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대신 생존신고를 한다
처음 접하는 그의 입원
개인 블로그에 “무써워잉 너무 무썹다공ㅠ”을 외치던 야옹이가 어제 드디어 뭔가의 수술을 받았다. 어쩌다가 시술이라던 게 “수술” 씩이나 되었는가 하면, 그게 정말로 아무 일도 아니어서가 아니라 병원에서 이와 같은 대공사가 마치 대수롭지 않은 일인마냥 축소시켜 표현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너도 나도 어제 뚜껑 열어보기 전까진 산뜻하게 당일 입, 퇴원해서 끝마칠 수 있는 종류의 간단한 시술인 줄 알았지. 그런데 망할 놈의 의사야. 하반신 마취하고 2박 3일 내내 입원해야 하는 수술이 너한테는 간단한 모양이다? 너한텐 일상적으로 하는 일이라 간단한지 몰라도 환자한텐 전혀 그렇지 않거든. 자자, 그래도 의사는 자기 일 열심히 한 죄밖에 없으니 너무 미워하진 말도록 하자고. (이미 실컷 욕한 것 같은데)
입원 전후 과정이 고단했다. 수술 전날 오후 3시부터 금식을 하기 시작해서 내일까지 아무것도 못 먹는다. 거기다가 전날 저녁과 새벽에 걸쳐 속을 완전히 비워낸 상태인 것이다. 그나마 내일은 음료 정도는 마실 수 있다고 하지만 100kg의 건장한 남자한테 며칠간 허락되는 게 겨우 음료 몇 모금이라는 게 가당키나 한가. 이런 게 시련이 아니면 뭐를 시련이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수술은 무사히 끝났고, 그는 지금 이 시각에도 천호역과 강동역 사이 모 병원에 입원해있다. 링겔 바늘을 팔에 계속 꽂고 있고 수술 부위에는 거즈를 대고 있어 아무것도 못한다는데, 자꾸 그 모습이 상상되서 죽겠다.
어제 나는 그와 통화를 얼마간 했으니 그로 인해 가보지 않고도 어찌 지내고 있는지 대강은 파악하고 있다. 사실 내가 오늘 가보고 싶어서 사정사정했지만 그가 오지 말라고 했다. 내가 왕복 다섯 시간 걸려 거기까지 가서 두어 시간 앉았다가 돌아가는 건 너무나 비효율적이고, 내가 딱히 할 수 있는 일 없이 고생만 할 것이며, 감기까지 걸려있는 마당에 뭘 또 움직이려 하냐고. 몇 번을 그렇게 거절하고 나중엔 어머님까지 만류하시길래 어쩔 수 없이 알았다고 했지만, 가보지 않은 이상 내가 보지 못하는 고난이 분명히 존재할 것 같아서 마음이 못내 편치 않다. 그 증거로 새벽에 일어나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참이니.
그는 내일 어쩌면 퇴원할 수 있을지 모른다. 단, 상태 봐서. 맥시멈이 화요일 퇴원이라는데 잘하면 그때까지 안 갈 수도 있다고 하니. 그가 퇴원을 해야 나도 비로소 마음이 놓일 것 같다. 물론 퇴원해서도 지난한 회복 과정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며 그로 인해 꽤 고통받을 테니 끝나도 끝난 게 아니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정리해서 쓰고 나니 그나마 마음이 조금은 편해질...리가 없다. 그가 하루라도 빨리 나아서 집으로 돌아가길 빈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있다면 부디 그의 쾌유를 나와 함께 빌어주시길.
+덧: 이번달 20일은 그와 나의 500일 기념일이다. 그러니까 안 지는 2년이 넘었고 사귄 지는 1년 반쯤 되는 건가. 우리 둘 중에 한 사람이 큰 수술을 하고 입원하는 경험을 하는 건 그를 알고 사귀기 시작한 이래로 처음이다. 오래 사귀다 보니 이런 모습 저런 모습을 다 보는구나. 우리는 평생을 함께할 거고 언젠가는 크게 아프거나 수술을 하는 등의 이유로 링겔 꽂고 거즈 대고 병실에 누워있는 사람이 그가 아닌 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인생은 기니까. 그때 그는 나의 곁을 지키겠지. 나도 이번에는 같이 있어주지 못하지만 이 다음에는 꼭 옆에 붙어 떠나지 않을 거라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