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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겸비 Mar 22. 2023

키즈노트 알림장을 보고 놀란 이유

아이는 조금씩 성장한다


키즈노트 알림장 내용을 보고 눈을 비볐다. 우리 아이가 이틀 연속으로 친구에게 양보를 했다니?


내가 이토록 놀랐던 이유는, 우리 아이가 어려워하는 것이 바로 '양보', '배려'이기 때문이다. 물론 5세 이전에 아이들에게 '양보'라는 행동이 쉽지 않다는 건 배워서 잘 알고 있다. 아이들은 자기중심적 사고를 갖고 있으며, 이런 부분을 '이기적이다' 등의 인성과 연결시키는 건 매우 위험하다.


그러나 그런 점을 감안해도 우리 아이는 뭔가 눈에 띄는 지점이 있었다. 기질을 공부하고 나서야 그 부분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 아이는 기질적으로 양보가 어려운 부분이 존재했던 것이다.






3살 때 처음 입학한 어린이집에서 아이는 선생님들을 두 번 놀라게 했다. 처음에는 (적응기간이 무의미했을 정도로) 아이가 엄마와 정말 잘 떨어져서, 이후에는 아이가 자기보다 한 뼘은 큰 언니 오빠들을 밀치고 다녀서였다. 


당황한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장난으로라도 아이나 누군가에게 손을 대는 시늉조차 일절 안 했었는데... 어린이집 선생님이 난처한 웃음을 지으며 "오늘 땡땡이가 ~해서 언니 오빠들을 밀쳤어요(때렸어요)"라는 피드백을 하시는 날이면, 그 아이와 부모님에게 너무 미안해서 어쩔 줄 몰랐다. 심지어 아이는 최연소 원생이었다. 안 좋은 의미로 깡이 대단했다.


선생님께 아이가 밀치고 때리는 행동이 언제 나타나는지 알려달라고 부탁드렸다. 주로 정규활동 전 자유놀이 시간에 그런 모습이 나타났다. 당시 아이가 만 0세이긴 했지만 2월생이라 만 1세 상위반에 다녔었는데, 상대적으로 사회성 발달이 더디다 보니 같이 놀자고 다가오는 언니 오빠들의 손길을 공격으로 인식했던 것이다.


어떤 아이는 그 상황에서 울거나 자리를 벗어난다. 어떤 아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우리 아이는 후자였다. 자기주장이 명확하고, 표현 강도도 센 특유의 기질이 합쳐져서 '참지 않고' 바로 소리를 지르거나 밀치고 때리는 행동이 나타났다. 


아직 아이는 사회적 신호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시기였기에, 아이에게 알려주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웠다. 더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했다. 1년 동안은 정규활동이 시작하기 직전에 등원했다.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이전보다 행동이 줄어들었다.






어린이집에서 1년을 수료하고, 원이 폐원하게 되면서 지금의 기관으로 옮겼다. 여기에서도 화가 나거나 뜻대로 되지 않으면 소리를 지르는 행동이 꽤 오래 이어졌다. 


언어발달이 느리면 공격적인 행동으로 외현화될 수 있기에, 아이의 언어발달이 올라오길 기다렸는데... 언어로 원하는 바를 표현할 수 있게 되었어도 요구사항이 수용되지 않을 때의 감정 조절은 또 다른 영역의 문제였다.


그래서 꾸준한 연습이 필요했다. 아이가 만 3세에 접어들면서 사회적 규칙에 대한 설명을 계속했다.


소리를 지르거나 저항하는 방법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것,

소리를 지르면 다른 사람이 불편할 수 있다는 것,

소리 지르기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다는 것.


쉽지는 않았다. 때로는 나도 같이 화내고, 나중에 후회했다. 다른 아이에게는 그토록 잘 발휘되는 인내심이 왜 우리 아이 앞에서는 휘발되는지...


그럼에도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에 키즈노트의 내용이 작지만 값진 열매처럼 느껴졌다. '아이는 성장하고 있고, 배울 수 있구나! 내가 방향을 잡고 계속 노력한다면...'






만 4세에 들어서면서 또 다른 이슈들이 튀어나오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아기처럼 손가락을 빨기 시작했는데, 어린이집 선생님이 걱정된다고 말씀하실 정도였다.  


그날 밤, 침대에 누워 아이와 대화를 나눴다.


"언제 손가락을 빨고 싶은 생각이 들어?"

"음... 잠이 올 때!"

"그렇구나. 잠이 올 때 손가락을 빨면 기분이 좋아지는구나. 그런데 손에 있는 세균이 입에 들어가서 몸이 아플 수도 있고, 손가락이 젖병꼭지 모양처럼 변할 수도 있어.(우리 아이는 여기에 더해 대안도 꼭 제시해주어야 한다. 그것도 자신의 마음에 드는...) 잠이 올 땐 이불 모서리나 옷을 만지는 건 어때? 엄마도 어렸을 때 해봤는데, 부드러워서 잠이 솔솔 와."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이 대화로 단숨에 좋아지지라 기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가 이 아이의 양육자인 한, 이런 여정을 계속해나갈 것이다.


 당장은 소소한 열매에 기뻐하며 걸어가고 있을 뿐이지만, 이 시간들이 아이의 인생에 소담스러운 결실을 맺는 거름이 되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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