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이라고 하면 꼭 듣는 말이 있지요.
"그럼 뭐 먹고살아?"
도대체 비건을 뭐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말이에요. 하지만 저도 몰랐을 때는 그렇게 생각하고 말했던 적이 있고, 그 말을 내뱉었던 것을 진심으로 후회합니다.
아직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샐러드만 먹어..? 풀만 먹어...?
정답: 님들이 먹는 것 다 먹어요. 비건으로!
그냥 동물 시체 및 부산물을 요리에 집어넣지만 않고, 대체할 재료를 찾거나 아예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 낼 수도 있어요. 차례대로 글을 읽은 분이라면 이미 다양한 식물성 단백과 유제품, 간식과 인스턴트식품까지 다 비건으로 먹을 수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을 거예요.
비건이 먹는 것은 동물과 동물을 착취하고 자연을 파괴하지 않는 식물들이에요.
자,
물, 차, 커피, 스무디, 과일주스 등 대부분의 음료 비건,
쌀밥, 잡곡밥, 콩밥 등 곡식은 다 비건입니다.
옥수수, 감자, 고구마 비건이고요,
사과, 배, 감, 수박, 복숭아, 포도, 바나나 등 과일 다 비건,
상추, 깻잎, 콩나물, 고사리, 오이, 파프리카, 토마토 등 채소 다 비건,
땅콩, 아몬드, 호두, 캐슈넛 등 견과류 다 비건,
김, 다시마, 톳 등 해조류 다 비건,
소금, 후추, 허브가루, 커리파우더, 케첩 등 향신료와 소스의 대부분 비건,
햄프씨, 아마씨, 바질씨 등 씨앗류 다 비건,
그리고 동물의 시체와 부산물을 섞지 않고 위의 재료들을 섞어서 만든 음식이 비건음식이예요.
아시아 음식은 동물 시체 대신에 두부를 사용하면 충분히 쉽게 비건으로 만들 수 있고요, 그냥 동물한테서 나온거 다 빼고 만들어도 충분히 아니 특유의 구린내나 찌린내 같은 거 안 나고 훨씬 담백하고 깔끔하고 맛있어요. 비건 음식 레시피는 이미 책으로도, 온라인으로도 쉽게 구할 수 있게 다양하게 나와있어요. 아니면 그냥 먹고 싶은 음식의 레시피를 찾아서 동물성 재료만 바꾸거나 빼도 쉽게 만들 수 있어요.
한국에 채식문화 잡지가 있다는 걸 알고 있나요?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다양한 레시피를 볼 수 있어요.
우리나라엔 이미 거의 비건 한국음식인 사찰음식이 있는데요, 이 웹사이트에서 특성을 찾아보니 유제품을 제외한 동물성 음식을 제외한다고 하네요. 레시피에 유제품이나 꿀이 있다면 그것만 빼고 요리하면 좋을 것 같아요.
http://www.koreatemplefood.com/recipe
원래 요리하는 걸 좋아하고, 자주 한다면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지만 요리에 서툴고 별로 안 해본 사람이라면 도대체 뭘 어떻게 사고, 준비하고, 만들어야 할지 막막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건 비건 음식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안 해본 것에 대한 불편함이 아닐까요?
사실 저는 귀찮은걸 매우 싫어해요.
그래서 레시피를 켜놓고 그걸 보면서 하나하나 따라 하는 것도, 계량하는 것도 너무 귀찮아요...
너저분하게 막 어질러놓는 것도 싫어하고 배고픈데 요리가 완성될 때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것도 싫은데 너무 짜거나 기름진 것도 싫어해서 인스턴트 음식도 안 좋아합니다..
저는 보통 제가 먹고 싶은 게 뭔지 알아요. 아니면 어디서 보거나, 누가 먹었다고 하는 걸 보거나, 집에 있는 재료들을 생각해 봤을 때, 특별히 먹고 싶은 채소가 있으면 그걸로 뭘 만들 수 있을까 생각을 해봐요.
그리고 그 요리를 내가 만들 수 있다면 따로 레시피를 찾아보지 않아도 되지만 먹고는 싶은데 레시피를 모를 경우, 인터넷에 검색을 합니다. 그래서 인기가 많은 레시피들은 여러 개 읽어봐요. 따로 외운다거나 그대로 따라 해야지가 아니라 그냥 책 읽는 것처럼 한 번씩 읽어보고 재료를 뭘 썼는지 알아봐요. 그럼 대충 내가 쓰고 싶은 재료들과 주재료들이 뭔지 알게 됩니다.
그리고 집에 있는 재료가 뭐가 있는지 보고, 필요한 재료들을 사서 준비를 해요.
저는 앞서 말했듯이 오래 걸리는 것, 복잡한 것, 계량하는 것, 너저분한 것을 굉장히 싫어하기 때문에 머릿속으로 또 계산을 합니다. 밥이나 면을 삶는 것, 채소를 다듬고 요리를 시작하는 것 등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부터 미리 시작하고 최대한 빨리 완성해서 먹고 정리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대충 알겠으면 후다닥 하고 끝내요. 요리하는 중간중간 계속 정리하면서 효율적으로.. 갖고 있는 것 중에 더 추가하고 싶은 게 있다면 넣고, 레시피에는 들어가는데 없으면 그냥 빼버려요.
제가 하는 요리법이 모두에게 다 맞거나 편하다고 할 수도 없고 뭐든 본인의 스타일에 맞게 하면 되는 것인데 제가 자주 하는 쉬운 요리를 알려드리기 전에 제가 이렇게 요리를 한다는 것을 먼저 알려드립니다.
제가 자주 만들고 정말 좋아하고, 편하고 맛있어서 사람들에게 요리를 해 줄 기회가 있을 때 제일 자주 만드는 요리는 라따뚜이예요. 영화 라따뚜이에 나온 프랑스 요리라고 하는데 아직도 영화 라따뚜이를 못 봤네요.. 되게 추천 많이 받았는데. 영화에서는 얇게 잘라서 예쁘게 만들지만 저는 그렇게 한번 해보고 귀찮아서 그냥 다 깍둑썰기로 잘라버립니다.
기본 조미료로는 소금(바다는 이미 인간 때문에 마이크로 플라스틱으로 오염이 되어서 바다소금은 마이크로 플라스틱이 대부분 함유가 되어있기 때문에 저는 히말라야 핑크 소금이나 잉카 소금을 씁니다. 좋은 소금으로 요리를 해야지 모든 요리가 맛있다고 저번에 어떤 분이 알려주신 적이 있어요), 후추(통후추! 순후추 말고 통후추 갈아 쓰는 그것!), 허브가루(바질, 오레가노, 파슬리, 세이지, 타임 등등), 마늘가루(그냥 마늘 써도 되는데 귀찮아서), 파프리카 가루, 발사믹 식초(드레싱 말고 식초), 버진 올리브 오일, 간장, 참기름, 커리파우더(마드라스 마살라, 가람 마살라, 강황가루, 큐민가루, 코리엔더 가루, 머스터드 씨앗 등등.. 인도커리 좋아하면 매우 유용합니다.) 등 본인이 자주 사용하는 재료를 준비해둡니다. *뉴트리셔널 이스트 비건의 필수품*
아, 저는 케첩을 안 먹는데, 하인즈 케첩이 비건이라고 합니다. 스윗칠리소스 너무 맛있고 비건이고, 호아신소스, 스리라차 비건이고요, 바비큐 소스, 불고기소스도 비건이라고 합니다. 회사마다 다를 수 있으니 비건은 언제나 성분 확인 꼭꼭 두 번 해야 합니다.
*라따뚜이
비건이 되기 전에 저는 가지를 별로 안 좋아했었는데요, 라따뚜이 때문에 지금은 가지덕후가 되었습니다.
양파, 마늘, 토마토, 가지, 주키니 호박을 기본재료로 삼고 파프리카, 새송이버섯을 넣으면 더 맛있어요. 100% 토마토 페이스트, 발사믹 식초, 소금, 후추, 좋아하는 허브가루, 올리브 오일을 준비해요.
양파, 마늘(귀찮을 땐 마늘가루)을 잘게 썰어서 중간 불로 기름에 볶다가 (파프리카 가루 있으면 넣고 없으면 말고) 토마토 페이스트를 넣고 물도 좀 넣어서 소스를 만든 뒤 나머지 채소들을 깍둑 썰어서 넣어서 끓이다가 소금, 후추, 발사믹 식초, 허브가루 조금씩 넣어서 간 맞추고 대충 익으면 먹으면 됩니다. -끝
*(페타치즈 없는) 그릭 샐러드
이건 더 쉽고, 여름에 불 쓰기 싫을 때, 귀차니즘 최고조일 때 대충 잘라서 비벼서 먹는 샐러드입니다.
양파, 마늘(귀찮으면 가루), 파프리카, 오이, 토마토를 깍둑썰기나 먹기 좋게 잘라서 올리브, 올리브유, 발사믹 식초, 레몬즙(귀찮으면 패스), 소금, 후추, 허브가루 넣고 비벼서 빵이랑 먹어도 되고, 파스타 면(건파스타 면은 다 비건입니다. 생파스타면에만 닭알이 들어간대요)을 삶아서 찬물에 헹궈서 비비면 샐러드 파스타. 보리나 쌀, 렌틸콩, 병아리콩, 퀴노아같이 곡식이나 콩도 샐러드에 넣어서 먹으면 또 신선한 맛이 납니다. (올리브 대신 아보카도를 넣어도 맛있음. 맘대로 재료는 가감하세요) -끝
*케일퀴노아콘볶음
저는 케일을 참 좋아합니다. 케일을 사서 씻고 잘라요. (영국은 지들이 잘라서 봉지에 넣어서 팔아서 저는 씻기만 합니다..) 퀴노아는 미리 요리를 해놓는 게 좋아요. 퀴노아 요리하는 법은 쌀처럼 물에 씻어서 작은 냄비에 물을 약 1센티? 정도 넘게 넣고 물이 끓으면 몇 번 휘휘 젓다가 물이 점점 사라지면 불 끄고 뚜껑 잠시 덮어놓으면 알아서 익어요. 조그매서 빨리 익어요. 케일을 팬에 기름 좀 두르거나 그냥 물을 좀 부어서 너무 많이는 말고 숨만 조금 죽을 때까지 볶다가 퀴노아랑 콘을 넣는데, 전 냉동콘을 선호하지만 콘 통조림을 구하기가 더 쉽다면 그걸로 써도 됩니다. 콘 대신 완두콩으로 써도 되고 두 개 같이 넣어도 돼요. 케일, 퀴노아, 콘을 섞으면서 익히면서 마늘가루, 소금, 후추, 허브가루(귀찮으면 안 넣어도 됨)를 넣고 볶은 다음 뉴트리셔널 이스트를 넣어요(필수. 제발 넣어주세요. 특히 케일 샐러드 케일 안 익히고 그냥 씻어서 소금, 후추, 뉴트리셔널 이스트만 섞어서 먹어도 맛있어요 제발 케일이랑 뉴트리셔널 이스트...) -끝
케일 대신 양배추나 브로콜리 등 맘에 드는 채소로 응용해도 되고, 퀴노아 대신에 병아리콩, 렌틸콩, 보리, 쌀 등 맘에 드는 걸로 맘껏 만들어보세요.
김치를 만들 때 액젓이랑 젓갈을 빼면 비건입니다. 그리고 비건 김치가 있으면 김치전, 김치찌개, 김치 두부, 김치볶음밥 등등 다 먹을 수 있어요.
콩나물, 고사리 등 슈퍼에 가면 파는 나물들 사 와서 씻고 잠깐 데치거나 볶아서 소금(+후추 혹은 고춧가루)이랑 다진 마늘, 참기름만 뿌려서 비비면 그냥 나물무침이 됩니다. 도라지는 소금 넣고 조물조물해서 숨좀 죽이고 씻어서 고춧가루, 고추장, 매실액, 물엿, 다진 마늘에 버무리면 끝. 무생채도 뭐 그냥 검색하면 레시피 어차피 대부분 다 비건이고 혹시 액젓 넣어라 그러면 그냥 그거 빼면 됩니다. 이렇게 나물을 만들어 놓으면 비빔밥을 만들어 먹을 수 있습니다. 깻잎도 잘라서 넣고 김도 부셔서 넣으면 진짜 맛있지요. 닭알 없다고 또 뭔가 빠진 것 같다고 하는 분들 있을 수 있어요. 그럴 땐 두부를 으깨서 소금 조금이랑 강황가루를 넣고 프라이팬에 잠깐 볶아서 넣어서 비벼먹어 보세요.
떡국을 먹을 때에도 두부를 얇게 잘라서 프라이팬에 좀만 부쳐서 올리면 고명이 됩니다.
들깨가루로는 들깨 떡국, 들깨 버섯탕, 들깨칼국수, 들깨수제비를 만들 수 있고요,
육수 대신에 채수를 만들어보세요. 무, 다시마, 표고버섯, 파뿌리, 마늘 등등 훨씬 깔끔하고 맛있어요.
샐러리, 당근, 마늘, 양파를 넣고 수프를 끓여도 깔끔하고 맛있어요. 간은 소금, 후추, 허브가루로 하고 올리브유도 조금 넣고요, 채수를 미리 내도 좋고 안내도 향긋해요.
두부를 부치고, 단무지, 우엉, 당근, 오이, 파프리카, 깻잎 등 좋아하는 재료를 넣어서 김밥을 만드는 것도 좋아요. 그냥 오이랑 아보카도만 넣어도 맛있어요.
쌀국수 볶음도 너무 쉽고 맛있어요. 쌀국수 면을 물에 불려놓고 브로콜리, 당근, 양파 등 좋아하는 채소들을 잘라서 볶다가 간장+호아신소스를 섞어서 물에 불린 쌀국수 면을 넣고 볶아서 견과류를 뿌려서 먹으면 끝.
월남쌈은 뭐 안에 먹고 싶은 재료들 양배추, 오이, 당근, 파프리카 채 썰고, 두부나 버섯은 간장소스로 조림 만들거나 해서 라이스페이퍼 따뜻한 물에 담갔다가 재료 넣고 쌈 싸 먹으면 됩니다..
스윗칠리소스랑 땅콩소스(: 땅콩버터, 간장, 레몬즙, 머스터드, 매실액)에 찍어 먹으세요.
비건 베이킹으로 브라우니나 쿠키, 머핀 등 간식을 만들 수도 있어요.
버터 대신 땅콩버터, 아보카도, 코코넛 오일 등을 사용하고,
닭알 대신에 병아리콩 통조림 국물, 치아씨나 아마씨 물에 불려서 간 것을 사용하고,
소젖 대신에 아몬드 젖, 콩젖, 귀리 젖 등 식물 젖을 사용하면 됩니다.
아직 밖에서 사 먹을 수 있는 게 다양하지 않다 보니 도시락을 싸서 다니는 비건분들이 많은데요, 그러면서 더 건강하게 먹을 수도 있고, 돈도 절약되고, 요리실력도 늘게 됩니다.
이런 거도 다 귀찮으면 그냥 김가루(성분 확인 필수) 사서 쌀밥에 고추장이랑 비벼먹어도 맛있고, 그냥 밥에 김 싸 먹어도 맛있고.. 두부, 브로콜리, 버섯, 가지, 주키니 호박 그런 거 구워서 밥이랑 같이 먹으면 맛있어요. 비건 음식 온라인 쇼핑으로 만두 사서 튀겨먹고, 만두 볶음밥, 만둣국 만들어 먹고, 쌀가스 사서 커리쌀가스 만들어 먹고... 우리도 먹고 싶은 거 다 먹을 수 있어요. 비건으로.
채식뷔페 채담에 갔을 때, 비건 새우, 비건 스테이크, 비건 콩가스, 비건 콩탕수 등등 없는 게 없더라고요. 이젠 진짜 없는 게 없어요. 어차피 먹고살려면 요리실력은 필수 덕목이죠. 조금씩 하다 보면 점점 느는 나를 발견할 거예요. 입맛은 계속 변해요. 안 먹다 보면 안 먹어도 잘 살 수 있다는 걸 알게 되고, 더 이상 별로 생각나지도 않고, 그 전엔 모르던 다양한 채소, 과일의 맛을 알게 되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건강하고 행복해져요. 죽은 동물 시체, 소젖, 닭 생리 먹지 말고 신선한 과일, 채소 먹고 행복하세요.
매일매일 비건 한 사람은 5,000리터의 물, 20킬로그램의 곡식,
2.7평방미터의 삼림지대, 9킬로그램의 이산화탄소 발생량,
그리고 동물 한 마리 이상의 생명을 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