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의 완성은 OO

완도살롱 오픈 1038일 차

by 이종인

저는 종종 '인테리어의 완성은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서점, 카페, 바(Bar)와 같은 공간의 인테리어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 공간을 꾸며 나가는 사람이 누구인가가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것은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이 누구이며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는가를 넘어, 그 사람이 어떤 컨디션으로 공간을 지키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지난 몇 주 동안 저는 몸이 좋지 않았습니다. 자주 편두통이 찾아왔고, 소화도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 때문이었을까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인해 단축 영업을 하고 있으면서도 마감 시간이 채 되기도 전에 문을 닫고서 집에 돌아가 쉬고만 싶었고, 가끔은 미루고 꾸물거리다가 오픈 시간에 임박해 출근하거나 지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오늘은 오랜만에 몸 컨디션이 아주 좋았습니다. 몸이 회복된 덕분인지 덩달아 머리도 맑아졌고요. 그래서 이렇게 퇴근 후에도 귀가를 미루고 책상에 앉아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기 전 지난 몇 주간 제 모습을 돌이켜보니 안쓰러우면서도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안쓰러운 마음은 정상 컨디션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때가 되면 가게 문을 열어 공간을 지켰던 제 모습에 대한 것이었고, 부끄러운 마음 또한 좋지 않은 컨디션이었음에도 '억지로' 공간을 지킨 제 모습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모든 공간 운영자들의 꿈이 그렇듯 저 또한 제가 만들어 지키는 이 공간이 멋지게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인테리어의 완성'은 사람이라며 입버릇처럼 말하던 저는 그래서 자신의 몸과 마음 컨디션을 잘 관리하는 것이야말로 공간 운영자의 진정한 미션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야만 이 시국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공간을 찾아와 주시는 손님들에 대한 예의를 지킬 수 있고, 스스로 좋아하고 사랑해서 시작한 일을 더욱 오래, 그리고 재밌게 해 나갈 수 있는 동력이 될 테니까요.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마음이 불편한 일이 있으면 차라리 과감하게 문을 닫고 회복과 기분전환에 전념해야겠다고도 생각합니다. 조금의 욕심을 버리는 것으로 공간의 무드를 해치지 않을 수 있고, 고객들에게도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니까요. 조금 잃으면 많이 얻는다던 옛말은 정말이지 맞는 말입니다.


저녁 8시부터 새벽 1시까지 다섯 시간 운영하던 곳을 저녁 6시부터 9시까지 세 시간만 운영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손님들의 발길이 많이 줄었습니다. 8시에 열던 곳이 9시에 문을 닫으니 아직 어색하고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지 않고, 귀한 걸음으로 완도살롱을 찾아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더욱 바른 마음가짐과 몸가짐, 좋은 컨디션으로 여러분을 맞이하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갑자기 공간의 문을 열지 않으면 안부라도 물어 주세요?


완도살롱 인스타그램 팔로우 하기

keyword
이종인 커리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출간작가 프로필
팔로워 2,696