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했던 여행들을 추억하며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인가?
...... 그렇다.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잽싸게 대답하기보다 일, 이초쯤 망설이다 딱 저렇게 ‘...... 그렇다’라고 대답할 것 같다.
나에게 여행이란 무엇인가? 일단 숙소를 정해두지 않은 채 무작정 떠나야 하고, 고생을 좀 했어야 하고, 너무 자주 도시를 바꿔 이동하지도 않아야 하며, 길면 길수록 좋으나 도합 2주는 떠나 있어야 한다. 여기에 덧붙여지는 세부 조건으로는 호텔에서 숙박하지 말 것, 슈퍼에서 장 본 것으로 대부분의 끼니를 해결할 것, 돈은 아끼되 시간은 아끼려고 하지 말 것,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위해서는 몸을 사리지 말 것 등이 있다. 학생 때는 가난하고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이 세부 조건들을 너무나 잘 충족시키는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직장 생활을 한 이후로는 일단 시간이 많이 없었고, 그 모자란 시간에 쫓기는 마음을 돈으로 달래려고 한 바람에 사실 ‘휴가’라는 말이 더 알맞은 여행을 했다. 승무원으로 비행하던 시절에는 어디론가 떠난다는 게 너무 쉬워서 여행을 했을지라도 해방감을 맞이하는 극적인 기분이라던가 새로운 환경에서 느끼는 낯섦이나 흥분이 아쉽게도 거의 없었다.
아무튼 완벽하지는 않지만 대강 이런 조건에 부합하는 여행을 세어보니 대학교 1학년 때 친구와 했던 유럽 여행, 이듬해에 떠난 터키, 미국에서 교환학생을 하던 시절 방학 동안 여행한 아르헨티나, 재작년에 다녀온 스리랑카 정도가 생각난다. 이 중 터키, 아르헨티나, 스리랑카는 특히 혼자 한 여행인데 이에 대한 이야기를 좀 풀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