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겸비 Jan 10. 2024

출산 96일 전, 제안 메일을 받았다

어제는 가정보육을 하는 날이었다. 아이와 함께 지지고 볶는 와중에 '띵동' 알림이 왔다. 메일함을 열어보니 다음과 같은 메일이 와 있었다.



브런치를 통해서 받은 제안은 아니다. 이 메일을 보낸 곳은 언어치료 분야에 특화된 책, 교재, 교구를 만든다. 나 또한 언어재활사로서 이곳의 출판물과 교구를 자주 사용했었다.


이 메일의 요지는 내가 이전에 전자책으로 만들어 판매 중인 자료를 develop 하여 종이책으로 만들어보자는 제안이었다. 담백한 문체였지만 내 심장은 사정없이 뛰었다. 치료사로서 정말 매력적인 제안이 아닌가.


그러나 설레는 마음과는 대조적으로, 내게는 논의해야 할 문제가 있었다. 나는 숙고한 끝에 답장을 보냈다.




두 번의 임신을 겪으면서 느낀 점



둘째의 출산 예정일이 4월 14일, 이제 D-100 아래로 내려갔다. 아이에 따라 임신도 다르다더니, 첫째 임신과 둘째 임신은 비슷하면서도 사뭇 다르다.


감사한 것은, 첫째를 임신했을 때 애를 먹었던 일들이 둘째 때는 조금 완화되었다는 점이다. 입덧 강도와 지속기간도 첫째보다는 괜찮은 편이었고, (돌봐야 할 첫째가 있어서 그런지) 둘째 임신은 훨씬 빨리 지나가는 느낌이다.  


나 또한 적어도 경험해 본 것은 어느 정도 대처할 수 있는 관록(?)이 생겼다. 첫째 임신 후반기에 이르러 조산기로 입원하고 결국 한 달 일찍 낳았던 적이 있기에, 이번에는 자궁경부길이가 짧아지기 전에 예방맥수술도 받았다.




불확실로 점철된 미래에서 배운 것



만약 내가 이 메일을 첫째 임신 때 받았더라면, 아마 바로 수락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는 생각했겠지. '아이가 나오기 전까지 빨리 작업하면 되지 않을까?'


첫째를 임신하고 딱 이때 즈음이었다. 언어재활사 1급 국가시험을 1주 앞두고 조산기로 병원에 입원했다. 나는 며칠 뒤에는 퇴원할 수 있을 거라고, 시험은 응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4주를 입원해 있었다.

 


그 당시에는 매우 속상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시작에 불과할 뿐이었다. '육아'와 '커리어'의 얼레벌레 이인삼각 달리기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그 과정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과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한 구분이었다. 앞으로 내 몸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아이가 언제 나올지는 내 결정 밖의 일이다.


나는 지금 너무나도 이 일이 하고 싶지만, 혼자 앞서서 달려 나가면 나와 발이 묶인 누군가는 넘어진다. 그래서 조율이 필요하다. 혼자 목표를 보고 달리기에만 익숙했던 나였는데, 가족이 생기면서 함께 달리는 법을 배우고 있다.




상황이 허락하는 속도만큼 성장하기



나는 최대한 나의 마음을 담아 답장을 썼고, 출판사에서는 둘째 출산 이후에 작업이 가능할 것 같다는 나의 사정을 배려해 주었다.


둘째 출산 이후에 또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 솔직히 다 예측하진 못하겠다. 따라서 나의 제안은 불완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믿는 구석은 있다. 첫째를 육아하면서 더 증폭되었던 커리어에 대한 갈망은 출산 이전보다 더 깊고 강했으며, 남편과 친정식구들의 사려 깊은 도움도 있었다.


시간이 흘러 이 글을 읽었을 때 나는 어떤 지점에 서 있을까? 어떤 방향이 든 간에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한 결정이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