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 75일 차
전쟁이 갑자기 벌어지지 않듯, 나와 K가 벌인 다툼의 원인도 크고 작은 감정들의 대립에서 시작되었다.
살롱이 문을 연 후에도 K와 나는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웠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K는 무슨 결심이라도 한 것인지(아니면 원래 그런 성격인 것인지) '네 뜻대로' 하라며 의사 결정권을 나에게 넘겼는데 나는 그런 K의 태도가 점점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의 고집 센 성격을 알기에 그런 것이리라'며 되뇌어도, '나의 의사를 존중해주는 것이리라' 생각해도 번번이 마찰을 피하기만 하는 그의 태도가 못마땅했던 것이다. 그는 그대로 또 내게 불만이 쌓여 갔다. 오랜 시간 알고 지냈기에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표정에서 알 수 있었다.
결국 첫 정산이 있었던 4월 마지막 날에 '싫은 소리 좀 해야겠다.'며 내가 먼저 입을 떼었다. 의사 결정에 대한 것을 포함한 여러 가지 불만들을 쏟아낼 참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때 나는 하고 싶은 말을 전부 하지 못했다. 이성적으로 이야기하리라 다짐했지만 이야기하면서 점점 이성이 감성에 추월당했기 때문이었다. 모든 문장을 뱉은 후에는 얼굴이 화끈거렸고, 아마 제대로 된 단어들도 골라 쓰지 못했던 것 같다. 한편 K는 서운했던 것과 내가 오해하고 있었던 것에 대해서 차분히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특히 의사결정에 대한 내 물음에 '나는 무엇이든 상의한 후에 결정하는 것을 좋아하고 적당히 괜찮겠다 싶으면 호불호를 따지지 않는데, 너는 판단이 서면 스스로 알아서 결정하고 해결하는 것에 익숙하고 또 호불호도 분명하니 결정권을 넘겼다.'는 K의 대답이 구구절절 머리로는 이해가 되었지만, 내 가슴에 불을 지폈다.
"함께 하는 가게인데 왜 네 색을 입히는 것을 포기하느냐?"라고 물으면
"네 가게이기도 하니까"라는 대답이,
"왜 너의 최선을 찾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그만하면 됐으니까"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K는 '네 기준이 너무 높아 숨이 막힌다. 너무 급하다.'라고 말했고
나는 '너는 너무 느긋하고, 게으르다.'라 응수했다.
그때 한 손님이 살롱의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말다툼은 강제 종료되었다. 결국 휴전협정에도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배려하자'는 진부한 조항이 새겨졌다. 하지만 나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싸움이 절대 쉽게, 또 완전히 끝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렇다면 무엇인가 방법을 찾아야 했다.
생각해보면 대화를 푸는 방식에서부터 우리는 다른 사람이었다. 열정과 감정이 앞서는 나와, 이성과 신중함이 앞서는 K. 너무도 다른 두 사람이 한 공간에서 부대끼며 먹고 살아가려니 마찰도 당연히. 일을 대하는 태도, 기본적인 사고방식까지. 뭐하나 똑같은 것이 없으니 파열음이 났으리라.
나는 어떻게 해야 이미 시작된 이 동행을 즐겁게 이어갈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다음 문장이 술술 써지지 않는 것을 보니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아직 완벽한 해답을 찾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분명한 것 하나는 내가 나를 너무 잘 안다는 것이다.
나는 할 말이 있으면 누구에게라도 가감 없이 해야 하고,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 전에 싸우더라도 푸는 것을 선호한다. 그리고 즐겁기 위해 시작한 이 사업을 마지막까지 즐기고 싶다. 그러므로 나는 내 자존심과 완도살롱 공동 사장으로서의 명예를 걸고 계속해서 싸움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어디에선가 읽은 '사람이 어떤 사람을 포기하면 대화조차 시도하지 않게 된다.'는 구절이 생각난다. 만약 내가 그와 대립하고 다투는 것이 두려워 참고 멈추게 된다면 난 아마 좋은 친구를 잃고 말겠지.
동업 75일 차,
그럴듯한 명분까지 생겼으니 이제 더욱더 치열하게 우리의 사업을 이어갈 일만 남았다.
동업일기 (4)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