는 엄마가 귀가하는 것만 확인하고 잠자리에 들고, 아침에 내가 출근할 시간에 엄마는 아직 꿈나라를 여행 중이니,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은 우리 둘의 휴일이 겹치는 날이나 엄마가 쉬는 날 뿐이다. 단둘이 살면서 마주칠 기회가 이렇게나 없다니. 가끔은 혼자 살고 있는 느낌이 들어 묘한 자유로움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우리 사이가 소원해질 것 같아 걱정되기도 한다.


 그런데 웃기게도 이 요거트가 우리가 함께 살고 있다는 느낌을 느끼게 해 줄 때가 있다. 매일 저녁 1+1 요거트를 사서 내가 하나를 먹고 남은 하나를 냉장고에 넣어두면 엄마가 밤사이 남은 하나를 먹는 것이다. 요거트에 갓 빠졌을 때, '1+1이니 오늘 먹고 내일도 먹어야지' 하며 격일로 사 가던 적이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밤사이 요거트가 사라지고 있었다. 당연히 엄마가 먹은 거다. 당시에는 매일 사 오기 귀찮은 마음과 쪼잔한 마음이 삐쭉삐쭉 들었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1+1 요거트를 매일 사 간다. 비록 마주 보고 대화할 시간은 없을지라도 우리가 공통으로 좋아하는 게 있고, 상대를 생각하며 그것을 준비해 두는 마음이 참 소중하다.


 아침마다 사라진 요거트의 흔적을 확인하는 것도 재미라면 재미다. 출근 준비를 할 때 부엌에 놓인 숟가락과 요거트 껍질이 보이면 생각한다. 어제도 먹었구나, 오늘도 사 와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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