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일기 (2)

동업 54일 차

by 이종인


사장은 우리에게, 아니 정확하게는 K에게 거짓말을 했다. K에게 약속했던 조건들은 K의 입사와 동시에 바뀌거나 나중을 기약하며 미뤄졌고,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로 돌려 막아졌다. 불편한 동행은 우리의 하차로 마무리되었는데 그것은 곧 K와 내가 다시 백수가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사실 나에게는 플랜 B가 있었다. 게스트하우스를 관두기 두 달여 전부터 서점을 열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단지 계획만으로 사표를 던진 것은 아니었다. 적합한 공간도 계약해두었고 어느 정도의 준비도 마친 상황이었다. 오직 서가에 책만 채우면 서점을 열 수 있었다.


K에게도 계획은 있었다. 그는 펍(pub)을 열고 싶어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공간이 말썽이었다. 오래된 건물이 많은 완도에는 펍에 적합한 곳이 마땅치 않았다. 밤낮으로 수소문하며 마음에 드는 몇 곳을 찾았지만 등기 상의 문제가 있거나, 건물주의 마음이 바뀌는 등 문제가 생겼다. K는 지쳐보였다.


우리는 모두 게스트하우스 직원으로서의 일과 사업을 병행하고 싶었다. 안정적인 소득이 있어야 각자의 사업도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깊어진 감정의 골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우리가 사표를 던지기 전날 밤, 나는 K에게 동업을 제안했다. 충동적이었다. 이후 닥쳐올 그 어떤 상황도 미리 상상하거나 계산하지 않았다. 나다웠다. 나는 늘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는 사람이었다.


내가 서점을 준비하며 투자한 금액을 K가 똑같이 투자하는 것으로 또 다른 동행이 시작되었다. 생맥주를 팔겠다던 K의 계획은 칵테일과 수제 맥주로 바뀌었고, 나는 전체적인 컨셉과 인테리어를 맡겠다고 자청했다. 오픈을 준비하는 과정은 치열했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장은 생각하는 것도, 행동하는 방식도 너무나 달랐다.


충분한 고민 끝에 신중하게 움직이는 것을 선호하는 K는 말과 행동이 앞서는 나를 철없다 생각했고, 나는 그런 K가 느긋하고 무르다고 여겼다.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것과 같은 직장의 사장이 되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DSC07064.JPG 오픈 2일차 살롱의 모습


지인들에게 오픈 날짜를 고지한 후에는 마음이 다급해졌다. 모든 것이 불완전하게만 보였다. 서로가 대화를 나누는 횟수와 사용하는 단어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음을 느낄 때쯤 우리의 가게 '완도살롱'은 문을 열었다.


오픈 하루 전 우리는 몇 가지 약속들을 문서로 남겼다. 적지 않은 약속도 있었는데 '절대 돈 문제로 싸우지 않을 것' 그리고 '설령 싸우는 한이 있더라도 불만을 마음에 담아두지 말 것'이 바로 그 두 가지였다.


동업 50여일이 지난 지금, 우리는 나름대로 약속을 잘 지키며 동행을 이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갈등과 다툼을 막을 수는 없었다.


동업일기 (3)에서 계속

keyword
이종인 커리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출간작가 프로필
팔로워 2,6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