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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경 Jan 27. 2020

새해 복이란 무엇인가

2020년 첫 명절 단상


     또 한 번의 명절이 지나갔다. 2020년이라고 뭔가가 달라질 줄 알았지만, 딱히 그렇지도 않았다. 2020년쯤에 있을 것이라 기대한 날아다니는 자동차 대신, 여전히 고속버스를 타고 고향에 다녀왔으며, 2020 원더키디 대신 오랜만에 팟캐스트들과 유튜브의 타로 영상들을(추천 추천) 보면서 휴게소에서 소떡소떡을 먹는 소박한 시간을 보냈다.


     메신저로는 지인들과 1월 1일에 주고받았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명절 인사를 한 번 더 나누고, 오랜만에 만나는 친인척들과 '떡국'이라는 음식을 먹고, TV에서 해주는 명절 특선 프로그램들을 보았다.


     이렇게 적으면 매년 돌아오는 명절들과 똑같았던 것 같지만 아무것도 안 바뀐 것은 아니다. 장녀 중 장녀인 나는 남자 사촌 동생들에게도 일감을 툭툭 던져주었으며, 모든 며느리의 제사 참여 권리를 주장하고 (지긋지긋) 남자 어른들에게도 이러고 계시면 안된다고 말을 하며 각자의 위치에서 일할 것을 종용했다. 지난 몇 년 이렇게 말을 하다 보니 변화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아닌 듯도 하여 마음이 이상해진 순간이 있기도 했. 그래도, 2030년엔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해 있겠지라믿으며 그릇을 닦았다.




     작년 추석 즈음인가, 경향신문에 기고된 칼럼 하나를 읽었다. 안 그래도 20대 막바지에 결혼 이야기가 갑자기 나오기 시작해서 '이 나이에 결혼이라니'라며 친구들에게 하소연하고 있던 찰나, 칼럼 내용이 너무 공감되어 스크랩해두고 있었다.


[사유와 성찰] "추석이란 무엇인가?" 되물어라
경향신문 / 2018.09.21 /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회사 컴퓨터 비밀번호를 '왜 살지'라고 해두었다가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던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자아 성찰, 되묻기라는 포인트에 박장대소하며 언젠가 써먹어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아직 마땅한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유독 1월 1일과 1월 25일, 두 번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인사를 하고 나니 새해 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성찰을 하게 되었다. 음력과 양력 그리고 안 하면 서운해서라는 인식 때문일까? 도대체 그 새해의 복이란 무엇이기에 우리는 1월 내내 새해가 되어 처음 연락하는 사람들과,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입이 닳도록 새해 복을 받으라 외치는 것인가 말이다. 과연 그 말들엔 얼마 만큼의 진심이 들어있을까 가끔 의심이 되기도 한다. 영혼이 느껴지지 않는 순간도 왕왕 있기에.


     한국 사회의 특성상 명절이란 큰 이벤트 이기에 설날과 추석을 타겟으로 많은 기업들은 이벤트를 준비하고 1월과 9월 전부터 바쁜 시간들을 보낸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노래도 있고 각종 짤방도 있고, 심지어 짤방을 만드는 걸 이벤트로 기획도 한다. 서로에게 복을 나눠주지 못해 안달 난 한국 사회.그리고 이를 통해 브랜드를 알리고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들. 이렇게 실용적인 민족이 있나! 그런 의미로 받으셨더라도 묻고 더블로,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저는 진심을 담았습니다)


p.s. 브런치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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